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김동률 'The concert'

경험 | 2015. 10. 12. 11:31
Posted by 메가퍼세크

김동률 콘서트에 다녀왔다.


몇 년 전 김동률 음악에 걷잡을 수 없이 꽂힌 때부터 언젠가는 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 돈이라던가 시간이라던가 망설임 같은 자잘한 문제들로 몇 번 없던 기회들을 항상 놓쳐오다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갈 수 있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콘서트의 이름은 'The concert'. 콘서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그린 곡의 제목.

원래부터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콘서트의 제목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으로 꺼내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콘서트보다는 음악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곡 하나하나마다 세심한 편곡으로 곡 자체의 분위기와 전체의 흐름을 살렸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소리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지가 많은 부분에서 느껴졌다. 전체적인 곡의 템포도 조금 느리게 잡았는데, 한 음 한 음을 놓치지 않으며 전력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김동률의 모습을 보며 가수도 성대라는 악기를 사용하는 연주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곡 사이의 멘트 시간도 그랬다. 말주변도 별로 없고 말투도 조용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지함과 겸손함이 느껴졌고, 곡에 대한 설명이나 관객에 대한 감사를 말할 때는 활기가 느껴졌다. 이 사람은 정말로 교과서적인 '음악가' 구나.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치고 음악에서 모든 것을 얻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곡의 레퍼토리도 대부분 오래된 앨범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누구나 아는 곡도 있었지만 조금 생소하거나 새로 알게 된 곡들도 꽤 있었다. 거의 모든 곡이 최고였지만 가장 좋았던 곡은 '그게 나야', '그 노래', '동행' 의 세 곡.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감정의 흐름이 머리에서 머리로 직접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음에도 가볍거나 활발한 곡들의 선곡이 거의 없었다는 점. 개인적으로 '구애가' 나 '출발' 같은 곡들도 듣고 싶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이적이나 소속사 막내 같은 게스트를 활용해 분위기를 잠시 전환시키기는 했다. '거위의 꿈' 이나 'advice' 같은 듀엣 곡들도 좋았고, 이적이 '하늘을 달리다' 로 한바탕 뒤집어놓고 간 분위기를 질 수 없다며 '취중진담' 으로 수습하는 모습도 웃겼다. 아무래도 힘들었는지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몇 소절을 날로 먹는 부분도.


올림픽 체조경기장이라는 큰 무대는 그동안 경험했던 공연들과는 많이 달랐고, 사람들의 바다에 파묻혀가며 운동 경기 관람용의 딱딱하고 좁은 의자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만여 개에 달하는 좌석을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교감한다는 것은,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얻을 수 없는 희소한 행복이겠지. 언젠가 나도, 어느 분야에서든 저런 행복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콘서트의 마지막 곡을 들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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