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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16 | 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 오렌지향
  2. 2014.05.16 | 커클랜드 아몬드 밀크 초콜릿 1
  3. 2014.05.04 | 보컬트레이닝. 4
  4. 2014.04.30 | 커클랜드 감자칩에 대하여 3
  5. 2014.04.27 | 그런 계절-루시아
  6. 2014.04.26 | 로시난테-이적
  7. 2014.04.26 | 나의 가장 큰 고민. 1
  8. 2014.04.26 | 블로그 시작.

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 오렌지향

취미/음식 | 2014. 5. 16. 14:24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즘 수입과자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 언젠가 한 번은 수입과자 전문점에라도 가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 앞에 떡하니 가게가 하나 생겨버렸다. 점포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웬만큼 이름 들어 본 외국 과자들은 대부분 있었고 못 들어본 과자들도  꽤나 많았기에 싼 것 위주로 몇 개쯤 사보기로 했다. 집에 커클랜드 감자칩이랑 초코볼이 많으니, 빈 자리를 채워줄 뉴 페이스로 적합한 건 쿠키류 정도. 조금씩 먹으면서 새 거 뜯을 때마다 한 번씩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런 관계로, 오늘 포장을 뜯은 첫 타자는.





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 오렌지향


포장 디자인의 컨셉은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인 듯. 중앙에 위치한 대영 제국? 삘이 나는 문양과 과자 사진, 의미를 알 수 없는 중량 표시 옆의 동그란 체크무늬로 적절히 균형을 잡고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옅은 나뭇가지 모양 무늬가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리고 퍽퍽해 보이는 외면이 약간 칼로리바란스? 삘이 나기도 하고, 그래도 삼각형 모양이라 나름의 멋은 있는 것 같다.





큰 곽을 뜯으면 안에 은색 포장이 한 겹 더 되어 있고,




한 번 더 뜯으면 드디어 트레이에 담긴 쿠키들의 모습이 보인다.


깨지거나 한 건 전혀 없지만, 생각보다 많이 묻어있는 가루가 이중 포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 눈에 알게 해 준다.


트레이에 담긴 모습이 우리나라 곽과자들의 완충재 수작질을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구조다. 과자보다 약간 작은 칸에 쿠키들이 비스듬히 두 개씩 담겨 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모든 쿠키 칸을 가로로 ↑↓↑↓ 형태로 교차로 배치해 칸을 하나 줄일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역시 외국 회사라 우리나라처럼 개발 의욕이 충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관계로 총 개수는 10개.



근접샷


뭐 그냥, 전형적인 쿠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맛도 칼로리바란스보다는 덜 퍽퍽하고, 버터링 같은 질감에 가까우면서 적당히 달다.

그다지 느끼하지도 않고, 오렌지향도 대놓고 팍 느껴지는 건 아니고 먹다 보면 '아' 할 정도. 은은한 맛이다.

오렌지향이 입으로 느끼는 것보다 쿠키 자체의 냄새에서 조금 더 잘 느껴지는 그런 정도?


역시나 쿠키답게 커피나 차랑 같이 먹기 좋고, 느끼하지 않으니 그냥 일반적인 음료랑 먹어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




성분표

국내 제품 중 비슷한 쿠키류인 버터링과 비교해 보았다.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

버터링 160 18 6 2 9 5 65
로얄브리티시 160 20 7 2 8 4 110


조금 많이 들어간 나트륨을 제외하고는 별 차이가 없다. 쿠키 종류의 제법은 어디나 대충 비슷한가 보다.

다만 이게 30g 기준인데, 저 정도 나트륨량이면 나트륨/중량비가 3.7 정도로 저번에 포스팅했던 웬만한 감자칩들 수준이라; 생각보다 꽤 짠 음식인 거 같긴 하다.


하지만 뭐, 감자칩처럼 한 번 먹을 때마다 끝없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차와 곁들여 조금씩 먹는 쿠키로서는 그다지 단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86g에 1500원짜리 버터링에 비하면, 100g에 천원이라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성비도 과연 수입과자다운 요소.

저렴하고 적당히 퍽퍽한 쿠키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먹어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 하다.

 

커클랜드 아몬드 밀크 초콜릿

취미/음식 | 2014. 5. 16. 00:46
Posted by 메가퍼세크

얼마 전에 인터넷을 돌다가, 우리 나라와 일본의 아몬드 초콜릿 용량 비교에 대한 글을 봤다.


