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미이라의 저주' 에 대한 감상

취미/게임 | 2015. 1. 29. 16:37
Posted by 메가퍼세크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새로운 시네마틱 컨텐츠가 발표되었다. 징크스 발매 때 발표되었던 'Get Jinxd!' 이후, 15개월만에 나온 개별 캐릭터의 뮤직 비디오다.


동화풍의 그래픽과 기승전결이 뚜렷한 장면 전개, 뮤지컬 느낌이 나는 곡 등 마음에 드는 부분은 수없이 많지만, 그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영상 컨텐츠들을 봐온 유저로서 느끼는 가장 큰 포인트는 역시 영상의 주제 선정. 라이엇의 영상물 제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외면되어 왔던 '캐릭터 스토리' 를 정면에 부각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울보 아무무와 잔혹한 광대 샤코, 시체를 짜맞추어 살아난 언데드 장군 사이온과 녹서스에서 쫓겨난 부모에 의해 키워진 천재 마법사 애니 등. 다양하고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갖춘 캐릭터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초창기부터 큰 인기를 얻도록 한 큰 요인 중 하나였고, 초기의 라이엇은 '리그의 심판' 이나 '정의의 저널 등을 통해 캐릭터 컨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턴가 저런 부가적인 컨텐츠들은 유저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나씩 사라져 갔지만, 라이엇은 그 대신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개성과 매력을 겸비했던 초기 챔피언들>


최초로 곡 전체에 가사를 붙여 캐릭터의 컨셉을 설명한 다이애나의 로그인 음악부터 시작해, 렝가와 카직스의 라이벌 구도와 게임 내 특수 이벤트, 로그인 화면에서 독백이 나왔던 엘리스, 발매 전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떡밥을 뿌려대더니 아예 최초로 뮤직 비디오까지 들고 나와 대놓고 캐릭터성을 표현했던 징크스까지. 라이엇의 캐릭터 메이킹은 표현 방법을 발전시켜 가며 꾸준히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했던가. 과도한 창작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날이 갈수록 라이엇에서 내놓는 신규 챔피언들이나 스토리 관련 컨텐츠의 매력이 떨어져만 간다는 생각이 든다.


컨셉이 딱 '자기 힘에 취한 초딩' 수준이었던 신드라나 도저히 캐릭터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퀸은 그렇다고 쳐도, '분노조절장애' 라는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어이 털리는 설정을 가지고 나온 나르나, 스타 2 울트라리스크의 잠복 돌진 하나 보고 베껴만든 듯한 렉사이, 기존 스토리를 이상하게 뜯어고치면서 나온 아지르까지. 점점 나오는 챔프나 스토리들이 이상해지고, 사람들이 좋아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새대가리나 고양이는 대체 왜 출시한 건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출시된 것이 이 뮤직 비디오. 아무무라는 매력적인 챔프의 스토리의 뼈대와 캐릭터성을 완벽히 살리면서 영상과 음악 컨텐츠로 살을 입힌 이 작품은 라이엇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 '캐릭터 본연의 매력' 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지 헷갈려 할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가능한 쉬운 설명을 위해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옆 동네 HOS,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비교해 보기로 하자.(이하 히오스, 롤로 통칭한다)


히오스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이 롤과 비교해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점 중 하나는 캐릭터성이였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라는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자랑하는 블리자드가 만드는 AOS 게임이라면, 각 게임의 가장 인기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얼마든지 데려다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디아블로, 짐 레이너, 아서스, 티리엘과 같은 초인기 캐릭터들이 출연한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실제로 히오스가 테스트에 들어간 지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히오스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당황한 포인트 중 하나는 '생각보다 캐릭터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의 짐 레이너는 물론 멋있었지만 히페리온의 그림자라고 주장하는 장판을 깔고 무빙하면서 평타질하는 마린 한마리를 보며 스2의 폭풍간지를 떠올리기는 어려웠고, 위엄 넘치던 디아블로가 쏴대는 W 불똥의 초라한 이펙트와 데미지를 보며 느꼈던 어이없음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결국 게임의 스토리란 어디까지나 게임의 재미를 서포트하기 위한 컨텐츠이고, 게임과의 활발한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스토리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 설령 해리 포터를 RPG 게임으로 만든다고 쳐도, 이름만 해리 포터인 마법사가 마왕 때려잡는 내용이라면 그 게임을 누가 할 것인가. '본질에 충실하라' 는 격언은 게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슬픈 미이라의 저주' 를 보고 롤 플레이어들이 감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매일 플레이하던 게임 속에서 울고 짜증내면서 정글몹을 잡고, 붕대를 던지고 저주를 폭발시켜 상대팀을 묶어버리던 작은 아무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듯 게임 내적인 이미지와 플레이를 잘 설명하고 받쳐 주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굳이 아무무가 어째서 미이라가 되었는지, 어째서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저주를 받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고, 설정을 짤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캐릭터 본연의 매력' 이기 때문이다.



<아무무가 왜 미라가 되었는지 몰라도, 매력을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설정과 스토리가 아예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데마시아와 녹서스, 아이오니아, 그림자 군도, 프렐요드 등 다채로운 지역들로 이루어진 발로란의 세계관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스토리의 살을 붙이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고, 롤이라는 게임의 스토리에 통일성과 일관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조에 그쳐야 할 설정과 스토리의 일관성에 집착해,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에 마구잡이로 손을 대는 최근 라이엇의 행보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제라스의 과거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임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관계는 하나가 아니다. 거대한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완성시키는 게임(워크래프트 등)이 있는 반면,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초점이 맞추어진 짧은 스토리가 포도송이처럼 엮여 있는 게임(LOL)도 있는 것이다. 조금 과하게 흩어진 감이 있는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다듬으려고 하는 라이엇의 태도에도 일리는 있지만, 형식적인 작업에 치중하여 캐릭터 본연의 매력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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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임 라이프에 대하여  (2) 2015.07.20
 

국산 과자들의 끝을 알 수 없는 창렬함에 질려 끝없이 넓은 수입과자의 세계로 눈을 돌린 지도 어느새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블로그 초기에 올린 커클랜드 감자칩 글의 게시일이 4월 30일이니, 최소한으로만 잡아도 이미 일곱 달이 한참 넘은 셈이다. 그 동안 거쳐온 과자들의 수는 수없이 많지만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진 탓인지, 내가 까다로운 것인지, 제대로 발굴해낸 좋은 과자는 아직 한 손의 손가락으로 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하나인, 저번에 글을 올렸던 본 마망 라즈베리 타르트(링크)를 사러 근처 수입과자 전문점에 갔는데 문득 같은 브랜드(본 마망)의 다른 맛 과자들이 눈에 띄었고, 초콜릿&캬라멜 맛과 레몬맛 중에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너무 달지 않을 것 같은 레몬 맛을 먼저 선택해, 맛보기로 했다. 마침 그 가게에 있던 다른 브랜드의 타르트에도 비슷한 맛일 거 같은 노란색 종류가 있기에, 비교 분석을 위해 같이 구입.


