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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을 보고 실망하다(스포일러)

취미/영화 | 2014. 8. 6. 02:26
Posted by 메가퍼세크

※이 글은 모두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한 마디로, '최악' 이었다.


영화를 볼 때 내가 싫어하는 모든 요소들을 한 데 버무려 섞어놓은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까웠다.


얼마나 개판이냐 하면,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원래 없던 '영화' 카테고리를 만들어서까지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정도로 개판이다.


나 자신도 지금의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역설적으로 명량이라는 영화에서 '꽤 괜찮다고 느꼈던' 몇 가지 점부터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장점-


1.최민식의 연기


극중 이순신의 복잡한 심경을 정말 잘 묘사해냈다고 생각한다. 대척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구루시마' 류승룡은 억지 설정과 표정의 제약 때문인지 오글거리기만 했기에 더욱 돋보였다.


2.'나름'의 고증 노력(아주 조금)


...적어도 명량 해협에 철쇄를 깔았다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없었고, 전투 초기에 이순신의 대장선만이 혼자서 싸웠다던가, 포격전으로 왜군의 배를 요격했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감독 나름대로 눈꼽만큼이라도 고증을 고려한 연출로 보였다. 대신 어쩌면 그보다도 심할 수 있는 엄청난 오류들을 추가로 저질렀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무시한다.


3.'나름' 멋진 해전 묘사


바다와 물살의 CG라던가, 포격전에 관련된 묘사가 매우 멋있었다.(고증은 모르겠지만) 왜구와 백병전하는 장면도 전체적으론 식상했지만 딱 두 장면, 창을 일제히 위로 세우고 왜구들의 접근을 막는다거나 근접거리 포격으로 적을 날려버리는 부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단점-


1.그냥 아예 말조차 안 되는(개연성이 부재중인) 전개들.


고증이고 뭐고 운운하기 전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산재해 있다.

슥 자르면 피도 별로 없이 뚝 떨어지는 목이라거나, 멀리서 곡사로 쐈는데 팔이나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화승총 정도는 애교로 봐준다고 해도 말이다.


-보급도 개 딸릴 상황에 최소한 부하들의 개인 물자, 소중한 물건, 미처 나오지 못한 사람까지도 있을 수 있는 마을에 큰 불을 내버리고 자랑스럽게 연설하는 이순신 장군이라던가(불이 번지면 어쩌려고?)


-'작용 반작용의 법칙' 도 모른 채, 졸라 큰 배에 작은 배 십수 척을 밧줄로 연결해 '인력' 으로 끌어당기려는 똥멍청한 민중들과, 심지어 작은 배는 미동도 없이 큰 배가 끌려오는 뉴턴 할아버지가 지옥에서 통탄할 만한 병신같은 현상이라던가(회오리까지 있었는데!)


-후반에 배 몇 척한테 포위돼서, 이미 상륙한 인원이 갑판의 반절이 넘는 절체절명의 백병전 상황에서 포로 근접 샷 한 방으로 왜군 배들을 날려버리니 갑자기 수적 열세였던 조선 병사들이 스팀팩이라도 빨았는지 왜군 병사들을 순식간에 도륙내버리는 병신같음과(심지어 어깨에 용가리 두 마리 붙여서 눈에도 겁나게 잘 띄는 이순신 장군님은 난전 와중에도 절대 노리는 일이 없는 눈병신 왜군들도 포함)


-신기전인지 뭔지 화살에 무슨 통 달아놓고 분명 도화선인지 뭔지에 불을 붙였는데, 그걸 또 수십 초 이상 기다리다가 별다른 기폭 장치 조작도 없이 쏘는 장면에서는 그냥 실소만이 나올 뿐이었다.


-전시상황인데 쓰잘데기없이 더럽게 세밀하고 거대한 용대가리를 붙여 넣은 쌔삥 거북선도 혹자의 눈에는 긴장감을 박살내주는 피식의 대상이 될 수 있었겠고.


