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누구나, 살면서 많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학교에서 푸는 좁은 의미의 문제 뿐 아니라 대인관계, 조직관리, 거시적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의견 수렴 과정에 이르기까지. 세상에는 셀 수도 없이 많고도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들의 극히 일부는 짧은 시간 안에 풀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푸는 데 어떤 형태로든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고, 또 어떤 문제들은 평생에 걸친 노력에도 풀리지 않곤 한다. 특히 정해진 답이 없는 종류의 문제들이 그렇다. 어째서 대부분의 문제들은 풀기 어려울까?
내 생각은 이렇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 라는 감정에 의해 일어나고, 문제 해결을 지속하려는 의지와 에너지도 역시 감정에서 유래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과정에서는 철저한 이성적 사고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의한 문제 인식의 과정에서 올바른 시기에 이성에 의한 문제 해결로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전환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감정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동기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한 가지 감정에 의해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종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대하여 열심히 조사하고, 공군 사관학교와 같은 기관에 들어가 구체적인 비행기 조종 스킬들을 배우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 나간 원동력은 열정이지만, 그 열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계기판을 외우고 조작 방법들을 익히며 힘든 체력 훈련을 통과하는 구체적이고 이성적인 해결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이 사람은 '하늘을 난다' 는 감정적인 목표를 위해서 감정을 죽이고 효율적으로 하늘을 나는 방법을 배우는 이성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잘 알듯 그런 구체적인 접근 과정은 문제 해결을 위한 초기의 감정적 동기를 꾸준히 소모시키고 저해하기 마련이고, 결국 동기를 모두 상실하고 문제 해결을 포기하거나 원래의 동기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문제만 해결하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문제 해결에 다수의 힘을 필요로 할 때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는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대한 감정적인 인식에서 이성적인 해결책으로 올바르게 넘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정치나 사회와 같은 거시적 문제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아도 실질적 해결을 모색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가?
이런 경우 문제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략 세 가지의 단게로 나뉜다.
첫번째는, 오직 감정적인 시각만으로 문제 해결에 골몰하는 경우. 이는 일부 사람들의 문제 해결 의지를 고취시킬 수는 있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표면적이고 일시적인 해결책에 도달하도록 유도하거나, 때로는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군중을 이끌기도 한다.
두번째는,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적으로 이성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경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적 접근을 혐오하며, 이성적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성향이다. 이들은 첫번째 단계보다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들의 감정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동기와 의지를 저해하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 단계는 사람들의 감정적인 측면에 충분히 공감하며 문제 해결의 원동력을 유지하고, 이성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유도하여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이 세 단계는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사람들의 감정은 불에 해당하고 이성은 그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능력이다. 감정만이 앞선 집단은 강력한 화력을 가지지만 요령이 없어 요리의 겉만 태워먹기 십상이고, 이성만이 앞선 집단은 뛰어난 요리 실력이 있지만 화력이 부족해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하고, 따라서 세 단계의 사람들의 비율 또한 적당히 유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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