그런 관계로, 이번 포스트에서는 두 개의 과자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할 수입과자의 좋은 예로.


먼저 본 마망 레몬 타르트.




<상자 디자인>


상자 디자인은 별 차이없다. 레몬의 색깔이 좀 덜 자극적이긴 한가?

막상 맛을 보고 디자인을 다시 보면, 저 파이 그림도 쓰레기로 보인다



<근접 샷>


이 타르트의 맛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나 먹어 보았을 '사탕'의 맛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레몬 맛의, 너무 딱딱하지 않은, 평범한 사탕.


그 사탕을, 따뜻하고 습기 많은 곳에 세 달 정도 묵힌다.

충분히 말랑말랑하고 약간 상한 것 같은 냄새가 나면, 그걸 눌러서 얇게 편다.

타르트 반죽 위에 바른다.

굽는다.


...;


진짜다. 저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라즈베리 타르트는 새콤달콤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면, 이 타르트는 약간의 신 맛과 꽤 강한 단맛이 상당한 끈적함과 레몬인지 유자인지 모를 이상한 향 안에서 합쳐져 최악의 콤비를 이루는 느낌?


라즈베리 타르트에서 타르트의 맛을 감싸주었던 껍질의 존재도 여기에서는 이상한 맛을 증폭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타르트 껍질 자체에 있는 약간의 단맛이 레몬향과 완벽하게 안 맞기도 하고.


<성분표>


성분표도 뭔가 이상하다.

라즈베리 퓨레 4.8%, 라즈베리 퓨레 농축액 3.2%, 천연라즈베리향 1.9%가 들어있었던 라즈베리 파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레몬 관련 성분과 먹는 내내 들어갔는지도 몰랐던 아몬드분말 따위가 표시되어 있다.


어쩌면 이 회사도 레몬맛이 타르트에 잘 안 어울린다는 걸 깨닫고 조금만 넣은 거 같기도 한데, 그럴 거면 출시를 안 하면 된다는 생각을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이걸 구입한 가게에 가 보니, 타르트 3종 중에 라즈베리만 다 팔리고 초콜릿&캬라멜은 반쯤 남았는데 레몬은 처음 들여놓은 그대로더라.


혹시나 해서 타르트를 줘 본 룸메이트도 얼굴을 찌푸리는 걸 보면, 이 개똥같은 맛은 단지 내 취향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은 폴트 살구 타르트


단지 비교분석을 위해 산, 좀더 싼 타르트다.(정확한 가격은 기억 안 남)




<상자 디자인>


보다시피, 종이 케이스가 아니라 빠다코코낫처럼 과자와 밀착해서 감싸는 포장 형태다. 대충 만져만 봐도 안에 과자가 가득 차 있는 걸 알 수 있다.위의 타르트와 같은 프랑스 제품이라 그런지 포장 디자인도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아무래도 동그란 모양이다 보니 포장 안에 빈틈없이 밀착될 수가 없어, 골판지 형태의 트레이와 덮개로 속포장이 되어있다. 속포장이라고 해도 여유공간이 거의 생기지 않는 구조라 과자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건 좋지만, 개별포장이 아니어서 개봉 후 남은 과자를 보관할 때 조금 신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과자의 모습은 포장지와 비슷하다.


맛은... 뭐 위에서 언급한 폐기물급의 타르트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다지 좋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타르트 껍질에 해당하는 부분과 잼의 밸런스가 전혀 안 맞는다는 것. 사진은 위에서 찍어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과자가 생각보다 두꺼운 편인데,  잼이 없는 가장자리 부분의 부피가 너무 큰데다 자체의 맛이 강한 쿠키 재질이라 맛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다. 한 입 베어물면 입에 들어온 내용물의 반 이상은 쿠키라, 이게 타르트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해 보기 위한 노력인지, 보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타협인지는 몰라도 잼도 상당히 끈적거리고 단단한 편인데, 국내 과자 중에서는 후렌치 파이의 딸기잼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단단하다. 근데 그래 봤자 쿠키가 너무 두꺼워서... 잼의 맛 자체도 그렇게 좋지 않다. 위의 레몬 타르트만큼은 아니지만 그냥 단맛이 다 덮어버린 느낌?


다만 이 제품 자체의 퀄리티는 별로일지라도, 타르트 껍질 부분의 맛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으니 안쪽의 잼을 다른 종류로 대체한 제품은 괜찮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어느 정도 포텐셜은 있는 그런?



<성분표>


살구 코팅이 34%나 되고, 그 중 살구퓨레가 15%라는 건 퓨레의 양은 5% 약간 넘는 정도. 의외로 재료의 품질은 충실하다. 첨가제가 몇 종류 들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염려되는 양은 아니고 유통기한도 포장이 단순한 것치곤 괜찮은 편이다.


그래도 이 제품 살구맛은 사지 말자... 다른 걸 사보는 건 몰라도.

 

김동률 곡 모음

취미/음악 | 2014. 12. 6. 00:27
Posted by 메가퍼세크

가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의 주된 기준은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 가사, 멜로디, 가수의 개인적 행보까지.

수많은 측면에서 내 취향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따져, 정말 괜찮다 싶은 가수의 곡들만을 주로 듣는다.


물론 내 취향도 언제까지나 똑같은 것은 아니고, 가수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기에 선호하는 가수의 취향도 조금씩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내 취향 리스트의 탑클래스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수가 있다.


오늘은 그 가수, 김동률의 곡 중에서 내가 특히 좋다고 생각하는 몇 개의 곡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The Concert


-처음 콘서트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고 끝마치기까지의 과정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 곡이다.


콘서트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의 벅참.

캄캄한 무대에서 시작을 기다릴 때의 긴장.

화려한 조명 아래서 공연을 시작할 때의 희열.

성공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몰입감.

마지막 곡을 부를 때의 아쉬움.


곡의 구조는 상당히 단순해, 주제부를 반복하면서 점점 악기를 추가하고 키를 높일 뿐이지만

오히려 그런 구조가 가사의 흐름을 충실히 받쳐주고,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무대에 올라 노래부르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가사라, 한 번 무대에서 불러본 적이 있었지만 도저히 곡의 느낌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2.청춘





-젊었을 적 친구들과의 시간을 회상하며, 청춘을 회상하는 곡이다.

'내 오랜 친구들' 이라는 곡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아직 이 곡을 제대로 이해할 만한 나이는 안 된 것 같지만, 10년 후쯤 지금의 친구들을 만난다면 이런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다.


대학 입학했을 때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볼 줄 알았던 동기들도 벌써부터 이리저리 흩어지고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나중에는 정말 얼마나 변해 있을런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 때 만나도 지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맥주나 한 잔 할 수 있을런지.