네모난 트레이에 초콜릿을 무식하게 많이 때려박기만 한 개발 의욕 떨어지는 일본 메이지사의 아몬드 초콜릿에 비해, 열두 개의 규칙적인 홀을 파서 아몬드의 파손을 방지하고 미적인 가치까지 추구한 우리 나라의 선진적인 포장을 칭송하는 글이었다.(반어법)


그것도 초콜릿 간의 간격이 너무 좁아 서로 스크래치를 내거나 튀어나갈까 염려했는지, 다시 두 개를 줄여 10개들이 전용 트레이를 새로 개발하는 장인정신까지!


개인적으로 아몬드 초콜릿의 그 맛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런 개수작들을 알고 나니 도저히 사먹고 싶지 않아져 대안을 찾아보았다.


그 글에 나왔던 일본 메이지사의 아몬드 초콜릿은 직접 수입되지 않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전에 샀던 감자칩의 상표인 커클랜드에서 아몬드 초콜릿이 나온 것을 발견했다.


국산 롯데 아몬드 초콜릿은 42g에 1400원, 커클랜드 아몬드 초콜릿은 1.36kg짜리 통 하나에 약 2만원 안쪽.


무게는 32배인데 가격은 14배...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질렀다.


그리고 그 위엄 넘치는 결과물.




사진이 좀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거의 1:1 사이즈라고 보면 된다. 모니터에 대 보니까 이것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용기는 보다시피 플라스틱 재질로, 배송 중 파손 걱정 같은 건 거의 없어 보인다.


위쪽이 좀 비어있는 건 원래 그런 게 아니고, 좀 먹어서... 원래는 꽉 차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몬드 근접샷.




기본적으로 모양은 롯데 아몬드 초콜릿과 거의 똑같다. 미국 아몬드라 그런지 세로로 조금 더 길쭉하지만.

아무래도 공정이 다른지,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홀에 넣어 포장하는 롯데 초콜릿과는 다르게 모양이 조금 더 불규칙하다. 뭐 한 95%는 균일한 모양인데, 오른쪽 아래의 뚱뚱이나 위쪽의 겸형 적혈구처럼 생긴 것들이 한두 개씩 섞여 있다는 거다. 그리고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무게도 상당해서, 아래쪽 초콜릿들은 꽤 찌그러져 있다.


단면을 봐도 롯데 초콜릿과 큰 차이는 안 나는데, 단지 초콜릿이 조금 더 두껍고 미국제답게 맛이 진한 편이다.


진한 초콜릿 맛 좋아하는 사람이면 특히 만족스럽겠지만, 너무 단 거 싫어하면 조금 생각해 보길. 입맛에 맞는다면 중독성도 상당해서 커클랜드 감자칩처럼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산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 1/4 정도가 사라졌다...


그나마 맛이 진하고 달아서 쉴새없이 먹을 수는 없다는 게 다행.


마지막으로 성분표를 대강 살펴보자.





롯데 아몬드 초콜릿의 경우 1회 제공량 42g당 열량은 240kcal, 탄수화물 18g, 당류 15g, 단백질 4g, 지방 17g,포화지방 7g, 나트륨 20mg이므로


같은 42g으로 환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칼로리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

롯데 240 18 15 4 17 7 20
커클랜드 224 18.2 14 4.2 16.8 5.6 21


뭐, 포화 지방량 약간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저번 감자칩도 그렇고, 분명 국산보다 강한 맛을 가졌는데 영양 성분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신기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소하고 단 맛, 은근한 중독성, 그러면서도 너무 자주 먹을 수 없는 진한 맛,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가격 대비 용량까지 갖추어 틈틈이 집어먹는 간식으로 최적이라는 느낌?


진한 초콜릿 맛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 번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보컬트레이닝.

보관소 | 2014. 5. 4. 22:06
Posted by 메가퍼세크

작년 6월 말.


오랫동안 여러 사정으로 계속 미뤄왔던 보컬 트레이닝을 드디어 받기로 했다.


