허세에 대하여

잡설 | 2016. 2. 14. 23:15
Posted by 메가퍼세크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남을 깔보기 위해 들이는 노력들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어찌 보면 그런 노력들이 사람을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너무나 애처롭게 보일 때가 있다.


어린아이 시절에는 누구나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던 관심이라는 자원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쉽게 얻기 힘든 희소한 자원이 되어 가고. 그럼에도 어릴 때처럼 무제한의 관심을 다시 한 번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기에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발버둥치는 것인지. 티 없이 웃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항상 보기 좋으면서도, 언젠가 그 아이들이 차가운 세상에 던져져 느낄 기분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가라앉곤 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연인이나 친구를 만들어 관심을 교환하거나, 지위나 명성이라는 매개체를 얻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심에 대한 욕구를 잠시 잊을 수 있는 행동에 전념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가는데, 그런 방법 중 가장 서투르면서도 직접적인 것은 '허세 부리기' 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 뛰어난 능력을 통해 많은 관심을 얻으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별다른 노력 없이 어릴 적부터 변함없는 관심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재능 있는 사람들, '천재' 들의 이미지를 선망하는 것.


그런 선망은 보통 특별한 재능이 없는 자신에 대한 좌절과 다른 형태의 행복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라고 끝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이, '허세' 를 부리는 사람들의 사정이 아닐까.

 

마음을 울리는 가사 한 소절

보관소 | 2016. 1. 29. 22:54
Posted by 메가퍼세크

'꽂히다' 라는 표현이 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느 선을 넘어, 하루종일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 상태. 말 그대로 모든 생각과 감정이 그것에 '꽂혀' 벗어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음식의 맛에 꽂혔을 때는 돈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그 음식을 먹어대고, 책에 꽂히면 그 책의 모든 내용을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보고, 게임에 꽂히면 그 게임의 모든 것을 통달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어떻게 보면 모든 열정과 몰입의 상태를 포괄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특히 무언가에 꽂히기 쉬운 기질을 타고났는지 오렌지 주스에서부터 게임이나 영화, 그림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것에 꽂히고 빠져나오고를 끝도 없이 반복해 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별 것 아닌 가사 한 소절과 몇 초간의 멜로디에 꽂혀, 일 주일이 넘게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그 곡만 들었던 적이 몇 번이었는지. 이 포스팅에서는 그렇듯 강렬하게 꽂혔던 곡들의 기억을 모아 갈무리해 두려고 한다.


바드-아이시절

 

 내 아이시절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슬픔과 아픔들을

 사라지게 하고 세상의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라 믿었네



이적-고독의 의미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 온 것 같네요

 허나 아무것도 몰라요 난

 그대라는 사람에 관해

 어떡해야 그대에 다다를 수 있는지 



루시아-아플래


 오늘은 너를 사랑하고 아플래

그냥 이 노래를 다 부르고 슬플래

눈을 감아도 네 얼굴이 보이는 걸 어쩌겠니

그냥 오늘은, 오늘만은 사랑하고 아플래



루시아-강


내 평생 그토록 아름다운 환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조금은 체념하오


붙잡을 새 없이 떠나 보낸 사람을

아직 내게 이토록 강하게 묶어주는

단 하나의 끈이 오직 슬픔이라면

나는 차마 이조차 놓치지 못하겠소


그 어떤 시나 노래로 설명할 길 없고

찢겨져 나간 자리를 메꿀 수가 없소

어느새 그대는 나의 다른 이름이며

뒤집어 쓴 이 허울로 하루를 사오



루시아-오필리아


 내가 하는 말을 나조차 못 믿을 때도

 너는 나를 다 믿었죠


 나는 녹지 않는 얼음으로

 당신을 조각해서 두 팔로 끌어안고

 다신 놓지 않을 거에요 내 미련함을 욕해도 돼요

 가슴이 시려와도 나는 기쁠 거에요



루시아-그대가 웃는데


 그대가 웃는데 내가 행복하기에

 그제야 내 사람인 걸 알았소


 그대가 우는데 내가 무너지기에

 그제야 내 사람인 걸 알았소



루시아-외로워 본


 누가 말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바다 위의 섬처럼

 외로운 운명을 쥐고 태어난다고



루시아-표정


 나는 절대 너를 판단하지 않아

 세상의 잣대로 재지 않아

 내가 아는 너의 모습 그대로 믿어



루시아-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싫은 건 아닌 건지

 너의 곁에 어울리는 사람 정말 내가 맞는지



루시아-WHO


 항상 누군가가 되려 했던 나는

 이제 나 자신으로서 행복해지려고 해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 애썼던 나는

 이제 나 자신부터 날 사랑해 주려고 해


 너 자신에게 좋은 것을 줘

 독약과 칼날은 내밀지 말고

 남과 비교하고, 자신을 의심하지 말아 


 우리 모두의 인생은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어

 네 삶의 시계를 찾아

 그러면 돼, 거기 맡기면 돼



김준수-꼭 어제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은

 초라한 나의 진심은

 겨우 이런 것뿐이야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흰머리조차도 그댄 멋질 테니까


 나를 전부 다 줬지만 아깝지 않았다

 말하지 못한 게 난 가슴 아파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이 삶을 다 써도 우리에겐 짧을 테니



김동률-오래된 노래


 오래된 테잎 속에 그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돼 바보처럼


김동률-내 마음은


 혼자 있는 게 편하게 됐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피곤해졌어

 이러다 나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까

 걱정되다 체념하다 또 너를 생각해



김동률-동행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 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김동률-내 사람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어서

그냥 씩 웃고 말아도 되는 참 편안한 사람


가진 것이 없어도 날 가득 채워주는

이 사람으로 다 된 것 같은

날 쓸모있게 만들고 더욱 착해지게 만드는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 주고 싶은 내 사람



김동률-청춘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 때 그 시절 추억이 되었지


 뭐가 달라진 걸까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이리 어려운 걸까



김동률-노래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보게 되었네



이소라-Track 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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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콘서트 'Light&Shade' 후기.