3.감사


-축가로 자주 쓰이는 노래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같은 선생님께 교습받던 사람 중에 자기 결혼식 축가로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했던 사람이 있어서 그 때 알게 되었다.


전해 들은 말로는, 원래 다른 노래를 하려고 했는데 신부 되실 분이 이 노래가 더 좋다고 해서 바꿨다고... 노래를 듣고 보니 그 말이 납득이 갈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노래다.


축가라고 하면 가장 널리 불려지는 '사랑의 서약'은 서로가 같이 걸어가자는 느낌이라면

이 노래는 신랑이 신부에게 아름다운 고백을 하는 느낌이 든다.


낮은 음역에서 읊조리는 듯이 부르다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음정도 큰 특징인데, 전체적인 분위기 변화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부에서는 신부를 만나게 된 것, 신부를 사랑하게 된 것을 조용히 '감사' 하고

중반부에서는 조금 고조된 분위기로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것을 '다짐' 하고

후반부에서는 크게 들뜬 분위기로 행복한 마음을 '고백' 한다.


결혼식이라는 자리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곡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바로 다음 곡을 제외하고는.


4.내 사람




-이 곡은 최근에 나왔지만, 축가로서는 위의 곡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축가로서의 느낌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고백하는 그런 것?


장난스럽게 놀던 시절에서 언젠가 설렘이 시작되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고백하는 서사적인 과정이 노래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곡의 흐름도 '감사'에 비해 매끄러운 선율이 강조되고, 크게 지르는 부분이 그다지 없어서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배우자라는 단어를 이렇게 잘 표현한 가사가 어디 있을까.



5.출발





-김동률 노래 중 가장 희망찬 곡 중 하나.


피리인지 뭔지 모를 가벼운 선율과 타악기들의 조화가, 들뜬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가사도 새로운 것을 찾는 여행의 즐거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엄청 유명한 곡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제목을 잘 모르더라.

그래도 선율은 유명해서 틀기만 하면 '아 이거'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기한 곡.


6.오래된 노래


-이별노래.


어찌보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지만, '노래' 라는 매개체가 들어가 더 아련한 느낌을 준다.


연인을 위해 만들었던 노래를, 이별한 후에 찾는 기분이란 과연 어떨까. 자신의 노래를 알아주던 한 사람을 잃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는 기분은 무엇일까. 게다가 옛 연인은 자신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노래에 담긴 스토리만으로도,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김동률 본인의 이야기일까.



7.동행


-가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시도가 인상적인 곡이다. 앞으로 일정하게 나아가는 발걸음을 연상시키기 위한 것인가 싶다.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사랑노래에서 자주 나오는 '뭐든 해줄게' 식의 허풍이 아니라, '돕고 싶다' 는 진솔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가사가 참 특이하고 멋지다. 이런 게 진정한 헌신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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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마망 라즈베리 타르트

취미/음식 | 2014. 11. 14. 23:24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새 차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티푸드' 라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어서 평소 좋아하던 짜고 바삭한 과자를 샀다가 커피 맛을 소금에 빼앗기거나,

수입과자 특유의 코코넛맛, 바나나맛 등의 지뢰들을 멋모르고 샀다가 혀를 테러당하거나,

가성비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샀다가 피같은 돈을  과자 몇 쪼가리에 날려먹는다거나 하는 비극들을 참 많이도 겪었지만


그런 삽질들이 차차 경험치로 쌓여 조금씩이나마 티푸드에 대한 감을 잡아가고 있다.


그 첫 성과로서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 이번에 소개할 본 마망 라즈베리 타르트.

bonne maman 이라는 프랑스의 회사에서 만든 과자인데, 원래 잼과 프리저브(원재료 형체가 더 남아 있는 잼) 등을 생산하는 회사인 것 같다.


프랑스어 번역기로 이름을 돌려 보니, 회사 이름은 아마 '좋은 엄마' 라는 뜻인 듯.


내가 살 때의 가격은 4800원이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5~6천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


<상자 디자인>

겉 상자에 그려진 이미지부터가 벌써 범상치 않다.


천원짜리 편의점 마가렛트 상자에도 쓰이는 체크무늬는 그렇다고 쳐도, 상품 이미지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꼬부랑 글씨만을 강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둔 디자인.


이전에 소개했던 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의 디자인과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쇼트브레드의 디자인이 진중하고 보수적인 느낌이었다면, 타르트 상자는 조금 더 화려하고 유혹적이라는 느낌?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영국과 프랑스라는 과자 회사의 국적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참고: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의 상자 디자인>


미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점선을 따라 겉 상자를 뜯어 보면, 이제 내용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참 쓸데없는 사진인데, 점선을 따라 뜯은 모습도 멋있어서 그냥 찍어봤다. 이런 디자인에 실용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나름 고급과자로서 차별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보면 되겠지.


상자 안에 있는 타르트는 총 9개로, 트레이나 내부 용기 없이 비닐 한 겹으로만 낱개 포장되어 있다.


파손이 약간 걱정되기는 했지만, 타르트가 생각보다 튼튼해서 그런지 상태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근접 컷>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모습.


잘 파손되지 않으면서도 입에 넣으면 충분히 씹힐 만큼 절묘한 강도를 가진 타르트 껍질 안에, 원재료의 형태와 씨까지 충분히 관찰되는 라즈베리 프리저브가 꽤 두껍게 들어있다.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타르트 껍질과의 접착력도 괜찮은지, 이탈하거나 포장에 묻은 프리저브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맛은... 그냥 완벽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라즈베리의 새콤한 맛이 상당히 강한데, 적절히 조합된 단맛이 새콤함과 어우러져서 최고의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타르트 껍질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딱 알맞게 씹히면서 내용물의 맛을 받쳐주어서 먹는 내내 불만이 생길 만한 부분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먹을 때 부스러기도 거의 안 떨어진다)


과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의 완성도가 최고 수준에다, 커피나 차와의 조화도 좋아서 손님 대접이나, 선물로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딱 하나 문제인 건 타르트 한 개당 최소한 500원이 넘는 가격인데... 매일 먹는 건 힘들더라도, 몇 개 사서 보관해 뒀다가 가끔씩 꺼내서 먹는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다. 


원체 고급 과자이기도 하고, 맛있다고 매일 먹다가 금방 질려버리는 것보다는 가끔씩 즐기는 작은 사치로 남겨놓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성분표>


성분 함량은 이렇다.

라즈베리 함량이 생각보다 낮아서 약간 아쉽지만, 첨가제가 거의 없고 영양성분도 준수하다.


유통 기한은 생각보다 긴 편으로, 제조일자부터 딱 1년. 여러 개 사서 보관해 놓기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에 개봉한 '인터스텔라' 에는, 놀란 감독이 직접 설명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많은 물리학적 바탕 이론들이 숨겨져 있다.


물론 이런 과학적 바탕을 전혀 모른다고 해서 영화를 즐기는 데 큰 지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배경적인 부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보면 조금 더 깊이 있는 영화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간단하게나마 영화에 관련된 물리학 지식들을 모아보았다.


