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선택의 문제에 대하여

자아성찰/가치관 | 2016. 9. 26. 23:16
Posted by 메가퍼세크

언제나 선거철이 되면,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투표해라, 누구를 찍어라, 찍을 사람이 없으면 무효표라도 던지라는 외침. 낮은 투표율과 선거일을 놀러 가는 날로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다.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만스러운 생각이 든다.


 물론 전체 사회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심사숙고해서 투표하고, 결과적으로 최적의 지도자들 뽑아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겠지만,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고 민주주의라는 체제가 인류에게 필연적인 것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판단의 기준을 자기 마음대로 정할 권리 또한 있다.


 생각해 보자. 개인의 입장에서 투표란 복잡한 행동이다. 후보자 각각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고, 투표장에 직접 가기까지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반면 그로 인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작아도 최소 수천, 수만 표에서 수백만 표가 왔다갔다하는 일반적인 투표에서 한 사람의 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내려가야 한다. 아주 적게 만 명이라고만 가정해도 한 사람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0.01%.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고, 결국 개인의 입장에서 투표라는 행위가 주는 실질적인 이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투표를 할까? 누구나 알다시피, 이것은 의미 부여의 문제다. 세상에는 아주 작은 영향력이나마 자신이 행사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비록 스스로에게 별 이득이 없고 투자해야 하는 것만 있는 일이라도, 스스로 당위성이나 의무감, 행위에 따른 의무감 등을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특질이 결코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의 것이어야 할 필요 또한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없고,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의미 부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며, 심지어 법으로 보장된 투표의 권리가 '국민의 의무' 같은 거창한 구호와 함께 사회적 선으로 취급되고,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인식이 그 반대급부로 나빠지는 현재의 세태는 과연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충분한 투표율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으로 지탱되는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무관심의 자유' 라는, 또 다른 가치 또한 존중되는 세상을 원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개인적으로는, 내가 투표를 하는 행동의 결정이 그 행동의 사회적 인식이나 투표 안 한 사람에 대한 주변의 싸늘한 눈길에 의해서보다는 투표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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