몇 달 전 친구와 같이 돌아다녔던 학교 근처의 여러 학원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회기역 쪽의 '스트럼스타일' 학원에 등록하고, 첫 달 강습비로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질러버린 후 바로 다음 주부터 레슨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학원의 보컬 선생님은 가수 지망생인 '소담' 이라는 분으로, 프로젝트 앨범으로 곡도 하나 내신 분이었는데 성격이 털털하셔서 수업 분위기는 항상 편했다. 첫 시간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복식호흡, 음정 연습 등의 기본기에 대해 배웠고, 두 번째 시간에는 평소에 자주 부르던 곡의 악보를 가져와서 목소리나 창법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무슨 곡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노래방에서 키 덜 낮추고 부를 수 있었던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 를 선택해 가져가 불렀는데, 평가는 그럭저럭. 목소리가 좋은 편이니 이적이나 김동률 같은 가수들 곡 중심으로 연습해 보라고 하셨다. 노래부를 때의 나쁜 버릇, 어설픈 비성이나 호흡과 같은 문제도 많이 지적해 주셨고.


그 이후로는 여러 연습곡을 중심으로, 곡의 표현에 필요한 여러 기술들을 차례차례 배우기 시작했다. 한 곡에 걸린 시간은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한 달 근처. 모두 기억이 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겠다.


1.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임재범


-두 번쨰 레슨 후 쌤이 어울리겠다며 정해 주신 노래다.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면' 이라는 첫 소절에서 락~할 떄 항상 호흡을 다 써버려서 쌤이 뭐 이리 야하게 부르냐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기본적인 호흡 관리와 완급 조절,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올바른 발성법을 중심으로 배웠다. 호흡량이 작아서 조금 길다 싶은 구간에서는 무조건 끊어 불렀는데, 임재범의 라이브 영상을 보니 그냥 쭈우우욱 부르면서 성량도 더럽게 크고 바이브레이션까지 넣길래 멘붕했던 기억이 있다.


2.오래된 노래-김동률


-첫 곡이었던 가로수가 끝나고 평소 하고 싶었던 곡을 골라 오라고 하셔서 선택했던 곡이다. 김동률 노래는 그나마 저음 톤이고 잔잔하게 부르는 곡이니 쉽겠거니 하고 골랐는데, 결과적으로는 철저한 오산이 되었다. 매 소절마다 나오는 바이브레이션과 끝나지 않는 고음부 때문에 곡을 배우는 내내 고통받았으니까. 배를 잔뜩 부풀리고 키보드 앞에서 혼자 아아. 아아아. 하면서 바이브레이션 연습만 수십 시간은 한 것 같다. 그래도 막상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가니까 내 목소리에 가장 잘 어울렸고, 지금도 연습한 곡 중 가장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곡이다.


3.good bye-air supply


-팝송. 다른 노래를 부를 때 겪던 문제들에 발음 문제까지 합쳐져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곡 자체는 좋았는데 다음 곡의 사정 때문에 그리 오래 하지는 못했다.


4.the concert-김동률


-졸업하기 전에 학과 행사에서 노래를 해 보고 싶어, 그 전 곡을 접고 연습했던 곡. 오랜 시간 동안 꿈꿔왔던 무대에 올라 눈부신 조명 속에서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마치고 내려간다는, 졸업 무대에 어울리는 멋진 가사 때문에 선곡했다. 


김동률 특유의 바이브레이션 때문에 오래된 노래에서와 같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곡에서는 네다섯 마디가 넘는 긴 바이브레이션으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 많아서 더 고생했다. 똑같은 멜로디에 점점 조를 바꿔가며 웅장해지는 구성이 듣기에는 참 좋은데 부르는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었고, 결국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를 살짝 내리고 마지막 8마디 바이브레이션을 다소 포기하면서 타협해서 불렀다.


실전에서는 엄청난 긴장 때문에 음정도 불안해지고 분위기도 제대로 못 살리고 여러 가지로 만족할 만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5.서울의 달-김건모


-리듬감 있는 노래도 한 번 해 보자는 취지에서 쌤이 선택해 주신 노래. 일반적인 발라드 같으면서 리듬 타는 부분도 꽤 있는 참 특이한 곡이었다.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6.기억의 습작-김동률


-하고 싶은 곡을 다 뽑아 오래서 한 7개를 뽑아갔는데 제일 뒤쪽에 있었던 이게 뽑혔었다. 이것까지 해서 김동률 노래를 이미 두 개나 연습해서 그나마 좀 나았고, 살인적인 난이도를 자랑했던 the concert에 비하면 천국이었지만 역시 고음부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고생했다. 처음 부분부터 올라가기 전까지는 괜찮다가, '나에게 말해봐' 부터 시작되는 엔들리스 고음부를 다 부르고 나면 온몸의 힘이 다 빠져서 떡실신. 최고음도 장난 아니게 높다 보니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삑사리가 나기 십상이라 집중력과 체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곡이었다.