이해가 쉽도록 모든 복잡한 내용과 수식들을 제거하고 직관적으로만 설명하다 보니 아무래도 내용의 일관성이나 깊이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어쩌면 틀린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조금 더 심도있는 상대성 이론 책들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겠다.




1.차원


차원이란, 간단히 말해서 물체의 상태를 나타내는 데 필요한 지표(기준점을 제외하고)이다.


예컨대, 30cm 자 위에 아주 작은 벌레가 한 마리 올라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자 위에서 벌레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어떤 숫자가 필요할까? 물론 자의 눈금 하나만 알면 된다.


반면, 네모난 색종이 위에 올라가 있는 벌레의 위치를 나타내는 데는 몇 개의 숫자가 필요할까? 여기에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ⅰ 색종이의 모서리 한 점(왼쪽 아래)부터 시작해서 가로와 세로로 눈금을 새기고, 벌레가 가로 방향으로 몇 센티미터, 세로 방향으로 몇 센티미터에 위치하는 지 나타낸다.(직교 좌표계) 


ⅱ 색종이의 왼쪽 아래 모서리 끝점에서 벌레까지 직선을 하나 긋고 그 직선과 색종이의 아랫변과의 각도, 직선의 길이(벌레와 모서리 끝점의 거리)를 나타낸다.(극좌표계)


두 가지 방법 모두,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 직선이나 색종이는 벌레가 있을 수 있는 '공간' 이라고 하고, 그 공간에서 벌레의 위치를 나타내는 데 필요한 숫자의 수를 '차원수' 라고 한다. 즉 직선은 1차원, 색종이는 2차원이다. 위의 설명을 확장하면 3차원 공간의 이미지도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인가? 라고 묻는다면,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시간' 이라는 마지막 차원이 남았기 때문이다.


시간도 하나의 차원이라는 것을 이해하려면, 위에 제시한 차원의 개념을 조금만 확장하면 된다.

색종이 위에 벌레 두 마리가 기어다닌다고 치자. 이 두 벌레가 자유롭게 기어다니다가 우연히 만났다면, 벌레의 위치를 나타내는 두 개의 숫자는 분명 일치할 것이다. 그런데 '만났다' 라는 건 뭘까? 결국 같은 '시간' 에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결국 현실 세계에서 물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나타내려면 위치에 대한 숫자들에 더해 시간이라는 숫자 하나가 더 있어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을 위의 공간의 개념을 확장시켜 '시공간' 이라고 부른다.



2.시간 지연


시간이 공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차원이라는 것을 이해했다면, 그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성질이 하나 있다.


위에서 살펴본, 색종이 위를 기어다니는 벌레의 예시를 생각해 보자. 색종이의 왼쪽 아래 모서리에서 출발한 벌레가, 갑자기 어떤 방향을 정해 직선으로 계속 기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직선으로 기어간다' 는 것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운동이고, 방향과 속도만 알면 손쉽게 나타낼 수 있다. 더 단순하게 하기 위해, 벌레가 기어가는 속도는 초당 10cm라고 먼저 가정하자.


이제 방향을 나타내야 하는데, 먼저 벌레가 색종이의 아랫변 방향으로 기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벌레가 기어갈 때 벌레의 위치를 나타내는 숫자 두 개는 어떻게 변할까?(2차원이므로) 당연하게도, 아랫변 방향으로는 초당 10cm로 이동하고, 세로 방향으로는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벌레가 아랫변에서 약간 벗어난 방향으로 기어가기 시작한다면?

아랫변 방향으로의 속도는 초당 10cm에서 약간 적어지고, 세로 방향으로의 속도가 조금 생길 것이다.


'속도'가, 두 방향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도 비슷한 관계를 가진다고 한다.

어떤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이 자동차는 시간 방향으로만 일정한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자동차가 갑자기 시속 100km로 달리기 시작한다면?

시간 방향으로만 움직이던 이 자동차는, 공간 방향으로의 속도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시간 방향으로의 빠르기와 공간 방향으로의 빠르기를 합한 것은 항상 일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자동차는 어쩔 수 없이 시간 방향으로는 조금 느리게 가야 하고, 결국 자동차에 실려 있던 시계는 더 느려지게 된다. 아~~~~~~주 약간.


그리고 그 자동차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당연하게도 조금이나마 나이를 느리게 먹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동차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욱 많이.


(물론 현실에서 자동차 좀 타고 다닌다고 나이를 늦게 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데, 이런 현상이 충분히 느낄 만큼 일어나려면 빛의 속도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빛의 속도인가 하면, 상대성 이론에서 물체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 속도가 빛의 속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 지연' 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 중에는 '쌍둥이 역설' 이라는 게 있다.


완전히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가 있을 때, 둘 중 한 명이 우주선을 타고 매우 빠른 속도로 충분히 여행을 하고 오면 여행하고 돌아온 쪽의 시간이 더 늦게 흘러 쌍둥이의 나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시간이라는 게 사실 각자에게 다른 속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점은, 어떤 공간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이 그 효과를 느낄 수는 없다.


시간을 느끼는 인간의 감각이라는 것도 결국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느려진 만큼 인식하는 속도도 느려져서 결국 스스로의 시간은 정상적으로 흐른다고 느끼게 된다. 갑자기 어떤 사람의 키가 2배로 커져도, 주변의 모든 것이 2배로 커지면 자신이 커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3.질량과 중력


2번까지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 속하는 내용들을  (매우)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 항목에서는  약간 더 발전된 '일반 상대성 이론' 에 속하는 부분들을 조금만 살펴보겠다.


1번 항목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실 4차원이고, 시간과 공간이 합쳐서 '시공간'이라는 것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2번 항목에서 언급한 시간 지연 효과는, 이 시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지된 사람과 움직이는 사람이 똑같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아도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은, 결국 시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관점이 변하지 않아도 시간 지연 효과가 일어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시공간을 억지로 잡아늘리는 것이다.


시공간을 늘린다니 무슨 소린지 감도 잘 안 잡히겠지만, 개념 자체는 간단하다. 평평한 고무판을 생각해 보자. 여기에 무거운 쇠공을 올려놓으면, 판은 움푹 패인다. '왜곡' 이 일어난 것이다. 시공간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왜곡된다. 그럼 시공간을 휘게 하는 쇠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질량' 이다.


※어째서 하필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하는지에 대한 서술은 이 글의 수준을 벗어나므로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일단 이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중력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다. 앞의 쇠공의 비유에서, 쇠공으로 인해 휘어진 고무판 위에 구슬을 굴렸다고 생각해보자. 구슬은 고무판의 평평한 곳을 지날 때는 직선으로 굴러가겠지만, 쇠공 주변에 다다르면 쇠공(정확히는 쇠공이 만든 구덩이) 쪽으로 휘어져서 움직일 것이다. 이것이 중력의 정체다.


