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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임 라이프에 대하여

취미/게임 | 2015. 7. 20. 21:37
Posted by 메가퍼세크

살면서, 게임을 참 많이 한 것 같다.


어릴 적 처음 샀던 컴퓨터에 있던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장르와 주제의 게임들을 섭렵하며 고등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이 대략 수백 개쯤?


어찌 보면 게임 때문에 잃은 것도 참 많고 게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본 적도 많지만, 그만큼 게임을 통해 얻은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할까. 좋든 싫든 게임을 플레이했던 시간과 경험들은 지나온 내 인생 중에서도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뭐 그런 이유로, 이 포스팅에서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몇 가지 게임들에 대해 돌아보려고 한다.


1.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샀던 컴퓨터에 깔려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보병, 기병, 궁병, 포병 등 다양한 병과들이 등장했는데, 역사적 사실을 반영했는지 기병이 상당히 강했지만 카운터 유닛이나 자원 효율 같은 부분을 잘 짜놓아서 밸런스는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게임의 진행 양상이었는데, 마이크로 컨트롤과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일반적인 RTS들과는 다르게 거시적인 전략과 대규모 병력 운용이 주가 되는 게임이었다. 그 흔한 영웅이나 마법 시스템도 없고 방어 건물들은 매우 강력해 공성 무기가 없이는 깨기도 힘들며, 모든 유닛이 똑같이 1의 인구수를 차지해 전투가 일어났다 하면 수십 대 수십은 기본이었다.


그런 게임 양상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는 무려 네 가지로 이루어진 자원 체계로, 나무와 식량이라는 엄청나게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자원과 금과 돌이라는 매장량이 적은 자원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생산건물은 나무만으로, 일부 저렴한 유닛들은 나무와 식량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면 고급 유닛이나 공성무기를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금을, 성과 같은 강력한 방어 건물을 짓거나 멀티를 하려면 돌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금과 돌을 언제 얼만큼 캐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게임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되었는데, 보통은 서로 다수의 생산건물과 방어 건물로 구성된 전초 기지를 만들고 값싼 병력을 쏟아부어 전선을 유지하면서, 값비싼 정예 병력과 공성무기를 활용해 전선을 밀고 당기거나 후방을 급습하거나 하는 게임 양상이 만들어졌다. 


진영에 해당하는 '국가' 들의 특징도 저마다 달랐는데, 대포에 버금가는 사정거리를 가진 궁병이 있었던 브리튼, 엄청나게 싸고 빨리 나오는 보병의 파도로 적을 밀어버리는 고트족, 강력한 기마 궁사와 경기병의 조합으로 실제 역사처럼 쾌속의 기동전을 보여줬던 몽골 등. 스타크래프트의 3종족처럼 기본유닛부터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특수 유닛이나 고유의 종족 특성 등으로 여러 국가의 이미지와 특성을 충분히 살렸고, 게임 내에서 나오는 유닛들의 음성이 그 나라의 언어로 되어 있다거나 각 국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들이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칭기즈 칸의 정복 시나리오와 스페인의 영웅 엘 시드의 시나리오가 인상깊었다)


나는 주로 '페르시아'를 플레이했는데, 경제력에 보너스가 있고 기병을 위시한 주요 병종이 특화된 국가였다. 끊임없는 확장과 기병을 위주로 한 몰아치기를 참 좋아했는데, 공격 중 상대의 진영 후방에 몰래 기병 양성소를 대량으로 지어 값싼 경기병을 마구 퍼부어 테러하는 전술을 많이 썼다. 팀전을 할 때면 아예 팀원에게 전선 유지를 맡겨버리고 상대 본진을 휘젓고 다녔는데, 짜증내는 상대도 가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버지께서도 이 게임을 즐겨 하셨다. 대인전은 하지 않고 항상 컴퓨터와의 대전을 하셨는데, 항상 적은 수의 유닛을 뽑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공성무기를 통해 하나하나 박살내는 걸 즐기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나와는 정 반대였지만, 알뜰하게 일꾼 하나하나를 관리하고 차근차근 게임을 풀어나가시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아버지가 게임하실 때면 옆에서 자주 구경하곤 했다.