경험 | 2016. 1. 19. 00:34
Posted by 메가퍼세크

올해도 루시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작년 3월의 콘서트 이후 약 10개월. 거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똑같은 장소에서 열린 콘서트. 겨우 두 번 가 보았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올해도' 라는 표현을 쓴 건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매년 초마다 '이맘때쯤이면...' 이라는 기대를 품고, 당연한 듯 티켓을 예매하고, 습관처럼 같은 곳에서 루시아의 콘서트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쩐지 낯익은 길을 지나 도착한 공연장에서 낯익은 의자에 앉아, 아직 걷히지 않은 무대 커튼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막이 올라가기 전, 무대에 자리한 것은 커다란 액자 하나와 그 안에 위치한 스크린 하나, 그리고 악기들. 언뜻 거울의 틀처럼도 생긴 액자가 참 특이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어두운 조명 탓인지 그다지 좋지 않은 핸드폰 카메라 때문인지 제대로 찍히지 않아 아쉬웠다.


콘서트의 첫 선곡은 '그대가 웃는데'. 피아노 전주와 함께 액자 속에서 루시아가 나타나고, 첫 소절이 시작하는 것과 함께 내 모든 감각들은 휩쓸려가듯 노래의 흐름에 고정되어 버렸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담겨있는 깊은 감정선과 선율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온 의식을 집중하기를 몇 분여. 언제나 그렇듯 순식간에 첫 곡이 끝나 버렸다.


 짤막한 멘트 이후로 이어지는 이번 앨범의 신곡들. 모든 곡들이 좋았지만, 특히 평소부터 좋아했던 '외로워 본' 과 '아플래' 에서는 한층 더 깊이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꼈고, '오필리아'의 가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루시아를 보면서는 어떤 종류의 '전율'을 경험했다. 평소 눈을 감고 청각에만 집중할 때 느끼던 루시아의 감정들이, 훨씬 큰 진폭과 풍성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시적인 가사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격하면서도 섬세하게 온몸으로 표현하는 루시아를 보면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2부에서는 그 표현이 더욱 확장되어, 마치 전위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격한 동작들을 하면서 맨발로 무대 위를 누비는 루시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깔끔하고 절제된 표현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야말로 온 몸을 던져 헌신하는 모습. 어찌 보면 낯간지럽다거나 오버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진실한 모습은 분명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밀도 있게 채워진 표현들에 빠져 나 자신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 또한 다른 콘서트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정작 그 표현의 자세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진실된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아마 그런 점이 루시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런 매력을 알고 느낄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도 매년 당연한 듯이 루시아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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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리스트 콘서트 '오늘은 맑음' 후기

경험 | 2015. 12. 6. 22:32
Posted by 메가퍼세크

지난 11월 28일, 투어리스트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첫 단독공연 이후로 벌써 1년 4개월. 그 사이 투어리스트가 참여했던 공연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았지만 단독 공연만 보고 싶은 마음에 모두 넘겨 버렸기에. 여름에 작게 열린 피크닉콘 정도를 제외하면 참 오랜만에 보는 투어리스트의 무대였다.


작년의 콘서트가 마카오와 협약을 맺어 이루어졌던 것처럼, 이번 콘서트는 일본의 작은 마을 '카라츠' 와 협약을 맺어 이루어졌다고. 두 장의 카라츠 여행 티켓과 푸짐한 기념품을 들고 카라츠 시 시장과 공무원들이 직접 공연장에 방문해, 뒷자리에서 같이 공연을 관람했다. 작년의 공연장보다는 훨씬 작고 사람들도 백 명이 안 되어 홍보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는 가수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더 편안한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전체적인 공연에서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아마추어리즘'. TV나 큰 무대에서 보는 유명한 가수들의 완벽하고 능숙한 공연과는 다르게, 조금 투박하고 어색하지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많은 노력이 엿보였다. 멘트 이어나가는 것도 어색하고, 진행도 그때 그때 마음가는 대로 하는 것 같고, 가사도 한두 번씩 틀리고. 콘서트 중의 추첨과 콘서트가 끝나고 이어진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같은 행사들도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야말로 '인디밴드' 라는 말에 걸맞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좋은 그룹이 크게 떠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하고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이 그룹의 좋은 음악을 소수의 사람들끼리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사람이란 역시 참 이기적인 동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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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와 동기의 순수성

자아성찰/가치관 | 2015. 11. 15. 14:54
Posted by 메가퍼세크

며칠 새 큰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파리에서는 테러가 일어나고, 서울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그에 대한 강경진압이 이슈가 되고. 페이스북에서는 온통 그 두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다. 뭐 그런다보다 하고 스크롤을 내리는데, 어쩐지 평소와 달라 보이는 프로필 사진들. 테러를 겪은 프랑스와 파리 시민들을 응원한다는 뜻에서, 페이스북에서 프로필에 프랑스 국기를 덧씌우는 기능을 만들었다고 한다.