그렇기에 무거운 질량이 있는 or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공간이 심하게 휘어져 있을 것이고, 그 주변을 지나는 물체는 위에 언급한 시간 지연 현상과, 휘어진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신기한 현상들을 체감할 수 있다.



4.블랙홀과 웜홀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블랙홀과 웜홀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블랙홀에 대한 설명은 3번에서 바로 이어진다. 쇠공 주변을 지나가는 구슬의 경로가 휘어진다면, 가끔 너무 휘어져서 쇠공에 부딫히는 구슬도 있지 않을까?


간단히 예상할 수 있듯이, 구슬이 휘어지는 정도는 쇠공이 얼마나 무거운지, 구슬이 얼마나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는지, 구슬의 경로가 얼마나 쇠공과 먼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그 얼마나 가볍고 빠른 구슬을 옆으로 굴려도 전부 삼켜버리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쇠공도 있지 않을까?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빠른 구슬은 빛이다. 결국 빛이라는 구슬을 옆으로 굴려도 무조건 집어삼킬 만큼 무거운 쇠공(질량)이 있다면, 그 쇠공의 주변은 그 어떤 구슬(물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마의 구덩이, 모든 물체의 개미지옥이 될 것이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이 구덩이의 이름은 바로 '블랙홀' 이다.


블랙홀의 가공할 만한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을 거의 찢어질 만큼 극도로 왜곡시키고, 한 번 들어간 물체는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이라는 경계를 만든다. 이 경계 안으로 들어간 물체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기에, 블랙홀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고도로 발전된 현대 물리학으로도 규명할 수 없는 이른바 '특이점' 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블랙홀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기에,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의 알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라도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블랙홀은 사실 '검지 않다' 는 것도, 그런 물리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데 어떻게 검지 않을 수 있는가? 라는 당연한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공 청소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진공 청소기의 흡입구에 가까운 물건들은 모두 빨려 들어가지만, 흡입구에서 10cm만 떨어져도 흡입하는 힘은 훨씬 떨어지고, 30cm 정도 떨어지면 청소기의 영향력은 산들바람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도 사실은, 모든 물체를 빨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중력이라는 힘의 특성 때문에, 만약 태양이 지금 이 순간 질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블랙홀로 쪼그라든다고 해도 지구에 미치는 중력은 변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는, 주로 가스로 이루어진 가벼운 물질들이 블랙홀의 주변을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 이런 물질들은 너무 엄청난 속도로 돌기에 서로 마찰해서 열을 내고, 그 열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백열 전구처럼 강한 빛을 낸다. 멀리서 보면 이런 빛은 블랙홀에서 직접 나오는 것처럼 보이고,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빛이 여러 방향으로 휘어지고 왜곡되어 특이한 형태를 띤다. 그 결과 일반적인 블랙홀은 그 이름과는 다르게 실제로 '검지 않다'


웜 홀은 '벌레구멍' 이라는 이름대로, 시공간에 뚫린 구멍을 말한다. 지금까지 지겹게도 우려먹은 고무판의 비유를 마지막으로 써먹도록 하자. 고무판이 너무 구부러지다 못해 아예 C자 모양으로 굽어버렸다고 생각하자, C자의 위쪽에서 아래쪽까지 이동하려면 왼쪽 벽을 따라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C자의 위쪽과 아래쪽 벽을 뚫어 통로로 이어버리면? 두 점 사이의 가장 짧은 거리는 직선이라는 오래된 공리에 의해, 훨씬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다. C자의 왼쪽 벽을 따라 이동하는 데 빛의 속도로 1년이 걸렸는데, 웜 홀을 뚫으면 단 5초 만에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웜 홀의 활용도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위에서 구멍을 뚫은 고무판은 공간이 아니라 '시공간' 이었기에, 구멍(웜 홀)을 통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넘나들 수 있다. 구멍의 한쪽 편은 2014년의 지구인데, 건너편은 4012년의 프록시마 센타우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연구가 이루어진 블랙홀에 비해 웜 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지지부진하기만 하지만, 그 놀라운 특성으로 인해 많은 SF장르나, 인류의 미래에 대한 구상에서는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아무리 가까운 별도 광년 단위로 세어야 하는 우주에서, 거의 속도제한 없이 바로바로 이동할 수 있는 웜 홀의 존재는 치트키와 다를 바 없으니까. 인류가 언젠가 드넓은 우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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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을 보고 실망하다(스포일러)

취미/영화 | 2014. 8. 6. 02:26
Posted by 메가퍼세크

※이 글은 모두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한 마디로, '최악' 이었다.


영화를 볼 때 내가 싫어하는 모든 요소들을 한 데 버무려 섞어놓은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까웠다.


얼마나 개판이냐 하면,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원래 없던 '영화' 카테고리를 만들어서까지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정도로 개판이다.


나 자신도 지금의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역설적으로 명량이라는 영화에서 '꽤 괜찮다고 느꼈던' 몇 가지 점부터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장점-


1.최민식의 연기


극중 이순신의 복잡한 심경을 정말 잘 묘사해냈다고 생각한다. 대척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구루시마' 류승룡은 억지 설정과 표정의 제약 때문인지 오글거리기만 했기에 더욱 돋보였다.


2.'나름'의 고증 노력(아주 조금)


...적어도 명량 해협에 철쇄를 깔았다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없었고, 전투 초기에 이순신의 대장선만이 혼자서 싸웠다던가, 포격전으로 왜군의 배를 요격했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감독 나름대로 눈꼽만큼이라도 고증을 고려한 연출로 보였다. 대신 어쩌면 그보다도 심할 수 있는 엄청난 오류들을 추가로 저질렀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무시한다.


3.'나름' 멋진 해전 묘사


바다와 물살의 CG라던가, 포격전에 관련된 묘사가 매우 멋있었다.(고증은 모르겠지만) 왜구와 백병전하는 장면도 전체적으론 식상했지만 딱 두 장면, 창을 일제히 위로 세우고 왜구들의 접근을 막는다거나 근접거리 포격으로 적을 날려버리는 부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단점-


1.그냥 아예 말조차 안 되는(개연성이 부재중인) 전개들.


고증이고 뭐고 운운하기 전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산재해 있다.

슥 자르면 피도 별로 없이 뚝 떨어지는 목이라거나, 멀리서 곡사로 쐈는데 팔이나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화승총 정도는 애교로 봐준다고 해도 말이다.


-보급도 개 딸릴 상황에 최소한 부하들의 개인 물자, 소중한 물건, 미처 나오지 못한 사람까지도 있을 수 있는 마을에 큰 불을 내버리고 자랑스럽게 연설하는 이순신 장군이라던가(불이 번지면 어쩌려고?)


