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과자들의 끝을 알 수 없는 창렬함에 질려 끝없이 넓은 수입과자의 세계로 눈을 돌린 지도 어느새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블로그 초기에 올린 커클랜드 감자칩 글의 게시일이 4월 30일이니, 최소한으로만 잡아도 이미 일곱 달이 한참 넘은 셈이다. 그 동안 거쳐온 과자들의 수는 수없이 많지만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진 탓인지, 내가 까다로운 것인지, 제대로 발굴해낸 좋은 과자는 아직 한 손의 손가락으로 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하나인, 저번에 글을 올렸던 본 마망 라즈베리 타르트(링크)를 사러 근처 수입과자 전문점에 갔는데 문득 같은 브랜드(본 마망)의 다른 맛 과자들이 눈에 띄었고, 초콜릿&캬라멜 맛과 레몬맛 중에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너무 달지 않을 것 같은 레몬 맛을 먼저 선택해, 맛보기로 했다. 마침 그 가게에 있던 다른 브랜드의 타르트에도 비슷한 맛일 거 같은 노란색 종류가 있기에, 비교 분석을 위해 같이 구입.


그런 관계로, 이번 포스트에서는 두 개의 과자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할 수입과자의 좋은 예로.


먼저 본 마망 레몬 타르트.




<상자 디자인>


상자 디자인은 별 차이없다. 레몬의 색깔이 좀 덜 자극적이긴 한가?

막상 맛을 보고 디자인을 다시 보면, 저 파이 그림도 쓰레기로 보인다



<근접 샷>


이 타르트의 맛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나 먹어 보았을 '사탕'의 맛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레몬 맛의, 너무 딱딱하지 않은, 평범한 사탕.


그 사탕을, 따뜻하고 습기 많은 곳에 세 달 정도 묵힌다.

충분히 말랑말랑하고 약간 상한 것 같은 냄새가 나면, 그걸 눌러서 얇게 편다.

타르트 반죽 위에 바른다.

굽는다.


...;


진짜다. 저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라즈베리 타르트는 새콤달콤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면, 이 타르트는 약간의 신 맛과 꽤 강한 단맛이 상당한 끈적함과 레몬인지 유자인지 모를 이상한 향 안에서 합쳐져 최악의 콤비를 이루는 느낌?


라즈베리 타르트에서 타르트의 맛을 감싸주었던 껍질의 존재도 여기에서는 이상한 맛을 증폭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타르트 껍질 자체에 있는 약간의 단맛이 레몬향과 완벽하게 안 맞기도 하고.


<성분표>


성분표도 뭔가 이상하다.

라즈베리 퓨레 4.8%, 라즈베리 퓨레 농축액 3.2%, 천연라즈베리향 1.9%가 들어있었던 라즈베리 파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레몬 관련 성분과 먹는 내내 들어갔는지도 몰랐던 아몬드분말 따위가 표시되어 있다.


어쩌면 이 회사도 레몬맛이 타르트에 잘 안 어울린다는 걸 깨닫고 조금만 넣은 거 같기도 한데, 그럴 거면 출시를 안 하면 된다는 생각을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이걸 구입한 가게에 가 보니, 타르트 3종 중에 라즈베리만 다 팔리고 초콜릿&캬라멜은 반쯤 남았는데 레몬은 처음 들여놓은 그대로더라.


혹시나 해서 타르트를 줘 본 룸메이트도 얼굴을 찌푸리는 걸 보면, 이 개똥같은 맛은 단지 내 취향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은 폴트 살구 타르트


단지 비교분석을 위해 산, 좀더 싼 타르트다.(정확한 가격은 기억 안 남)




<상자 디자인>


보다시피, 종이 케이스가 아니라 빠다코코낫처럼 과자와 밀착해서 감싸는 포장 형태다. 대충 만져만 봐도 안에 과자가 가득 차 있는 걸 알 수 있다.위의 타르트와 같은 프랑스 제품이라 그런지 포장 디자인도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아무래도 동그란 모양이다 보니 포장 안에 빈틈없이 밀착될 수가 없어, 골판지 형태의 트레이와 덮개로 속포장이 되어있다. 속포장이라고 해도 여유공간이 거의 생기지 않는 구조라 과자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건 좋지만, 개별포장이 아니어서 개봉 후 남은 과자를 보관할 때 조금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과자의 모습은 포장지와 비슷하다.


맛은... 뭐 위에서 언급한 폐기물급의 타르트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다지 좋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타르트 껍질에 해당하는 부분과 잼의 밸런스가 전혀 안 맞는다는 것. 사진은 위에서 찍어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과자가 생각보다 두꺼운 편인데,  잼이 없는 가장자리 부분의 부피가 너무 큰데다 자체의 맛이 강한 쿠키 재질이라 맛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다. 한 입 베어물면 입에 들어온 내용물의 반 이상은 쿠키라, 이게 타르트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해 보기 위한 노력인지, 보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타협인지는 몰라도 잼도 상당히 끈적거리고 단단한 편인데, 국내 과자 중에서는 후렌치 파이의 딸기잼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단단하다. 근데 그래 봤자 쿠키가 너무 두꺼워서... 잼의 맛 자체도 그렇게 좋지 않다. 위의 레몬 타르트만큼은 아니지만 그냥 단맛이 다 덮어버린 느낌?


다만 이 제품 자체의 퀄리티는 별로일지라도, 타르트 껍질 부분의 맛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으니 안쪽의 잼을 다른 종류로 대체한 제품은 괜찮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어느 정도 포텐셜은 있는 그런?



<성분표>


살구 코팅이 34%나 되고, 그 중 살구퓨레가 15%라는 건 퓨레의 양은 5% 약간 넘는 정도. 의외로 재료의 품질은 충실하다. 첨가제가 몇 종류 들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염려되는 양은 아니고 유통기한도 포장이 단순한 것치곤 괜찮은 편이다.


그래도 이 제품 살구맛은 사지 말자... 다른 걸 사보는 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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