분명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겠지만, 어쩐지 못마땅한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삐딱해서일까. 예전 아이티 지진 때부터 세월호, 아이스버킷, 오바마의 동성애 지지 법안에 이르기까지, 어떤 '이슈'나 '캠페인' 등이 SNS와 매스컴을 점령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에 동참할 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약간의 불편함이 항상 내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어떤 이슈를 접하고, 그 이슈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은 과연 순수할 수 있을까. 예컨대 어떤 국가적인 참사가 일어났다고 하면, 아무리 큰 참사라고 해도 결국 자신과 상관 없는 타인의 일인 이상 딱히 감정을 느끼지 않거나 관심없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슬픔을 느끼거나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가장한다면, 그 안에서 '나는 슬프지 않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나 분위기도 파악 못하는 푼수로 취급받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 흔한 현상에는 큰 문제가 있다. 우선, 나와 아무 관계도 없고, 내 주변에도 일어나지도 않았으며, 단지 텍스트 몇 줄과 사진, 또는 동영상을 통해 알게 된 사건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당장 내가 아프리카에서 여러 이유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정확한 통계 그래프와 숫자들을 들고 와서 여기에 첨부한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심하게 동요하고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아이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을 첨부한다면, 이전의 경우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동정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감정은 순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듯 현실의 심각성과 객관성에서 유리된 시각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 강한 감정을 느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위의 예시 속에서 불쌍한 어린아이에게 동정심을 느낀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찾아 실천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그런 사람들에 비해 잠깐 생각하다가 몇 분 안에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최소한 천 배는 될 거라는 데 돈을 걸겠다.


결국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단지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이슈에 대해,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어떤 감정을 가진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그 이슈에 대해 눈꼽만큼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작은 행동으로 그 일시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자기만족하는 건, 또 어떤 의미가 있을가? 이것이 나에게 있어 이번 페이스북의 프랑스 국기 프로필이 못마땅한 이유다. 


끝으로, 세월호와 아이스 버킷 챌린지, 파리 테러 같은 여러 사건들을 처음 접하고 내가 느낀 솔직한 생각들을, 가감없이 한 문장으로 표현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어차피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나와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불합리한 이유로 매 초마다 죽어가고 있을 텐데, 단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규모의 인명이 죽었다고 해서 굳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터무니없는 위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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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김동률 'The concert'

경험 | 2015. 10. 12. 11:31
Posted by 메가퍼세크

김동률 콘서트에 다녀왔다.


몇 년 전 김동률 음악에 걷잡을 수 없이 꽂힌 때부터 언젠가는 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 돈이라던가 시간이라던가 망설임 같은 자잘한 문제들로 몇 번 없던 기회들을 항상 놓쳐오다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갈 수 있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콘서트의 이름은 'The concert'. 콘서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그린 곡의 제목.

원래부터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콘서트의 제목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으로 꺼내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콘서트보다는 음악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곡 하나하나마다 세심한 편곡으로 곡 자체의 분위기와 전체의 흐름을 살렸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소리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지가 많은 부분에서 느껴졌다. 전체적인 곡의 템포도 조금 느리게 잡았는데, 한 음 한 음을 놓치지 않으며 전력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김동률의 모습을 보며 가수도 성대라는 악기를 사용하는 연주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곡 사이의 멘트 시간도 그랬다. 말주변도 별로 없고 말투도 조용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지함과 겸손함이 느껴졌고, 곡에 대한 설명이나 관객에 대한 감사를 말할 때는 활기가 느껴졌다. 이 사람은 정말로 교과서적인 '음악가' 구나.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치고 음악에서 모든 것을 얻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곡의 레퍼토리도 대부분 오래된 앨범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누구나 아는 곡도 있었지만 조금 생소하거나 새로 알게 된 곡들도 꽤 있었다. 거의 모든 곡이 최고였지만 가장 좋았던 곡은 '그게 나야', '그 노래', '동행' 의 세 곡.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감정의 흐름이 머리에서 머리로 직접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음에도 가볍거나 활발한 곡들의 선곡이 거의 없었다는 점. 개인적으로 '구애가' 나 '출발' 같은 곡들도 듣고 싶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이적이나 소속사 막내 같은 게스트를 활용해 분위기를 잠시 전환시키기는 했다. '거위의 꿈' 이나 'advice' 같은 듀엣 곡들도 좋았고, 이적이 '하늘을 달리다' 로 한바탕 뒤집어놓고 간 분위기를 질 수 없다며 '취중진담' 으로 수습하는 모습도 웃겼다. 아무래도 힘들었는지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몇 소절을 날로 먹는 부분도.


올림픽 체조경기장이라는 큰 무대는 그동안 경험했던 공연들과는 많이 달랐고, 사람들의 바다에 파묻혀가며 운동 경기 관람용의 딱딱하고 좁은 의자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만여 개에 달하는 좌석을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교감한다는 것은,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얻을 수 없는 희소한 행복이겠지. 언젠가 나도, 어느 분야에서든 저런 행복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콘서트의 마지막 곡을 들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세상물정의 물리학

취미/책 | 2015. 9. 22. 18:59
Posted by 메가퍼세크



대형 서점의 하고많은 코너들 중에서도, '자연과학'은 가장 한산한 코너들 중 하나일 것이다. 출판된 지 수십 년이 넘은 외국 석학의 책이 맨 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그 아래에는 십수년 쯤 된 국산 대중과학서가 있고,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초중고 대상 과학상식집이 빈 자리를 채우는 광경은 퇴적암의 지층을 연상하게 한다. 그나마 개중 괜찮은 책들을 보고 입문하게 된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곧 턱없이 부족한 바리에이션과 도통 들려오지 않는 신작 발매 소식에 진저리를 치다가 이윽고 흥미를 끊어 버리기 일쑤고, 안 그래도 좁은 과학책 시장은 날이 갈수록 더 좁아지기만 할 뿐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간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신작 과학책의 소식은, 기다림에 지쳐버린 소수의 과학 책 독자들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고 할까. 응원하는 팀이 꼴찌를 전전하다가 큰맘먹고 영입한 특급 신인을 보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다.