-'작용 반작용의 법칙' 도 모른 채, 졸라 큰 배에 작은 배 십수 척을 밧줄로 연결해 '인력' 으로 끌어당기려는 똥멍청한 민중들과, 심지어 작은 배는 미동도 없이 큰 배가 끌려오는 뉴턴 할아버지가 지옥에서 통탄할 만한 병신같은 현상이라던가(회오리까지 있었는데!)


-후반에 배 몇 척한테 포위돼서, 이미 상륙한 인원이 갑판의 반절이 넘는 절체절명의 백병전 상황에서 포로 근접 샷 한 방으로 왜군 배들을 날려버리니 갑자기 수적 열세였던 조선 병사들이 스팀팩이라도 빨았는지 왜군 병사들을 순식간에 도륙내버리는 병신같음과(심지어 어깨에 용가리 두 마리 붙여서 눈에도 겁나게 잘 띄는 이순신 장군님은 난전 와중에도 절대 노리는 일이 없는 눈병신 왜군들도 포함)


-신기전인지 뭔지 화살에 무슨 통 달아놓고 분명 도화선인지 뭔지에 불을 붙였는데, 그걸 또 수십 초 이상 기다리다가 별다른 기폭 장치 조작도 없이 쏘는 장면에서는 그냥 실소만이 나올 뿐이었다.


-전시상황인데 쓰잘데기없이 더럽게 세밀하고 거대한 용대가리를 붙여 넣은 쌔삥 거북선도 혹자의 눈에는 긴장감을 박살내주는 피식의 대상이 될 수 있었겠고.


극의 기본 중의 기본인 개연성 자체가 박살나 있기에, 몰입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계속 진지하다가 어이 털리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상황상 개그는 또 아닌 것 같고. 뭐 어쩌라고?


2.말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닌데 졸라 식상하거나 재미없거나 쓰잘데없는 장면들.


이 쪽은 훨씬 심각했다.


1번의 이유로 극의 메인 전개 자체도 그다지 튼튼하지 못했는데, 거기에 가장 전형적이고 뻔하고 재미도 의미도 감동도 없는 병신같은 잔가지들을 수없이 쳐 놨다.


-시작부터 끝까지 저걸 왜 넣었는지 이해도 안 가는 눈 먼 부인과 백성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백성들이 배 끌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오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간간히 복선 깔아주면서 비장의 카드로 쓰일 거 같더니, 그냥 부하 한 명의 자폭과 백성들의 억지 신파극으로 존재를 알게 되어 터져버린 자폭선.


-판옥선의 높이가 세키부네보다 2미터 가까이나 높았다는 고증을 무시하면서까지 집어넣은, 우리나라 사극에 안 나오는 걸 도통 볼 수가 없는 쓰레기같은 백병전.


-현대로 치면 모자에 별이 서너 개는 달려 있을 이순신 장군님께서 친히 내려와 훨윈드를 돌아주시거나, 배에 올라와 난봉을 피우는 라이벌(?) 구루시마를 여럿이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리는 판에 박힌 연출은 너무나도 지겨웠다. 물론 화살 몇 방 쳐맞고도 좀비새끼같이 걸어가는 신도 대체 왜 넣은 건지 참.


-애초에, 해전 영화에 라이벌 따위를 만들어야 하는지부터가 의문이기도 하다. 대체 어째서, 구루시마 따위를 이순신의 라이벌로 끼워 맞춰야 했는가? 이순신한테 허구한 날 털려서 뭐 포장할 것도 없는 마당에, 중간에 합류한 해적 출신 장군과 기존 수군 장군들 사이의 갈등이라는 별 쓰레기같은 이벤트를 억지로 넣어주면서까지 말이다.


-그것도 없던 설정을 끼워넣을 거였으면 연출이라도 잘 해 줄 것이지, 장면도 개판에다 괜히 근거 없는 카리스마나 만들어보려고 일본 장수 목에 칼을 들이대기나 하질 않나, 눈은 항상 부릅뜨고 다니니 더 오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이건 연기력 문제일지도)


-아 물론, 무슨 게이새끼같이 얼굴에 허옇게 화장하고 흔들리는 배 위에서 강선도 없는 조총으로 저격질하다 화살로 역저격맞고 뒤진 멍청한 저격수도 빼놓을 수 없고.


-마지막으로 후일담에 나오는 대화도 너무 영양가가 없었다. 이긴 다음에 별안간 뜬구름이나 잡고 앉아있으니.


원래 기본 바탕이 좋았으면 모르겠는데, 기본 줄기부터가 막장인데 뻔한 클리셰들을 마구마구 쳐넣은데다, 몇 안 되는 떡밥들조차 애매하거나 찌질하게 마무리지어 버리니 그냥 말이 안 나오더라.


쓰잘데기 없는 등장인물들만 컷트해도 얼추 전체의 1/3은 빠졌을 거 같은데, 그 돈으로 메인 스토리를 더욱 완성도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총평-


그 누구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영화다.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들지 않는 점은 명량 대첩이라는, 삼국지로 치자면 적벽 대전쯤 될 신화적인 전투를 이런 식으로밖에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 . 최고급 횟감으로 매운탕을 끓인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적 연출과 극적 장치, 클리셰라는 갖은 양념으로 소재를 빛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찬란하게 빛나는 최고급의 소재를 다룰 때만은 양념을 자제하고 그 본연의 맛을 극도로 살리는 데 집중하는 절제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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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 오렌지향

취미/음식 | 2014. 5. 16. 14:24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즘 수입과자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 언젠가 한 번은 수입과자 전문점에라도 가 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 앞에 떡하니 가게가 하나 생겨버렸다. 점포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웬만큼 이름 들어 본 외국 과자들은 대부분 있었고 못 들어본 과자들도  꽤나 많았기에 싼 것 위주로 몇 개쯤 사보기로 했다. 집에 커클랜드 감자칩이랑 초코볼이 많으니, 빈 자리를 채워줄 뉴 페이스로 적합한 건 쿠키류 정도. 조금씩 먹으면서 새 거 뜯을 때마다 한 번씩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런 관계로, 오늘 포장을 뜯은 첫 타자는.





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 오렌지향


포장 디자인의 컨셉은 심플함과 고급스러움인 듯. 중앙에 위치한 대영 제국? 삘이 나는 문양과 과자 사진, 의미를 알 수 없는 중량 표시 옆의 동그란 체크무늬로 적절히 균형을 잡고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옅은 나뭇가지 모양 무늬가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리고 퍽퍽해 보이는 외면이 약간 칼로리바란스? 삘이 나기도 하고, 그래도 삼각형 모양이라 나름의 멋은 있는 것 같다.





큰 곽을 뜯으면 안에 은색 포장이 한 겹 더 되어 있고,




한 번 더 뜯으면 드디어 트레이에 담긴 쿠키들의 모습이 보인다.


깨지거나 한 건 전혀 없지만, 생각보다 많이 묻어있는 가루가 이중 포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 눈에 알게 해 준다.