(지금도 가끔 하신다)


2.킹 오브 파이터즈 2002




유명한 격투게임 KOF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때 KOF가 꽤나 유행했지만 그 때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인기가 한 풀 꺾이고 어느 정도 마이너로 접어든 중학교 때쯤 뒤늦게 접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쯤 알게 된 한 격투게임 커뮤니티의 채팅방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전을 했는데, KOF라는 게임이 워낙 어렵기도 하고 고수도 많아서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조금만 잘 하는 사람과 붙어도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읽히고, 쳐내지고, 농락당한다는 느낌? 진짜 고수들의 경우에는 몇 시간씩 덤벼도 한 판도 따 내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나마 나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도 있기는 해서 그 사람들과 할 때는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잘하는 사람들을 한번 이겨보고 싶어서 죽어라고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고집은 있었구나 싶은 게, 고수에게 아무리 져도 캐릭터 하나 안 바꾸고 항상 일관적인 공격 일변도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돌진해대기만 했던가. 단지 강한 캐릭터를 골라서 효율적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쳐서 이기고 싶어했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 때 내가 플레이했던 캐릭터 중,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이것.



나나카세 야시로라는 캐릭터인데, KOF를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붙여 준 내 별명이기도 했다. 그 때는 게임을 몰라서 뭔 소린가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큰 키와 짧은 머리 때문에 그랬던 듯. 사실 그렇게까지 닮지는 않았지만, 이런 근육 빵빵한 훈남과 비교되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뭐 그런 이유로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잡아 본 캐릭터 중 하나였는데, 결과는 퍼펙트. 딱 생긴 대로 박력이 넘치고 움직임도 빠르고, 호쾌한 공격력도 더해져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특화된 캐릭터였다. 대부분의 캐릭터처럼 상대의 가드를 흔들거나 교란시키고 생각지 못한 곳을 때리는 대신 상대의 가드 위를 끊임없이 두드려 힘으로 깨버리고 강력한 콤보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는 스타일이었는데, 물론 한계가 분명하고 효율도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에는 완벽히 부합했다.


그 때부터의 내 플레이는 거의 야시로 하나만의 원맨쇼. 물론 3개의 캐릭터를 골라 플레이하는 KOF 시리즈의 특성상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했지만, 야시로만큼 맞는 캐릭터가 없었다고 할까. 야시로 외에는 강력한 잡기가 있거나 상대를 눕히고 거는 심리전이 강력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야시로만큼 내 성향에 잘 맞는 캐릭터는 없었다. 실력이 나보다 위인 사람을 만나면 야시로 하나만 선전하다가 야시로가 쓰러지는 순간 줄줄히 패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반대로 야시로를 상대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조금이라도 실력이 낮은 사람을 상대로는 야시로 하나로 트라우마를 안길 만큼 때려잡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야시로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재미는 고스란히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환원되었는데, 매일 시간만 나면 하는 연습으로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어 못 이기던 사람을 이기게 되면 더 재미를 느껴 더 연습하게 되고. 한때는 콤보 한 번 써 보겠다고 하루에 몇 시간씩 꼬박 한달을 연습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KOF 2002는 내가 가장 깊게 빠졌던 게임으로 기억에 남아 있고, 그 이유는 전적으로 '야시로' 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3.대항해시대 온라인




