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다 문득 든 생각.

잡설 | 2014. 11. 25. 10:06
Posted by 메가퍼세크

오늘, 아침 시간을 놓쳐 커피와 과자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단 과자를 먹고, 다시 쓴 커피로 입가심.


평소처럼 그렇게 반복하다 문득, 이 과정이 참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으면 입 안이 쓰지도 않았을 것을, 일부러 쓴 커피를 마셔 놓고서 단 과자로 그 쓴맛을 중화시키고. 입 안에 맴도는 엄청난 단맛을 다시 쓴 맛으로 씻어내려 커피를 마시고.


0에서 시작해 1을 더하고, 2를 뺴고, 다시 2를 더하는 무의미한 반복이 아닌가.


물론 한 순간 달았던 순간과 썼던 순간, 즉 1과 -1이었던 순간의 경험은 내 기억에 남았고 그 증거로 배에 들어간 과자와 커피의 포만감도 남아 있다.


과자의 단맛과 커피의 쓴맛이 +와 -라면, 포만감은 둘 다 +로 작용한다.

결국 내가 한 일은 포만감이라는 길을 걷기 위해, 왼쪽 앞으로 진행하는 과자라는 방법과 오른쪽 앞으로 진행하는 커피라는 방법을 번갈아 사용하며 지그재그로 걸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은 무수히 많다.

점심에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면 저녁에는 따뜻한 밥을 먹고 싶고

매일 잔잔한 음악만 듣다 보면 가끔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이 듣고 싶고

따뜻한 방 안에서 쉬다 보면 밖에 나가 산책하면서 바람을 쐬고 싶은 법이다.


이런 일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실 배를 채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밋밋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 된다.

그럼에도 어떤 맛을 가진 음식을 먹는 것은 결국 맛이라는 '쾌감'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음악을 듣는 것, 휴식을 취하는 것도 결국 어떤 종류의 쾌감을 느끼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여러 종류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전에 선택했던 행동과 반대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쾌감이 '신선함' 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커피의 첫 모금을 마실 때, 커피의 쓴맛은 분명 신선한 맛이지만

연속으로 두 모금, 세 모금을 마시면 아무래도 질리기 마련이다.

그 때 과자의 단맛이라는, 쓴맛과 대비되는 '신선한' 맛이 등장하여 커피의 쓴맛을 덮어주고

단맛이 쓴맛을 모두 없애고 혀를 지배할 때, 다시 커피를 마시면 반대의 과정이 일어난다.

서로를 '신선하게' 만드는 선택지들의 진자 운동이, 지속적으로 쾌감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약해졌다 강해지는 맛의 스펙트럼도, 쾌감의 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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