책의 제목은 '세상 물정의 물리학'. 거시적 현상을 기술하는 통계물리학의 방법론을 이용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다. '세상물정' 이라는 오랜만에 듣는 단어에서 묻어져 나오는 느낌과 같이, 목차에서는 서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서른 개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 콘서트',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같은 오래된 대중 과학서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찌 보면 해묵은 구성이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세상물정' 이라는 주제에는 딱 어울린다고 할까. 게다가 각 단원의 내용이 아주 독립된 것도 아니어서, 각 챕터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과정들에서는 충분한 일관성과 통일성이 느껴진다. 마치 주인공이 통계물리학이라는 무공을 가지고 여러 문제들과 싸우러 돌아다니는 무협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었다. 과학이라는 하나의 렌즈로만 세상을 보는 많은 과학자들과 달리,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는 인문학적 감수성과 관점, 상상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진달래꽃' 을 통해 관계맺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사랑과 미움의 비대칭성을 통해 인간 관계의 특성을 분석하며, 교육과 기대 소득의 관계를 통해 사회 구조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다양한 분야들을 아우르는 저자의 통찰이 느껴졌다한 부분에만 열중하지 않고 자연의 거시적인 부분을 조망하는 통계물리학자로서의 능력일까


대중에게 외면받고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의 과학책 시장에서, 이 책의 성공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만이 느끼는 무언가를 대중의 언어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책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로 포스팅을 마치겠다.


"물론 이러한 '궁극의 이론'을 알게 된다고 해서 물리학자들의 할 일이 더 이상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알파벳들을 제대로 알게 되면 이제 '자연의 시'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시' 를 쓸 일이다. 아래로 내려가 드디어 우리가 단단한 땅 위에 섰다면, 이제는 눈을 들어 저 하늘로 오를 일이다. 통계물리학은 바로 그 사다리다. 물론 사다리의 길이가 무한대라 문제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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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pped 감상.

취미/영화 | 2015. 9. 6. 01:05
Posted by 메가퍼세크

사람들과 서로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내가 감상하지 않은 무언가를 추천받을 때가 있다.

물론 항상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추천이라는 행동에는 내가 추천의 대상을 좋아할 것이라는 누군가의 판단이 담겨 있기에 적중률은 꽤 높고, 가끔은 그런 추천을 통해 혼자서는 영원히 알지 못했을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다른 여행자를 만나, 아직 가보지 않은 어딘가에 대한 견문을 쌓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번에 추천받은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정말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사랑과 상황, 심리 묘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담백한 영화. 유명한 영화 중에서는, 건축학개론이나 once 정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담백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이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면서 쌓아온 인생의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라는 것.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런 본질적인 측면을 아주 효과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극중 나타나는 브라이스와 줄리의 생각은 단지 서로에게만 영향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며, 그런 인간적인 성장을 통해 둘은 서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먼저 성장하는 줄리와, 그녀에게 조금씩 공감하면서도 계속 엇갈리면서 다른 길로 나아가는 브라이스. 두 인물의 성장이 같이 이루어졌다면 너무 뻔했겠지만, 이런 엇갈림이 있었기에 영화가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는 독특하면서도 매끄러운 연출도 한 몫 했다. 일반적인 시점과 두 인물의 주관적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연출은 인물의 내면과 성격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에서도 브라이스와 줄리는 항상 다른 사건을 보고, 같은 사건을 볼 때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리며, 다른 것을 기억한다는 것. 이것만큼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까?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배스킷 보이 선발 이후의 장면들이다. 브라이스와 줄리와 모두 자기 앞의 파트너에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를 보고 있었음에도, 브라이스는 줄리의 시선을 포착하지 못하고 단지 줄리의 웃음에만 집중하다가 결국 돌발적인 행동을 취한다. 계속 일치하고 있었던 둘의 마음과 어긋날 대로 어긋난 현실 사이의 간극은 그 순간 한 번에 폭발했고, 파국으로 끝났다. 그러나 결국 그 파국을 회복시킨 건 무화과 나무라는 공감의 증표.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공감을 통해 극복된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에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았다는 사실이 보는 내내 놀라웠던 영화였다고 할까.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체 어째서인지 도저히 이해되지가 않는다. 앞으로는 누군가 내가 본 사랑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 영화의 이름을 말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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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임 라이프에 대하여

취미/게임 | 2015. 7. 20. 21:37
Posted by 메가퍼세크

살면서, 게임을 참 많이 한 것 같다.


어릴 적 처음 샀던 컴퓨터에 있던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장르와 주제의 게임들을 섭렵하며 고등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이 대략 수백 개쯤?


어찌 보면 게임 때문에 잃은 것도 참 많고 게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본 적도 많지만, 그만큼 게임을 통해 얻은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할까. 좋든 싫든 게임을 플레이했던 시간과 경험들은 지나온 내 인생 중에서도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뭐 그런 이유로, 이 포스팅에서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몇 가지 게임들에 대해 돌아보려고 한다.