7.나란 놈이란-임창정


-불렀던 모든 곡 중에 가장 특이한 축에 드는 곡이었다. 시작하는 음역대부터 궤를 달리하고, 멜로디 진행도 급격한 음 변화가 많고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부분과 음 하나 하나를 강조하면서 부르는 부분이 명확히 나뉘어서 한 소절 한 소절이 기가 차도록 어려웠다. 그래도 뭐 지금까지 안 어려운 노래가 없었으니 그런갑다 하고 더 빡세게 연습. 노래의 맛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운 것 같다.


8.desperado-임재범


-마지막이 된 곡. 원곡이 애드립과 소울로 가득차 있어서 따라부르기가 정말 힘들었다. 거의 랩처럼 빠르게 뭉개고 지나가는 부분도 있고 음이 위로 빙빙 휘돌아 아래로 내려가는? 부분들도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따라해봤는데, 결국 임재범의 소울에는 따라갈 재간이 없더라. 결국 너무 빠른 가사나 복잡한 부분을 조금 컷트하고 오버하지 않으면서 불렀다. 나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원곡이 너무 미쳐서 따라갈 수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무려 8개월 남짓 동안 저렇게 많은 곡을 연습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 결국 무언가를 익히는 데 왕도란 없다는 것. 복식호흡, 음정 연습, 바이브레이션과 같은 여러 기본기를 몇 달 간 매주 몇 번씩 연습실에 나가 죽어라고 반복하면서 스스로는 잘 몰랐지만 매 곡마다 녹음한 파일들을 들어보면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결국 모든 과정이 끝난 지금은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보다는 꽤나 나아진 실력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아직 어디 가서 '노래 잘한다' 라는 소리 들을 만큼은 안 되지만, 계속 노래를 즐기고 스스로 단점을 고쳐 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만족할 만큼은 노래할 수 있겠지.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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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클랜드 감자칩에 대하여

취미/음식 | 2014. 4. 30. 03:26
Posted by 메가퍼세크

감자칩.


얇게 저민 감자를 기름에 튀겨 소금을 묻혔을 뿐인 이 간단한 음식은, 감자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과 튀김 과정에서 얻어진 바삭함, 그리고 그것을 증폭시키는 소금의 짭짤함이라는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조화되어 만들어진, 인류의 가장 위대한 걸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찍이 이 위대한 음식의 가치를 꿰뚫어본 나는, 초등학교 때 처음 포테토칩을 접한 이후로 국내 감자칩계에 등장한 거의 모든 제품들을 섭렵하고, 세 치 혀만으로 모든 브랜드의 감자칩을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국내 정상을 차지하던 포테토칩의 아성이 포카칩에 의해 무너지고, 수미칩과 스윙칩, 생생 감자칩과 같은 신흥 강호들의 도전으로 감자칩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 기나긴 시간 동안, 감자칩의 가격은 평균적인 물가 상승비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면서도 내용물의 충실함은 오히려 떨어지고 봉지 내 질소 충전량만 점점 늘어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기업들은 감자칩의 파손 방지랍시고 선전해댔지만, 훨씬 질소 충전량이 적었던 시절과 파손율은 별로 다를 바가 없었기에 그냥 돈을 좀 더 많이 벌어먹고 싶다는 얄팍한 상술의 결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초심을 잃어버린 감자칩 제조사들의 이런 횡포에 의해 수많은 감자칩 애호가들의 가계부채와 엥겔지수가 급속히 상승하고, 비싼 감자칩을 사먹기 위한 과도한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로 과로로 건강을 해치거나 그 비싼 과자 좀 그만 먹으라며 분노한 엄마한테 등짝을 얻어맞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없는 부조리가 발생하였고, 역사의 흐름이 언제나 그렇듯 몇 년에 걸친 세월 동안 고통에 시달리던 소비자들은 드디어 국내의 감자칩 시장을 떠나 기름과 소금이 흐르는 약속의 땅 미국의 감자칩으로 엑소더스를 감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대표주자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감자칩이다.


<그 거대한 모습>


위 사진은 이번 달 초에 옥션에서 처음 구입한 커클랜드 감자칩이 배송된 후, 그 압도적인 크기와 질량에 놀라 황급히 크기 비교를 하기 위해 찍은 것이다.