트레이에 담긴 모습이 우리나라 곽과자들의 완충재 수작질을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구조다. 과자보다 약간 작은 칸에 쿠키들이 비스듬히 두 개씩 담겨 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모든 쿠키 칸을 가로로 ↑↓↑↓ 형태로 교차로 배치해 칸을 하나 줄일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역시 외국 회사라 우리나라처럼 개발 의욕이 충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관계로 총 개수는 10개.



근접샷


뭐 그냥, 전형적인 쿠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맛도 칼로리바란스보다는 덜 퍽퍽하고, 버터링 같은 질감에 가까우면서 적당히 달다.

그다지 느끼하지도 않고, 오렌지향도 대놓고 팍 느껴지는 건 아니고 먹다 보면 '아' 할 정도. 은은한 맛이다.

오렌지향이 입으로 느끼는 것보다 쿠키 자체의 냄새에서 조금 더 잘 느껴지는 그런 정도?


역시나 쿠키답게 커피나 차랑 같이 먹기 좋고, 느끼하지 않으니 그냥 일반적인 음료랑 먹어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




성분표

국내 제품 중 비슷한 쿠키류인 버터링과 비교해 보았다.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

버터링 160 18 6 2 9 5 65
로얄브리티시 160 20 7 2 8 4 110


조금 많이 들어간 나트륨을 제외하고는 별 차이가 없다. 쿠키 종류의 제법은 어디나 대충 비슷한가 보다.

다만 이게 30g 기준인데, 저 정도 나트륨량이면 나트륨/중량비가 3.7 정도로 저번에 포스팅했던 웬만한 감자칩들 수준이라; 생각보다 꽤 짠 음식인 거 같긴 하다.


하지만 뭐, 감자칩처럼 한 번 먹을 때마다 끝없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차와 곁들여 조금씩 먹는 쿠키로서는 그다지 단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86g에 1500원짜리 버터링에 비하면, 100g에 천원이라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성비도 과연 수입과자다운 요소.

저렴하고 적당히 퍽퍽한 쿠키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사먹어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 하다.

 

커클랜드 아몬드 밀크 초콜릿

취미/음식 | 2014. 5. 16. 00:46
Posted by 메가퍼세크

얼마 전에 인터넷을 돌다가, 우리 나라와 일본의 아몬드 초콜릿 용량 비교에 대한 글을 봤다.


네모난 트레이에 초콜릿을 무식하게 많이 때려박기만 한 개발 의욕 떨어지는 일본 메이지사의 아몬드 초콜릿에 비해, 열두 개의 규칙적인 홀을 파서 아몬드의 파손을 방지하고 미적인 가치까지 추구한 우리 나라의 선진적인 포장을 칭송하는 글이었다.(반어법)


그것도 초콜릿 간의 간격이 너무 좁아 서로 스크래치를 내거나 튀어나갈까 염려했는지, 다시 두 개를 줄여 10개들이 전용 트레이를 새로 개발하는 장인정신까지!


개인적으로 아몬드 초콜릿의 그 맛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런 개수작들을 알고 나니 도저히 사먹고 싶지 않아져 대안을 찾아보았다.


그 글에 나왔던 일본 메이지사의 아몬드 초콜릿은 직접 수입되지 않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전에 샀던 감자칩의 상표인 커클랜드에서 아몬드 초콜릿이 나온 것을 발견했다.


국산 롯데 아몬드 초콜릿은 42g에 1400원, 커클랜드 아몬드 초콜릿은 1.36kg짜리 통 하나에 약 2만원 안쪽.


무게는 32배인데 가격은 14배...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질렀다.


그리고 그 위엄 넘치는 결과물.




사진이 좀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거의 1:1 사이즈라고 보면 된다. 모니터에 대 보니까 이것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용기는 보다시피 플라스틱 재질로, 배송 중 파손 걱정 같은 건 거의 없어 보인다.


위쪽이 좀 비어있는 건 원래 그런 게 아니고, 좀 먹어서... 원래는 꽉 차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몬드 근접샷.




기본적으로 모양은 롯데 아몬드 초콜릿과 거의 똑같다. 미국 아몬드라 그런지 세로로 조금 더 길쭉하지만.

아무래도 공정이 다른지,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홀에 넣어 포장하는 롯데 초콜릿과는 다르게 모양이 조금 더 불규칙하다. 뭐 한 95%는 균일한 모양인데, 오른쪽 아래의 뚱뚱이나 위쪽의 겸형 적혈구처럼 생긴 것들이 한두 개씩 섞여 있다는 거다. 그리고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무게도 상당해서, 아래쪽 초콜릿들은 꽤 찌그러져 있다.


단면을 봐도 롯데 초콜릿과 큰 차이는 안 나는데, 단지 초콜릿이 조금 더 두껍고 미국제답게 맛이 진한 편이다.


진한 초콜릿 맛 좋아하는 사람이면 특히 만족스럽겠지만, 너무 단 거 싫어하면 조금 생각해 보길. 입맛에 맞는다면 중독성도 상당해서 커클랜드 감자칩처럼 생각보다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산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 1/4 정도가 사라졌다...


그나마 맛이 진하고 달아서 쉴새없이 먹을 수는 없다는 게 다행.


마지막으로 성분표를 대강 살펴보자.





롯데 아몬드 초콜릿의 경우 1회 제공량 42g당 열량은 240kcal, 탄수화물 18g, 당류 15g, 단백질 4g, 지방 17g,포화지방 7g, 나트륨 20mg이므로


같은 42g으로 환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칼로리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나트륨

롯데 240 18 15 4 17 7 20
커클랜드 224 18.2 14 4.2 16.8 5.6 21


뭐, 포화 지방량 약간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저번 감자칩도 그렇고, 분명 국산보다 강한 맛을 가졌는데 영양 성분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신기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소하고 단 맛, 은근한 중독성, 그러면서도 너무 자주 먹을 수 없는 진한 맛,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가격 대비 용량까지 갖추어 틈틈이 집어먹는 간식으로 최적이라는 느낌?


진한 초콜릿 맛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 번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커클랜드 감자칩에 대하여

취미/음식 | 2014. 4. 30. 03:26
Posted by 메가퍼세크

감자칩.