1.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샀던 컴퓨터에 깔려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보병, 기병, 궁병, 포병 등 다양한 병과들이 등장했는데, 역사적 사실을 반영했는지 기병이 상당히 강했지만 카운터 유닛이나 자원 효율 같은 부분을 잘 짜놓아서 밸런스는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게임의 진행 양상이었는데, 마이크로 컨트롤과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일반적인 RTS들과는 다르게 거시적인 전략과 대규모 병력 운용이 주가 되는 게임이었다. 그 흔한 영웅이나 마법 시스템도 없고 방어 건물들은 매우 강력해 공성 무기가 없이는 깨기도 힘들며, 모든 유닛이 똑같이 1의 인구수를 차지해 전투가 일어났다 하면 수십 대 수십은 기본이었다.


그런 게임 양상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는 무려 네 가지로 이루어진 자원 체계로, 나무와 식량이라는 엄청나게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자원과 금과 돌이라는 매장량이 적은 자원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생산건물은 나무만으로, 일부 저렴한 유닛들은 나무와 식량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면 고급 유닛이나 공성무기를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금을, 성과 같은 강력한 방어 건물을 짓거나 멀티를 하려면 돌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금과 돌을 언제 얼만큼 캐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게임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되었는데, 보통은 서로 다수의 생산건물과 방어 건물로 구성된 전초 기지를 만들고 값싼 병력을 쏟아부어 전선을 유지하면서, 값비싼 정예 병력과 공성무기를 활용해 전선을 밀고 당기거나 후방을 급습하거나 하는 게임 양상이 만들어졌다. 


진영에 해당하는 '국가' 들의 특징도 저마다 달랐는데, 대포에 버금가는 사정거리를 가진 궁병이 있었던 브리튼, 엄청나게 싸고 빨리 나오는 보병의 파도로 적을 밀어버리는 고트족, 강력한 기마 궁사와 경기병의 조합으로 실제 역사처럼 쾌속의 기동전을 보여줬던 몽골 등. 스타크래프트의 3종족처럼 기본유닛부터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특수 유닛이나 고유의 종족 특성 등으로 여러 국가의 이미지와 특성을 충분히 살렸고, 게임 내에서 나오는 유닛들의 음성이 그 나라의 언어로 되어 있다거나 각 국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들이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칭기즈 칸의 정복 시나리오와 스페인의 영웅 엘 시드의 시나리오가 인상깊었다)


나는 주로 '페르시아'를 플레이했는데, 경제력에 보너스가 있고 기병을 위시한 주요 병종이 특화된 국가였다. 끊임없는 확장과 기병을 위주로 한 몰아치기를 참 좋아했는데, 공격 중 상대의 진영 후방에 몰래 기병 양성소를 대량으로 지어 값싼 경기병을 마구 퍼부어 테러하는 전술을 많이 썼다. 팀전을 할 때면 아예 팀원에게 전선 유지를 맡겨버리고 상대 본진을 휘젓고 다녔는데, 짜증내는 상대도 가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버지께서도 이 게임을 즐겨 하셨다. 대인전은 하지 않고 항상 컴퓨터와의 대전을 하셨는데, 항상 적은 수의 유닛을 뽑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공성무기를 통해 하나하나 박살내는 걸 즐기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나와는 정 반대였지만, 알뜰하게 일꾼 하나하나를 관리하고 차근차근 게임을 풀어나가시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아버지가 게임하실 때면 옆에서 자주 구경하곤 했다.

(지금도 가끔 하신다)


2.킹 오브 파이터즈 2002




유명한 격투게임 KOF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때 KOF가 꽤나 유행했지만 그 때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인기가 한 풀 꺾이고 어느 정도 마이너로 접어든 중학교 때쯤 뒤늦게 접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쯤 알게 된 한 격투게임 커뮤니티의 채팅방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전을 했는데, KOF라는 게임이 워낙 어렵기도 하고 고수도 많아서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조금만 잘 하는 사람과 붙어도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읽히고, 쳐내지고, 농락당한다는 느낌? 진짜 고수들의 경우에는 몇 시간씩 덤벼도 한 판도 따 내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나마 나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도 있기는 해서 그 사람들과 할 때는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잘하는 사람들을 한번 이겨보고 싶어서 죽어라고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고집은 있었구나 싶은 게, 고수에게 아무리 져도 캐릭터 하나 안 바꾸고 항상 일관적인 공격 일변도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돌진해대기만 했던가. 단지 강한 캐릭터를 골라서 효율적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쳐서 이기고 싶어했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 때 내가 플레이했던 캐릭터 중,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이것.



나나카세 야시로라는 캐릭터인데, KOF를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붙여 준 내 별명이기도 했다. 그 때는 게임을 몰라서 뭔 소린가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큰 키와 짧은 머리 때문에 그랬던 듯. 사실 그렇게까지 닮지는 않았지만, 이런 근육 빵빵한 훈남과 비교되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뭐 그런 이유로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잡아 본 캐릭터 중 하나였는데, 결과는 퍼펙트. 딱 생긴 대로 박력이 넘치고 움직임도 빠르고, 호쾌한 공격력도 더해져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특화된 캐릭터였다. 대부분의 캐릭터처럼 상대의 가드를 흔들거나 교란시키고 생각지 못한 곳을 때리는 대신 상대의 가드 위를 끊임없이 두드려 힘으로 깨버리고 강력한 콤보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는 스타일이었는데, 물론 한계가 분명하고 효율도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에는 완벽히 부합했다.