마치 쌀포대를 연상케 하는 질긴 재질의 봉투와 32oz(907g)이라는 놀라운 질량, 키보드보다 거대한 크기는 봉투에 쓰여져 있는 'POTATO CHIPS' 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것이 정말 감자칩 봉지인지 알 수 없었을 정도의 포스를 뿜어낸다.




<그 분의 존안>


질겨서 도저히 손으로는 뜯어낼 수 없었던 봉투를 가위로 자르고서야 찍을 수 있었던 내용물의 근접샷.


'크링클 컷' 이라는 이름대로 스윙칩과 비슷한 물결 무늬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너무 방대한 양으로 인해 스스로의 무게로 파손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강도는 꽤 딱딱한 편에 속한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는 상당한 기름기와, 감자칩의 내부까지 고루 스며든 엄청난 소금기를 가지고 있어 봉투를 열어놓기만 해도 바다의 냄새가 풍기고, 입 속에 넣고 있으면 삼투압 현상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으며, 봉지 안은 엄청난 기름기로 번들거리고 하나 둘씩 집어먹다 보면 손에 기름기가 배일 정도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적응력의 동물.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거 같았던 이 감자칩의 딱딱함을 바삭함으로, 소금기는 중독성으로, 기름기는 감칠맛으로 느끼게 되는 데는 채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처음 배송됐을 때 최소 일 주일은 버틸 줄 알았던 이 거대한 감자칩은 고작 삼 일 만에 모두 내 위장 속으로..

미국의 비만율이 어째서 세계 최고인지 너무도 명확하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번외로, 커클랜드 감자칩과 국산 감자칩과의 차이가 궁금해 넘치는 잉여력을 발휘해 간단히 표로 정리해보았다.


-감자칩의 주요 특징인 중량, 가격, 나트륨, 지방량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포화지방도 나타내려고 했지만 1회 분량 조작해서 0g으로 나타내는 꼼수 때문에 포기)


-모든 감자칩은 소금맛 또는 오리지널 카테고리로 선택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가격은 네이버 지식쇼핑 최저가 중 빈도수가 충분한 가격을 선택했고

성분비는 제조사 홈페이지 또는 봉지에 표기된 수치를 사용했다.


커클랜드

포카칩

칩포테토

수미칩

생생칩

중량(g) 907.000 56.000 60.000 85.000 65.000
가격(원) 8500.000 1000.000 1200.000 1300.000 1000.000
나트륨(mg) 3680.000 230.000 180.000 360.000 220.000
지방(g) 288.000 20.000 22.000 24.000 24.000
나트륨/중량 4.057 4.107 3.000 4.235 3.385
지방/중량 0.318 0.357 0.367 0.282 0.369
중량/가격 0.107 0.056 0.050 0.065 0.065


->의외로 지방과 나트륨 함량에서는 커클랜드 감자칩이 크게 특출나지 않았다.

포카칩과 수미칩의 나트륨 함량은 커클랜드 감자칩과 비슷했고, 칩포테토와 생생칩은 생각보다 나트륨이 적었다.

지방 함량은 오히려 수미칩을 제외한 국내의 타 감자칩에 비교해 커클랜드 감자칩의 지방 비율이 오히려 적었다.



가장 중요한 중량 대비 가격비에서는 당연히 커클랜드 감자칩의 가성비가 월등했다.

-그나마도 위의 표는 인터넷 배송 기준으로 작성되었고, 보통 용량이 적은 국산 감자칩은 오프라인에서 비싸게 사 먹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성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처 슈퍼나 마트에 진열된 포카칩의 가격은 1500원 선인데, 이 경우 중량/가격비는 0.037로 커클랜드 감자칩의 거의 1/3로 떨어진다.


-결론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국산 감자칩 따윈 버리고 커클랜드 감자칩을 먹자는 것이다.

 

그런 계절-루시아

취미/음악 | 2014. 4. 27. 20:08
Posted by 메가퍼세크



아는 형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정주행하다 발견한 좋은 곡 하나.


루시아가 누군지 이 곡으로 처음 알았는데, 목소리가 참 잔잔하면서도 이런 시적인 가사에 참 잘 어울리는 가수인 것 같다. 이 곡에서는 공기를 좀 많이 섞어 불러서 자칫 꽤 느끼할 수도 있었는데, 문학적인 가사와 완성도 높은 곡 덕분에 꽤 잘 매치되는 느낌이다. 작사도 직접 했다는데, '형벌같은 이 봄' 같은 구절들을 보면 감수성이 참 풍부한 듯.


