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아빠 사건에 대한 생각

자아성찰/가치관 | 2023. 2. 7. 22:30
Posted by 메가퍼세크

며칠 새 떠들썩한 일이 생겼다. 150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승우아빠 채널에서 아는 유튜버가 오픈한 식당에 찾아가 컨설팅을 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그 식당에서 사람을 당근마켓에서 뽑는다는 말을 듣자 '그런 데서 뽑으면 사람도 중고 같다', '정상적인 곳에서 뽑아라' 는 발언을 한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공격당한 당근마켓 측에서 오피셜 계정을 통해 위트있는 댓글로 받아쳤지만, 승우아빠는 라이브 방송에서 그 댓글을 두고 '무료광고 하지 마라' 면서 댓삭해야겠다, 좋은 말로 한 게 아니라며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저번 주 금요일에 발생한 이 논란은 토요일 새벽부터 커뮤니티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나갔고, 사람들의 항의 댓글을 지웠다, 이번 행동과 모순되는 승우아빠의 과거 행적이 발굴되었다는 등의 떡밥이 계속 공급되며 화력이 끝없이 올라갔다. 뉴스기사까지 수없이 나오는 와중에 당사자인 승우아빠만이 계속 묵묵부답이다가, 논란 점화 후 3일이 지난 오늘에야 사과문이 올라왔다. 사과문에서는 계속 거론되는 자신의 잘못을 대부분 인정하되 잘못 퍼진 논란들에 대해서는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해명이 나오기까지 계속 끓어오르던 여론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낀 첫 감정은 '무섭다' 와 '빠르다' 였다. 논란이 되기 전에 해당 영상을 직접 봤지만 크게 많은 걸 느끼지는 못했는데, 어느 순간 그 영상의 한 포인트가 주목되더니 하루 이틀만에 커뮤니티에 퍼지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논란이 된 행동만이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된 이전의 행적, 사건과 관련 없지만 좋지 않게 보였던 이전 성격들까지 남김없이 발굴되어 공격에 힘을 보탰다. 심지어는 승우아빠가 캐나다 사람이라는 사실이나 승우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도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사과문에도 용서는 없었다. 사건을 인지한 이후 바로 회사와 논의해 조치를 취했고 이미 빡빡하게 잡힌 해외일정을 수행하다가 당근 측의 연락을 받고 정황을 취합해서 사과문을 올렸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논란을 그냥 묻어갈 생각이었다가 너무 판이 커지니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는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물론 해명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고 사실 증명할 방법도 별로 없지만,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는 측도 심증 외에는 크게 근거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불명확한 것을 근거로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비난은 재판이 아니고 무죄 추정의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승우아빠가 말한 것들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해도, 그걸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운 좋게 남아있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내려진 판결을 뒤집기는 힘들 것 같다. 회사에 바로 전화해서 조치를 취했다고 해도 그 전화를 녹음하지 않았다면 그걸 증명할 수 있을까? 일정이 충분히 바쁘고 피곤해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 정말로 최선의 대처를 다했음에도 수십, 수백만 명에게 두들겨맞는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게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애초에 이미 논란이 된 시점에서 어떻게 행동해도 그 논란을 완전히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게 아닐까?

물론 이런 무서운 상황이 그 유튜버의 과거의 행적이나 잘못에 대한 업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뭐 형법에서도 초범보다는 재범의 처벌이 무겁고 이전의 행적이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런 정황들이 불명확한 근거의 자리를 대체하는 데까지 가서는 안되지 않을까. 그리고 과거의 행적이라고 말하는 것들 중 상당수는 승우아빠의 명확한 잘못이 아닌 호불호가 갈리는 방송 스타일과 성격에도 근거하고 있다. 많은 브랜드를 맛과 품질을 이유로 거침없이 비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 성격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의 불호를 살 만하지만, 그것 또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불명확한 근거를 채우는 편향성으로 작용하는 건 이상한 것 같다. 언젠가 저렇게 한순간에 공격당할 수 있으니 나도 행동과 언행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잘못이 아닌데도 그로 인해 미래의 잘못을 곱절로 비판받는 것은 이상하다는 반감도 함께 든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고 굉장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걸 이해하고 맞춰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게 가장 슬픈 일이다. 필요한 선에서는 남의 눈을 신경쓰되 나 자신이 비합리적인 눈으로 남을 보지는 않도록 끝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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