그 때부터의 내 플레이는 거의 야시로 하나만의 원맨쇼. 물론 3개의 캐릭터를 골라 플레이하는 KOF 시리즈의 특성상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했지만, 야시로만큼 맞는 캐릭터가 없었다고 할까. 야시로 외에는 강력한 잡기가 있거나 상대를 눕히고 거는 심리전이 강력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야시로만큼 내 성향에 잘 맞는 캐릭터는 없었다. 실력이 나보다 위인 사람을 만나면 야시로 하나만 선전하다가 야시로가 쓰러지는 순간 줄줄히 패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반대로 야시로를 상대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조금이라도 실력이 낮은 사람을 상대로는 야시로 하나로 트라우마를 안길 만큼 때려잡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야시로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재미는 고스란히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환원되었는데, 매일 시간만 나면 하는 연습으로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어 못 이기던 사람을 이기게 되면 더 재미를 느껴 더 연습하게 되고. 한때는 콤보 한 번 써 보겠다고 하루에 몇 시간씩 꼬박 한달을 연습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KOF 2002는 내가 가장 깊게 빠졌던 게임으로 기억에 남아 있고, 그 이유는 전적으로 '야시로' 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3.대항해시대 온라인




지금까지 했던 온라인 RPG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지중해에서 시작해서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역, 모험, 전투 등을 벌이는 게임으로, 넓은 스케일과 풍부한 컨텐츠, 그리고 바다에 대한 로망을 잘 구현한 점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는 오픈베타였는데, 처음 캐릭터를 생성하고 도시를 돌아다닐 때는 그저 깔끔한 게임이구나 싶었지만 초보자용 배를 타고 항구를 통해 처음 바다에 나갔을 때 받은 인상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화면 아래에 위치한 약간의 인터페이스 외에는 오직 바다와 육지밖에 보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돛과 키를 조정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밋밋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심플함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깔끔하고 미려한 그래픽에 순식간에 빠져 버렸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의 컨텐츠는 노가다성도 짙고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는데, 단지 바다에 나가 보이는 풍경만으로 모든 게 용서가 되었다고 할까. 딱히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좋은 배를 못 타도, 그저 넓은 바다에 나가 이리저리 떠다니는 게 좋아 매일 몇 시간이고 의미없는 항해를 계속했고, 같이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접속 시간에 비해 현저히 늦게 오르는 내 레벨을 보며 어이없어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임 컨텐츠에 아주 관심을 끊은 건 아니었는데, 게임 초반에는 배타고 대포 쏘는 게 좋아 군인 직업을 택했었다. 전투 시스템이 참 독특했는데, 다른 배와 싸움이 붙으면 둘만이 볼 수 있는 전투 필드 안으로 이동하고, 그 안에서 서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대포를 쏘거나 붙어서 백병전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대포를 배 정면이나 후면에 맞추면 데미지가 더 들어간다던가, '충각' 을 배에 달고 상대 배에 충돌하면 데미지를 입히는 등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았고 '해적' 계열의 NPC들은 기동성이 빠른 갤리선 종류를 타고 노를 저어 백병전을 걸어오는 반면 '군인' 계열은 배에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사정거리가 긴 포로 멀리서 쏴대는 등 전투 성향에 따른 차별화도 명확했다.


한창 대포를 쏘며 NPC를 때려잡던 차에, 어느 날 문득 상인이 더 활동 반경이 넓다는 말을 듣고 냉큼 상인으로 전향하기도 했다. 이 게임의 교역은 단지 큰 배에 교역품을 가득 싣고 왔다갔다하는 것뿐이었지만, 항해 자체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다. 한창 교역하며 돈을 벌 때쯤 주점에서 즐길 수 있는 포커에도 빠졌는데, 하루종일 번 돈을 포커 한 판에 모두 꼴아박거나 오히려 한 방에 장사 밑천을 벌어서 나가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윽고 교역하는 시간보다 포커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렇게 좋아하던 항해를 한 번도 안 하는 날이 반절이 넘어갈 무렵, 오픈베타 기간이 끝나고 게임이 유료료 전환되어 (본의 아니게) 게임을 접게 되었다.


용돈도 별로 없는 고등학생 입장에서 돈 내고 게임을 할 수도 없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엔 씨도 안 먹힐 게 뻔했기에 그저 가끔 올라오는 스크린샷들이나 보며 추억에만 잠겨 있던 게 몇 년이었는지. 몇 년 전 대항해시대 무료화 소식을 접하고 잠시 복귀했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포커도 없어지고, 항해도 그냥 밋밋해 보이고 그저 평범한 양산형 노가다 RPG로 보이더라. 역시 재미라는 게 영원할 수는 없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메말라졌나 싶어 잠시 우울해졌던 기억이 난다.


4.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살펴보겠다. 아마 이 포스팅에 있는 모든 게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일 것이다.


AOS라는 장르는 전혀 모르고 접해본 적도 없었지만, 우연히 한 (나쁜)친구놈의 꼬임에 넘어가 처음 즐기게 된 LOL은 초보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로 순식간에 나를 소환사의 협곡에 빠지게 만들었다.