지금까지 했던 온라인 RPG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지중해에서 시작해서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역, 모험, 전투 등을 벌이는 게임으로, 넓은 스케일과 풍부한 컨텐츠, 그리고 바다에 대한 로망을 잘 구현한 점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는 오픈베타였는데, 처음 캐릭터를 생성하고 도시를 돌아다닐 때는 그저 깔끔한 게임이구나 싶었지만 초보자용 배를 타고 항구를 통해 처음 바다에 나갔을 때 받은 인상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화면 아래에 위치한 약간의 인터페이스 외에는 오직 바다와 육지밖에 보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돛과 키를 조정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밋밋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심플함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깔끔하고 미려한 그래픽에 순식간에 빠져 버렸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의 컨텐츠는 노가다성도 짙고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는데, 단지 바다에 나가 보이는 풍경만으로 모든 게 용서가 되었다고 할까. 딱히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좋은 배를 못 타도, 그저 넓은 바다에 나가 이리저리 떠다니는 게 좋아 매일 몇 시간이고 의미없는 항해를 계속했고, 같이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접속 시간에 비해 현저히 늦게 오르는 내 레벨을 보며 어이없어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임 컨텐츠에 아주 관심을 끊은 건 아니었는데, 게임 초반에는 배타고 대포 쏘는 게 좋아 군인 직업을 택했었다. 전투 시스템이 참 독특했는데, 다른 배와 싸움이 붙으면 둘만이 볼 수 있는 전투 필드 안으로 이동하고, 그 안에서 서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대포를 쏘거나 붙어서 백병전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대포를 배 정면이나 후면에 맞추면 데미지가 더 들어간다던가, '충각' 을 배에 달고 상대 배에 충돌하면 데미지를 입히는 등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았고 '해적' 계열의 NPC들은 기동성이 빠른 갤리선 종류를 타고 노를 저어 백병전을 걸어오는 반면 '군인' 계열은 배에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사정거리가 긴 포로 멀리서 쏴대는 등 전투 성향에 따른 차별화도 명확했다.


한창 대포를 쏘며 NPC를 때려잡던 차에, 어느 날 문득 상인이 더 활동 반경이 넓다는 말을 듣고 냉큼 상인으로 전향하기도 했다. 이 게임의 교역은 단지 큰 배에 교역품을 가득 싣고 왔다갔다하는 것뿐이었지만, 항해 자체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다. 한창 교역하며 돈을 벌 때쯤 주점에서 즐길 수 있는 포커에도 빠졌는데, 하루종일 번 돈을 포커 한 판에 모두 꼴아박거나 오히려 한 방에 장사 밑천을 벌어서 나가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윽고 교역하는 시간보다 포커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렇게 좋아하던 항해를 한 번도 안 하는 날이 반절이 넘어갈 무렵, 오픈베타 기간이 끝나고 게임이 유료료 전환되어 (본의 아니게) 게임을 접게 되었다.


용돈도 별로 없는 고등학생 입장에서 돈 내고 게임을 할 수도 없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엔 씨도 안 먹힐 게 뻔했기에 그저 가끔 올라오는 스크린샷들이나 보며 추억에만 잠겨 있던 게 몇 년이었는지. 몇 년 전 대항해시대 무료화 소식을 접하고 잠시 복귀했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포커도 없어지고, 항해도 그냥 밋밋해 보이고 그저 평범한 양산형 노가다 RPG로 보이더라. 역시 재미라는 게 영원할 수는 없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메말라졌나 싶어 잠시 우울해졌던 기억이 난다.


4.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살펴보겠다. 아마 이 포스팅에 있는 모든 게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일 것이다.


AOS라는 장르는 전혀 모르고 접해본 적도 없었지만, 우연히 한 (나쁜)친구놈의 꼬임에 넘어가 처음 즐기게 된 LOL은 초보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로 순식간에 나를 소환사의 협곡에 빠지게 만들었다.