얇게 저민 감자를 기름에 튀겨 소금을 묻혔을 뿐인 이 간단한 음식은, 감자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과 튀김 과정에서 얻어진 바삭함, 그리고 그것을 증폭시키는 소금의 짭짤함이라는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조화되어 만들어진, 인류의 가장 위대한 걸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찍이 이 위대한 음식의 가치를 꿰뚫어본 나는, 초등학교 때 처음 포테토칩을 접한 이후로 국내 감자칩계에 등장한 거의 모든 제품들을 섭렵하고, 세 치 혀만으로 모든 브랜드의 감자칩을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국내 정상을 차지하던 포테토칩의 아성이 포카칩에 의해 무너지고, 수미칩과 스윙칩, 생생 감자칩과 같은 신흥 강호들의 도전으로 감자칩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 기나긴 시간 동안, 감자칩의 가격은 평균적인 물가 상승비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면서도 내용물의 충실함은 오히려 떨어지고 봉지 내 질소 충전량만 점점 늘어가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기업들은 감자칩의 파손 방지랍시고 선전해댔지만, 훨씬 질소 충전량이 적었던 시절과 파손율은 별로 다를 바가 없었기에 그냥 돈을 좀 더 많이 벌어먹고 싶다는 얄팍한 상술의 결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초심을 잃어버린 감자칩 제조사들의 이런 횡포에 의해 수많은 감자칩 애호가들의 가계부채와 엥겔지수가 급속히 상승하고, 비싼 감자칩을 사먹기 위한 과도한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로 과로로 건강을 해치거나 그 비싼 과자 좀 그만 먹으라며 분노한 엄마한테 등짝을 얻어맞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없는 부조리가 발생하였고, 역사의 흐름이 언제나 그렇듯 몇 년에 걸친 세월 동안 고통에 시달리던 소비자들은 드디어 국내의 감자칩 시장을 떠나 기름과 소금이 흐르는 약속의 땅 미국의 감자칩으로 엑소더스를 감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대표주자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감자칩이다.


<그 거대한 모습>


위 사진은 이번 달 초에 옥션에서 처음 구입한 커클랜드 감자칩이 배송된 후, 그 압도적인 크기와 질량에 놀라 황급히 크기 비교를 하기 위해 찍은 것이다.


마치 쌀포대를 연상케 하는 질긴 재질의 봉투와 32oz(907g)이라는 놀라운 질량, 키보드보다 거대한 크기는 봉투에 쓰여져 있는 'POTATO CHIPS' 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것이 정말 감자칩 봉지인지 알 수 없었을 정도의 포스를 뿜어낸다.




<그 분의 존안>


질겨서 도저히 손으로는 뜯어낼 수 없었던 봉투를 가위로 자르고서야 찍을 수 있었던 내용물의 근접샷.


'크링클 컷' 이라는 이름대로 스윙칩과 비슷한 물결 무늬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너무 방대한 양으로 인해 스스로의 무게로 파손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강도는 꽤 딱딱한 편에 속한다.


사진으로도 알 수 있는 상당한 기름기와, 감자칩의 내부까지 고루 스며든 엄청난 소금기를 가지고 있어 봉투를 열어놓기만 해도 바다의 냄새가 풍기고, 입 속에 넣고 있으면 삼투압 현상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으며, 봉지 안은 엄청난 기름기로 번들거리고 하나 둘씩 집어먹다 보면 손에 기름기가 배일 정도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적응력의 동물.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거 같았던 이 감자칩의 딱딱함을 바삭함으로, 소금기는 중독성으로, 기름기는 감칠맛으로 느끼게 되는 데는 채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처음 배송됐을 때 최소 일 주일은 버틸 줄 알았던 이 거대한 감자칩은 고작 삼 일 만에 모두 내 위장 속으로..

미국의 비만율이 어째서 세계 최고인지 너무도 명확하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번외로, 커클랜드 감자칩과 국산 감자칩과의 차이가 궁금해 넘치는 잉여력을 발휘해 간단히 표로 정리해보았다.


-감자칩의 주요 특징인 중량, 가격, 나트륨, 지방량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포화지방도 나타내려고 했지만 1회 분량 조작해서 0g으로 나타내는 꼼수 때문에 포기)


-모든 감자칩은 소금맛 또는 오리지널 카테고리로 선택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가격은 네이버 지식쇼핑 최저가 중 빈도수가 충분한 가격을 선택했고

성분비는 제조사 홈페이지 또는 봉지에 표기된 수치를 사용했다.


커클랜드

포카칩

칩포테토

수미칩

생생칩

중량(g) 907.000 56.000 60.000 85.000 65.000
가격(원) 8500.000 1000.000 1200.000 1300.000 1000.000
나트륨(mg) 3680.000 230.000 180.000 360.000 220.000
지방(g) 288.000 20.000 22.000 24.000 24.000
나트륨/중량 4.057 4.107 3.000 4.235 3.385
지방/중량 0.318 0.357 0.367 0.282 0.369
중량/가격 0.107 0.056 0.050 0.065 0.065


->의외로 지방과 나트륨 함량에서는 커클랜드 감자칩이 크게 특출나지 않았다.

포카칩과 수미칩의 나트륨 함량은 커클랜드 감자칩과 비슷했고, 칩포테토와 생생칩은 생각보다 나트륨이 적었다.

지방 함량은 오히려 수미칩을 제외한 국내의 타 감자칩에 비교해 커클랜드 감자칩의 지방 비율이 오히려 적었다.



가장 중요한 중량 대비 가격비에서는 당연히 커클랜드 감자칩의 가성비가 월등했다.

-그나마도 위의 표는 인터넷 배송 기준으로 작성되었고, 보통 용량이 적은 국산 감자칩은 오프라인에서 비싸게 사 먹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성비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근처 슈퍼나 마트에 진열된 포카칩의 가격은 1500원 선인데, 이 경우 중량/가격비는 0.037로 커클랜드 감자칩의 거의 1/3로 떨어진다.


-결론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국산 감자칩 따윈 버리고 커클랜드 감자칩을 먹자는 것이다.

 

그런 계절-루시아

취미/음악 | 2014. 4. 27. 20:08
Posted by 메가퍼세크



아는 형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정주행하다 발견한 좋은 곡 하나.


루시아가 누군지 이 곡으로 처음 알았는데, 목소리가 참 잔잔하면서도 이런 시적인 가사에 참 잘 어울리는 가수인 것 같다. 이 곡에서는 공기를 좀 많이 섞어 불러서 자칫 꽤 느끼할 수도 있었는데, 문학적인 가사와 완성도 높은 곡 덕분에 꽤 잘 매치되는 느낌이다. 작사도 직접 했다는데, '형벌같은 이 봄' 같은 구절들을 보면 감수성이 참 풍부한 듯.


곡 자체도 좋지만 뮤비는 정말 멋지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려 곡의 이야기를 더 깊게 확장시켜 표현했다는 느낌? 무음 상태에서 책이 펼쳐지면서 멜로디가 시작되는 것도 그렇고, 흑백으로 표현되던 남녀가 만나 색깔을 가지고 춤추다가 다시 사라지는 연출이 참... 천천히 왔다 금방 가버리는 봄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실제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한 컷 한 컷 따라그리는 '로토스코핑'이라는 기법으로 제작했다는데, 사실적인 움직임을 잘 표현하면서도 애니메이션적인 표현도 잘 살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에 뮤직비디오라는 게 그냥 아이돌들이 잔뜩 폼잡고 나와서 옷 갈아입으면서 춤추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런 잘 만들어진 '작품' 을 보면 '아. 뮤비도 종합 예술이었지' 하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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