특히 나에게 어필했던 것은 특유의 캐릭터성. LOL만의 독특하고 컨셉이 분명한 챔피언들을 하나하나 플레이하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렇게 발견한 챔피언들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숙련도를 쌓는 것도 재미있었다. 위키를 통해 모든 캐릭터의 설정과 기술을 줄줄 꿰고, 로테이션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혼자 방을 파서 아이템을 이리저리 맞추고 콤보를 써보는 등. 돌이켜보면 나에게 LOL은 반 이상 '캐릭터 게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주로 사용했던 건 가렌과 요릭, 모데카이저였는데, 공통적으로 기동성이 상당히 빈약하고 단순한 패턴을 가진 대신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 또는 견제 능력을 손에 넣어 상대를 찍어누르는 데 특화되어 있는 챔피언이었다. 가렌으로 부쉬에서 튀어나와 상대의 머리를 박살내고, 요릭으로 숨쉴 틈 없이 구울을 뽑아 상대를 압박하고, 모데카이저로 패기있게 라인을 밀어대는 것은 KOF에서 야시로를 플레이할 때의 느낌과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고 할까. 자잘한 수는 쓰지 않고, 최대한 뻔하면서도 빈틈없고 압도적인 방식으로 이기고 싶었던 내 스타일에 그런 캐릭터들은 딱 맞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챔피언은 모데카이저. 두꺼운 갑옷을 입고 철퇴를 들쳐맨 외견도 그렇과 상대를 때릴 때마다 차오르는 실드를 통해 할 수 있는 패기있는 플레이, 이동기는 물론이고 그 흔한 슬로우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 오직 맞붙어 싸우는 것밖에 답이 없는 캐릭터 컨셉. 마지막으로 궁극기를 걸고 죽인 상대 챔피언을 노예로 삼는 것까지 모든 부분이 취향에 딱 맞았고, 초보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보잘것없는 LOL 실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하다 보니 챔피언을 플레이하는 방식도 많이 변했는데, 처음에는 죽음불꽃 손아귀라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상대 챔피언을 순식간에 죽이고 노예로 삼는 플레이를 주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날 패치로 그 아이템이 약해지자 정반대로 처음부터 포션을 엄청나게 사가서 버티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도 해 보고, 패치로 그 플레이도 막히자 상대와 비슷하게 크자는 마음가짐으로 후반까지 가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플레이로 바꾸는 등. 돌이켜 보면 모데카이저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스타일이나 아이템 트리는 거의 다 시도해본 것 같다. 그야말로 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통해 게임 전체를 배운다는 느낌일까.


그리고 또 하나, LOL이라는 게임을 이야기할 때 E스포츠를 빼놓을 수는 없다. LOL 플레이에 조금씩 질려갈 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한국 LOL 프로리그, 롤챔스는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며 수없이 감탄하고 가끔은 혼자 소리도 질러대면서 참 많은 밤을 지새웠다.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는 단순히 '게임을 잘한다' 라는 수준을 넘어 '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어떻게 저런 용기와 결단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적도 많았고, 가끔은 단순히 게임을 본다고 하기보다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의 창조성을 감상한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 전에는 프로스포츠라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도 흥미도 없었는데, 롤챔스를 통해 어째서 프로의 경기에 열광하는지, 팬심이라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체험하게 되었다고 할까. 좋아하는 팀이 경기하는 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롤챔스 경기를 틀어놓으면 그 순간만은 세상에 아무 것도 부러운 게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LOL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를 즐긴 기간은 그렇게까지 길지 않았지만, 그 대신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방식으로 즐기게 된 시간이 더 길었던가. 그 절정은 작년이었는데, LOL 세계대회, 일명 '롤드컵' 이 한국에서 개최되어서 친구와 함께 결승전을 직접 관람하러 가기도 했다.


비록 요새는 바쁜 일상과 여러 사정 때문에 롤챔스도 못 보고, 이제는 현재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 이름도 잘 모를 정도지만, 롤챔스를 안주삼아 먹던 맥주의 맛만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언젠가는 다른 게임에서도 그런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런지. 한편으로는 바라마지 않는 일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때의 즐거웠던 경험이 퇴색될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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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문장들.

보관소 | 2015. 6. 28. 03:29
Posted by 메가퍼세크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 있다.


보통 '명언'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 글의 원본이 저장된 메모장 파일의 이름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는 명언이라는 단어가 그 문장들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적합한 명칭도 떠오르지 않아, 글의 제목이 장황해진 것은 좀 아쉽다.


길이도 제각각이고 원문도 없고, 출처가 확실한 것도 확실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유일한 공통점은 처음 문장을 보았을 때 무언가의 '충격'을 느꼈다는 것. 그 충격의 세기가 충분히 강해,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은 문장들을 여기에 모아 보았다.


1.우주와 세계관



"이쯤에서 한번 물어보자. 초월적이고 전지전능한 유일신이 우리 주변의 만물과 우리가 겪는 모든 과정들을 엿새 만에 창조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모두가 스스로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놀라운가? 후자라고 해도 충분히 멋지고 압도적이지 않은가?"

-출처 미상


"우리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무대에 선다는 명제가 철두철미 거듭되어 사실과 어긋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논쟁의 대세는 결정적으로 하나의 입장으로 기울어졌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 입장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우리는 우주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아니다.>

"아마도 다른 세계의 생명이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인공이 없을 수도 있다. 그 어느 경우든, 우리가 겸허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칼 세이건


'당신', 당신의 기쁨과 슬픔, 당신의 기억과 야망, 당신의 개인적인 정체성과 자유의지란 단지 신경세포의 무수한 집합과, 그 세포들이 결합한 분자들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프랜시스 크릭



"우주의 거의 모든 수소 원자는 빅 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여러분 몸은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물의 대부분은 수소입니다. 즉 여러분의 몸을 만든 것은 어머니도, 단군할아버지도, 예수도 아닌, 백 수십억 년 전에 일어난 단 하나의 폭발입니다."