곡 자체도 좋지만 뮤비는 정말 멋지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려 곡의 이야기를 더 깊게 확장시켜 표현했다는 느낌? 무음 상태에서 책이 펼쳐지면서 멜로디가 시작되는 것도 그렇고, 흑백으로 표현되던 남녀가 만나 색깔을 가지고 춤추다가 다시 사라지는 연출이 참... 천천히 왔다 금방 가버리는 봄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실제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한 컷 한 컷 따라그리는 '로토스코핑'이라는 기법으로 제작했다는데, 사실적인 움직임을 잘 표현하면서도 애니메이션적인 표현도 잘 살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에 뮤직비디오라는 게 그냥 아이돌들이 잔뜩 폼잡고 나와서 옷 갈아입으면서 춤추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런 잘 만들어진 '작품' 을 보면 '아. 뮤비도 종합 예술이었지' 하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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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난테-이적  (0) 2014.04.26
 

로시난테-이적

취미/음악 | 2014. 4. 26. 02:01
Posted by 메가퍼세크


이적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


처음 듣고 잔잔한 느낌과 가사에 꽂혔는데 제목인 로시난테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니, 돈키호테에 나오는 주인공의 애마라고 한다. 기사도 소설에 빠진 주인 돈키호테 영감이 마굿간에서 끌어다 타고 떠난 늙고 비루먹은 말.


돈키호테 원작 소설은 풍자적인 성격도 있고 기본적으로는 진지하지 않은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이 노래에서는 돈키호테가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무모하게 길을 떠나는 낭만적인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기사도 소설에 푹 빠져버려 이미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라도 끝까지 꿈을 쫓기로 결심한 시골 영감. 참 흔한 구도지만 얼마나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인가. 특히 "언제고 떨쳐낼 수 없는 꿈이라면,쏟아지는 폭풍을 거슬러 달리자" 라는 부분은 정말 맘에 든다.


말발굽 소리 같은 타악기와 규칙적인 베이스 라인 위에 얹혀진 달관한 듯한 보컬, 그리고 잔잔한 기타 멜로디. 이 모든 것이 로시난테 위에 타고 넋두리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항상 눈을 감고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래는 이 노래 때문에 오랜만에 돈키호테에 꽂혀서 구글을 뒤지며 이것저것 검색하다 발견한, 돈키호테를 각색한 뮤지컬에 나오는 '이룰 수 없는 꿈' 이란 노래의 가사.

 

어쩌면 이적이 저 가사를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Dream the impossible"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Do the impossible love"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Fight with unwinnable enemy"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Resist the unresistable pain"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Catch the uncatchable in the sky."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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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고민.

자아성찰/가치관 | 2014. 4. 26. 01:21
Posted by 메가퍼세크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춘기가 되면 자신의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 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적어도 교과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 정도부터 나도 그런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왜 살고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뭐 이런 내용들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이런 질문들이 내 인생의 방향과 의미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고, 며칠 밤낮을 고민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난해한 문제였지만 가끔씩은 그럴 듯해 보이는 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지기도 하는 아리송함도 있었기에 매일 매 시간마다 쉬지 않고 그 문제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저녁에 자려고 누웠을 때조차 매일 생각만 하다가 새벽까지 잠을 못 잘 정도로 열심히. 혹시나 답이 쓰여 있지 않을까 싶어 책도 참 열심히 봤다.(주로 철학책)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나는 왜 사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 보았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결론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때의 나로서는 내가 아는 어떤 지식과 논리를 동원해도 내가 세상에 태어날 당위성도, 필연성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우선 영향력의 문제. 세상과 우주는 엄청나게 넓고, 거기에 존재하는 사람과 생명체의 수도 엄청나게 많고, 내가 존재하는 것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넓어야 우리 동네 정도에 국한될 뿐. 조금만 범위를 넓혀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드물고, 내가 여기 존재함으로서 영향을 받는 사람도 사실상 없다. 나의 존재는 말하자면 티끌과 같아,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미물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는 내가 내일 길을 가다 차에 치여 죽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몇 달 동안 내 장례식이나 사망 신고, 그 외의 여러 감정적인 일들로 주변 사람들이 약간의 소란을 겪는 것 외에는, 큰 일이 없을 것이다. 일 년만 지나도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흔적과 증거는 거의 사라지고, 60억이 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애초에 모르고 있었고, 이후로도 모르고 살 것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른다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물론 아니다. 내가 만약 역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업적을 남겨 전 세계에 영향력을 떨치고 수백년 동안 길이길이 기억되는 사람이 된다고 해도,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나는 죽고, 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그 모든 현상은 광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구석에서 일어나는 국지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전의 나에게는, 세상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하나하나는 모두가 무언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언젠가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잊혀질 것이라는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런 믿음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그 작은 균열은,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빅 뱅이니 진화론이니 하는 것들이 나오는 책들을 읽어대기 시작하면서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빅 뱅으로부터 생성된 우주는 물리법칙에 따라 자연적으로 변화하여 태양계와 지구를 생성했고, 지구의 환경은 생명체의 발생에 좋은 환경이었기에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뭉쳐 생명체를 만들었으며, 그 생명체들은 자기들간의 자연 선택을 거쳐 인간이 되었다는 과학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각각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단서 따위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개체들과 나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조차 나와 있지 않았다.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생각의 연쇄는 당시의 나를 끝없이 절망하게 만들었고, 스스로 판 허무주의의 늪에서 몇 년의 세월을 허우적대게 만들었다. 중간중간에 어떤 계기들로 인해 자신의 의미를 찾고,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처럼 보이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이었다.