특히 나에게 어필했던 것은 특유의 캐릭터성. LOL만의 독특하고 컨셉이 분명한 챔피언들을 하나하나 플레이하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렇게 발견한 챔피언들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숙련도를 쌓는 것도 재미있었다. 위키를 통해 모든 캐릭터의 설정과 기술을 줄줄 꿰고, 로테이션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혼자 방을 파서 아이템을 이리저리 맞추고 콤보를 써보는 등. 돌이켜보면 나에게 LOL은 반 이상 '캐릭터 게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주로 사용했던 건 가렌과 요릭, 모데카이저였는데, 공통적으로 기동성이 상당히 빈약하고 단순한 패턴을 가진 대신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 또는 견제 능력을 손에 넣어 상대를 찍어누르는 데 특화되어 있는 챔피언이었다. 가렌으로 부쉬에서 튀어나와 상대의 머리를 박살내고, 요릭으로 숨쉴 틈 없이 구울을 뽑아 상대를 압박하고, 모데카이저로 패기있게 라인을 밀어대는 것은 KOF에서 야시로를 플레이할 때의 느낌과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고 할까. 자잘한 수는 쓰지 않고, 최대한 뻔하면서도 빈틈없고 압도적인 방식으로 이기고 싶었던 내 스타일에 그런 캐릭터들은 딱 맞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챔피언은 모데카이저. 두꺼운 갑옷을 입고 철퇴를 들쳐맨 외견도 그렇과 상대를 때릴 때마다 차오르는 실드를 통해 할 수 있는 패기있는 플레이, 이동기는 물론이고 그 흔한 슬로우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 오직 맞붙어 싸우는 것밖에 답이 없는 캐릭터 컨셉. 마지막으로 궁극기를 걸고 죽인 상대 챔피언을 노예로 삼는 것까지 모든 부분이 취향에 딱 맞았고, 초보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보잘것없는 LOL 실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하다 보니 챔피언을 플레이하는 방식도 많이 변했는데, 처음에는 죽음불꽃 손아귀라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상대 챔피언을 순식간에 죽이고 노예로 삼는 플레이를 주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날 패치로 그 아이템이 약해지자 정반대로 처음부터 포션을 엄청나게 사가서 버티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도 해 보고, 패치로 그 플레이도 막히자 상대와 비슷하게 크자는 마음가짐으로 후반까지 가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플레이로 바꾸는 등. 돌이켜 보면 모데카이저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스타일이나 아이템 트리는 거의 다 시도해본 것 같다. 그야말로 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통해 게임 전체를 배운다는 느낌일까.


그리고 또 하나, LOL이라는 게임을 이야기할 때 E스포츠를 빼놓을 수는 없다. LOL 플레이에 조금씩 질려갈 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한국 LOL 프로리그, 롤챔스는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며 수없이 감탄하고 가끔은 혼자 소리도 질러대면서 참 많은 밤을 지새웠다.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는 단순히 '게임을 잘한다' 라는 수준을 넘어 '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어떻게 저런 용기와 결단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적도 많았고, 가끔은 단순히 게임을 본다고 하기보다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의 창조성을 감상한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 전에는 프로스포츠라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도 흥미도 없었는데, 롤챔스를 통해 어째서 프로의 경기에 열광하는지, 팬심이라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체험하게 되었다고 할까. 좋아하는 팀이 경기하는 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롤챔스 경기를 틀어놓으면 그 순간만은 세상에 아무 것도 부러운 게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LOL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를 즐긴 기간은 그렇게까지 길지 않았지만, 그 대신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방식으로 즐기게 된 시간이 더 길었던가. 그 절정은 작년이었는데, LOL 세계대회, 일명 '롤드컵' 이 한국에서 개최되어서 친구와 함께 결승전을 직접 관람하러 가기도 했다.


비록 요새는 바쁜 일상과 여러 사정 때문에 롤챔스도 못 보고, 이제는 현재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 이름도 잘 모를 정도지만, 롤챔스를 안주삼아 먹던 맥주의 맛만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언젠가는 다른 게임에서도 그런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런지. 한편으로는 바라마지 않는 일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때의 즐거웠던 경험이 퇴색될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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