-KBS '인문강단 락' 에서, 이석영 교수


-그러나 모든 것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도대체 그 누가 놀랍도록 아름다운 신전 안에 있는 이 발광체를 다른 곳으로, 또는 모든 것을 비출 수 있는 지금 이 장소보다 더 나은 장소로 옮기려 하겠는가... 따라서 실제로는 태양이 왕좌에 앉아 자신의 주변을 회전하는 천체를 조종한다.


-코페르니쿠스, <천체의 회전에 대하여>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포상하고 징벌한다든지, 우리와 이해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닌다는 신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I cannot conceive of a God who rewards and punishes his creatures, or has a will of the type of which we are conscious in ourselves.

-아인슈타인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로버트 퍼시그



"우리가 신을 신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전일 근무 가능한 무보수 만능 하인이라는 본명이 부르기 지나치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 가이너 카쉬냅(드래곤 라자)



신봉자가 회의론자보다 행복하다는 사실은 

술취한 자가 취하지 않은 자보다 행복하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버나드 쇼


물론 이러한 '궁극의 이론' 을 알게 된다고 해서 물리학자들의 할 일이 더 이상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알파벳들을 제대로 알게 되면 이제 '자연의 시' 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시'를 쓸 일이다. 아래로 내려가 드디어 우리가 단단한 땅 위에 섰다면, 이제는 눈을 들어 저 하늘로 오를 일이다. 통계물리학은 바로 그 사다리다. 물론 사다리의 길이가 무한대라 문제이기는 하다.


-김범준, '세상물정의 물리학' 중에서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2.의지



"Dream the impossible"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Do the impossible love"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Fight with unwinnable enemy"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Resist the unresistable pain"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Catch the uncatchable in the sky."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돈키호테를 각색한 뮤지컬의 곡, '이룰 수 없는 꿈' 의 가사 중에서.


"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집요하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버나드 쇼


"... 그리고 그 열정이 지속되는 한 끝까지 그 일에 충실하십시오. 그 열정에 지식을 공급하십시오. 그래야만 마음이 더 자랍니다. "


-에드워드 윌슨



3. 깨달음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As for me, all I know is that I know nothing.

-소크라테스


네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마라.

-공자


"그때 그러지 말걸"
우리는 이 말이
"지금 이러지 말자"와
같은 말이라는 것을 종종 잊습니다.

-출처 미상


개에게 물린 상처는 개를 죽인다고 아물지 않는다.
Killing the dog does not cure the bite.


-링컨



자신의 부족한 점을 더 많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이는 더 존경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버나드 쇼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다.


-버나드 쇼



겉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때는 없으며, 홀로 고독에 빠져 있을 때만큼 덜 외로운 때도 없다.


-카토



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에 떨기도 할 것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본문 중에서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나는 태어나기 전 영겁에 걸친 세월을 죽은 채로 있었고, 그 사실은 내게 일말의 고통도 준 적이 없다.


-마크 트웨인



진실에게 있어 더 위험천만한 것은 거짓이 아니라 바로 확신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사실이란 없다. 오로지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후회할 거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라면 결코 후회하지 마라.


-무라카미 하루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읽는 책만 읽는다면, 넌 오직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 생각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지라는 것은 현대에 있어서 최고의 사치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사람이 뭔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해지는 것은 아니다.

A thing is not necessarily true because a man dies for it


-오스카 와일드



사람은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솔직하지 못하다. 가면을 건네주면 그는 진실만을 말할 것이다.

Man is least himself when he talks in his own person. 

Give him a mask. and he will tell you the truth.


-오스카 와일드



이름이란 게 무슨 소용인가?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워져도 똑같이 향기로울 것이 아닌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


4.센스



인간의 멍청함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Never underestimate the power of human stupidity.


-로버트 A.하인라인



여자의 아름다움과 남자의 얼빠짐 사이의 연관은 일상생활에서 관찰될 수 있는 가장 정상적인 인과적 전후관계들 중의 하나이다.


-출처 없음



"한 여자가 20년이나 걸려 성인으로 만들어놓은 아들을 다른 여자가 불과 20분 만에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출처 미상

신사란 의도하지 않고서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a gentleman is one who never hurts anyone's feelings unintentionally

-오스카 와일드



4.독설과 비판, 비꼬기



"내가 보기에는 무척이나 역설적이고 전복적으로 보이는 어떤 원칙에 대해, 나는 독자들의 진지한 고려를 제안하는 바이다. 문제의 그 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즉 어떤 명제가 진실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경우, 그 명제를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이다. 나는 물론 만약 그런 견해가 일반화된다고 하면, 우리의 사회 생활과 정치 체제 모두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밖에는 없으리라는 점을 시인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사회와 정치 이 두가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결점이 없으므로, 결국 이 원칙은 거기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애국자: 자신이 무슨 소릴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가장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
Patriot: the person who can holler the loudest without knowing what he is hollering about.

-마크 트웨인


역사는 온전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과목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건을 시간 순으로 쭉 나열해 놓고 역사를 배우라니, 가당키나 한 얘긴가? 전화번호부를 펼쳐놓고 런던에 대해 배우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버나드 쇼


애국심이란 단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는 신념이다

-버나드 쇼


5.기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함이 성취된다.
semble que la perfection soit atteinte non quand il n'y a plus rien à ajouter, mais quand il n'y a plus rien à retrancher.

-생텍쥐페리


무엇을 할 지 아는 상태에서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교수님


"황금기는 황금에 휘둘리지 않는 시기다."

-프랑스 68혁명



단언컨데, '오글거리다'라는 표현은 세상에서 가장 희망없고 잔인하며 메마른 단어입니다. 낭만은 이 별거 아닌 듯 한 단어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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