뉴턴이 고전역학을 처음으로 정립하여 출간한 '프린키피아' 라는 책의 서문을 보면서, 300년도 더 전의 천재가 생각하던 내용을 지금을 살아가는 내가 이해하고 있고,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을 때. 밀려오는 감동 속에서 나도 이처럼 놀라운 업적을 남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지구라는 행성, 인간이라는 종, 지성과 문명이라는 것들이 매우 일치하기 어려운 여러 많은 요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로또와 같이 낮은 확률을 뚫고 생겨난 산물이며 외계의 생명체를 찾으려고 했던 현재까지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주의 유일한 지성체로 보이는 인간이라는 종, 그리고 그 일원인 내가 무언가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공간과 시간의 무한성, 내 자아의 당위성 부재와 같은 몇 가지 강력한 문제들에 의해 스스로 논파되어 다시 괴로워했다.


종교에 기대면 해결될 문제일까 싶어 잠시 교회에도 나가 봤지만 그곳에는 도저히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기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철학 책들도 정말 많이 뒤져 봤지만 나와 같은 문제에 대해 생각한 책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기나긴 탐색 끝에 자포자기하는 기분으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세상에 의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테두리 안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 의미란 없고, 단지 우연히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이라는 종으로 태어난 내가, 죽을 때까지 즐길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느끼고 싶은 것을 느끼며, 주어진 시간을 살고 언젠가 죽어 존재가 천천히 소멸되는 그런 시간.


그렇기에 헛된 질문을 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그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최대한 많은 만족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피시방에 가서 열 시간을 선불로 낸 사람처럼.


물론 한 눈에 봐도 알다시피 이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고, 그렇기에 삶의 지침이 될 명확한 목표나 기준이 없는 나는 지금도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길 때마다 수많은 고민으로 인해 머리가 아픈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만의 기준을 임의로 정하는 것은 종교를 믿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용납이 되지 않기에, 아마도 영원히 이렇게 살다 갈 운명인가 보다.


어쩌면 나만 하는 고민은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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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시작.

잡설 | 2014. 4. 26. 00:39
Posted by 메가퍼세크

기억나지도 않는 오래 전 어느 날, 어딘가에서 줏어온 초대장으로 개설했던 블로그.


평소 글을 쓰는 건 좋아했지만, 막상 멋진 블로그까지 개설하고 첫 글을 쓰려니 너무 오글거려서 그냥 접어뒀었다.


몇 년이나 시간이 지난 지금, 심심풀이로 페북에 써재끼던 뻘글들이 너무 길어지고 SNS에 다 표현하기 힘든 관심사들이 많아져 편하게 풀어놓을 창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버려 뒀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다시 찾았다.


부족한 글 솜씨와 바보같은 생각으로 가득 찬 내 글들을 봐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만족으로 시작한 블로그인 만큼 사소한 부분들은 신경쓰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마음대로 풀어놓으려고 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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