극의 기본 중의 기본인 개연성 자체가 박살나 있기에, 몰입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계속 진지하다가 어이 털리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상황상 개그는 또 아닌 것 같고. 뭐 어쩌라고?


2.말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닌데 졸라 식상하거나 재미없거나 쓰잘데없는 장면들.


이 쪽은 훨씬 심각했다.


1번의 이유로 극의 메인 전개 자체도 그다지 튼튼하지 못했는데, 거기에 가장 전형적이고 뻔하고 재미도 의미도 감동도 없는 병신같은 잔가지들을 수없이 쳐 놨다.


-시작부터 끝까지 저걸 왜 넣었는지 이해도 안 가는 눈 먼 부인과 백성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백성들이 배 끌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오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간간히 복선 깔아주면서 비장의 카드로 쓰일 거 같더니, 그냥 부하 한 명의 자폭과 백성들의 억지 신파극으로 존재를 알게 되어 터져버린 자폭선.


-판옥선의 높이가 세키부네보다 2미터 가까이나 높았다는 고증을 무시하면서까지 집어넣은, 우리나라 사극에 안 나오는 걸 도통 볼 수가 없는 쓰레기같은 백병전.


-현대로 치면 모자에 별이 서너 개는 달려 있을 이순신 장군님께서 친히 내려와 훨윈드를 돌아주시거나, 배에 올라와 난봉을 피우는 라이벌(?) 구루시마를 여럿이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리는 판에 박힌 연출은 너무나도 지겨웠다. 물론 화살 몇 방 쳐맞고도 좀비새끼같이 걸어가는 신도 대체 왜 넣은 건지 참.


-애초에, 해전 영화에 라이벌 따위를 만들어야 하는지부터가 의문이기도 하다. 대체 어째서, 구루시마 따위를 이순신의 라이벌로 끼워 맞춰야 했는가? 이순신한테 허구한 날 털려서 뭐 포장할 것도 없는 마당에, 중간에 합류한 해적 출신 장군과 기존 수군 장군들 사이의 갈등이라는 별 쓰레기같은 이벤트를 억지로 넣어주면서까지 말이다.


-그것도 없던 설정을 끼워넣을 거였으면 연출이라도 잘 해 줄 것이지, 장면도 개판에다 괜히 근거 없는 카리스마나 만들어보려고 일본 장수 목에 칼을 들이대기나 하질 않나, 눈은 항상 부릅뜨고 다니니 더 오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이건 연기력 문제일지도)


-아 물론, 무슨 게이새끼같이 얼굴에 허옇게 화장하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 강선도 없는 조총으로 저격질하다 화살로 역저격맞고 뒤진 멍청한 저격수도 빼놓을 수 없고.


-마지막으로 후일담에 나오는 대화도 너무 영양가가 없었다. 이긴 다음에 별안간 뜬구름이나 잡고 앉아있으니.


원래 기본 바탕이 좋았으면 모르겠는데, 기본 줄기부터가 막장인데 뻔한 클리셰들을 마구마구 쳐넣은데다, 몇 안 되는 떡밥들조차 애매하거나 찌질하게 마무리지어 버리니 그냥 말이 안 나오더라.


쓰잘데기 없는 등장인물들만 컷트해도 얼추 전체의 1/3은 빠졌을 거 같은데, 그 돈으로 메인 스토리를 더욱 완성도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총평-


그 누구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영화다.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점은 명량 대첩이라는, 삼국지로 치자면 적벽 대전쯤 될 신화적인 전투를 이런 식으로밖에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 . 최고급 횟감으로 매운탕을 끓인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적 연출과 극적 장치, 클리셰라는 갖은 양념으로 소재를 빛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찬란하게 빛나는 최고급의 소재를 다룰 때만은 양념을 자제하고 그 본연의 맛을 극도로 살리는 데 집중하는 절제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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