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곡 모음

취미/음악 | 2014. 12. 6. 00:27
Posted by 메가퍼세크

가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의 주된 기준은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 가사, 멜로디, 가수의 개인적 행보까지.

수많은 측면에서 내 취향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따져, 정말 괜찮다 싶은 가수의 곡들만을 주로 듣는다.


물론 내 취향도 언제까지나 똑같은 것은 아니고, 가수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기에 선호하는 가수의 취향도 조금씩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내 취향 리스트의 탑클래스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수가 있다.


오늘은 그 가수, 김동률의 곡 중에서 내가 특히 좋다고 생각하는 몇 개의 곡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The Concert


-처음 콘서트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고 끝마치기까지의 과정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 곡이다.


콘서트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의 벅참.

캄캄한 무대에서 시작을 기다릴 때의 긴장.

화려한 조명 아래서 공연을 시작할 때의 희열.

성공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몰입감.

마지막 곡을 부를 때의 아쉬움.


곡의 구조는 상당히 단순해, 주제부를 반복하면서 점점 악기를 추가하고 키를 높일 뿐이지만

오히려 그런 구조가 가사의 흐름을 충실히 받쳐주고,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무대에 올라 노래부르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가사라, 한 번 무대에서 불러본 적이 있었지만 도저히 곡의 느낌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2.청춘





-젊었을 적 친구들과의 시간을 회상하며, 청춘을 회상하는 곡이다.

'내 오랜 친구들' 이라는 곡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아직 이 곡을 제대로 이해할 만한 나이는 안 된 것 같지만, 10년 후쯤 지금의 친구들을 만난다면 이런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다.


대학 입학했을 때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볼 줄 알았던 동기들도 벌써부터 이리저리 흩어지고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나중에는 정말 얼마나 변해 있을런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 때 만나도 지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맥주나 한 잔 할 수 있을런지.


3.감사


-축가로 자주 쓰이는 노래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같은 선생님께 교습받던 사람 중에 자기 결혼식 축가로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했던 사람이 있어서 그 때 알게 되었다.


전해 들은 말로는, 원래 다른 노래를 하려고 했는데 신부 되실 분이 이 노래가 더 좋다고 해서 바꿨다고... 노래를 듣고 보니 그 말이 납득이 갈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노래다.


축가라고 하면 가장 널리 불려지는 '사랑의 서약'은 서로가 같이 걸어가자는 느낌이라면

이 노래는 신랑이 신부에게 아름다운 고백을 하는 느낌이 든다.


낮은 음역에서 읊조리는 듯이 부르다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음정도 큰 특징인데, 전체적인 분위기 변화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부에서는 신부를 만나게 된 것, 신부를 사랑하게 된 것을 조용히 '감사' 하고

중반부에서는 조금 고조된 분위기로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것을 '다짐' 하고

후반부에서는 크게 들뜬 분위기로 행복한 마음을 '고백' 한다.


결혼식이라는 자리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곡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바로 다음 곡을 제외하고는.


4.내 사람




-이 곡은 최근에 나왔지만, 축가로서는 위의 곡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축가로서의 느낌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고백하는 그런 것?


장난스럽게 놀던 시절에서 언젠가 설렘이 시작되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고백하는 서사적인 과정이 노래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곡의 흐름도 '감사'에 비해 매끄러운 선율이 강조되고, 크게 지르는 부분이 그다지 없어서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배우자라는 단어를 이렇게 잘 표현한 가사가 어디 있을까.



5.출발





-김동률 노래 중 가장 희망찬 곡 중 하나.


피리인지 뭔지 모를 가벼운 선율과 타악기들의 조화가, 들뜬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가사도 새로운 것을 찾는 여행의 즐거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엄청 유명한 곡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제목을 잘 모르더라.

그래도 선율은 유명해서 틀기만 하면 '아 이거'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기한 곡.


6.오래된 노래


-이별노래.


어찌보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지만, '노래' 라는 매개체가 들어가 더 아련한 느낌을 준다.


연인을 위해 만들었던 노래를, 이별한 후에 찾는 기분이란 과연 어떨까. 자신의 노래를 알아주던 한 사람을 잃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는 기분은 무엇일까. 게다가 옛 연인은 자신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노래에 담긴 스토리만으로도,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김동률 본인의 이야기일까.



7.동행


-가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시도가 인상적인 곡이다. 앞으로 일정하게 나아가는 발걸음을 연상시키기 위한 것인가 싶다.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사랑노래에서 자주 나오는 '뭐든 해줄게' 식의 허풍이 아니라, '돕고 싶다' 는 진솔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가사가 참 특이하고 멋지다. 이런 게 진정한 헌신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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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다 문득 든 생각.

잡설 | 2014. 11. 25. 10:06
Posted by 메가퍼세크

오늘, 아침 시간을 놓쳐 커피와 과자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단 과자를 먹고, 다시 쓴 커피로 입가심.


평소처럼 그렇게 반복하다 문득, 이 과정이 참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으면 입 안이 쓰지도 않았을 것을, 일부러 쓴 커피를 마셔 놓고서 단 과자로 그 쓴맛을 중화시키고. 입 안에 맴도는 엄청난 단맛을 다시 쓴 맛으로 씻어내려 커피를 마시고.


0에서 시작해 1을 더하고, 2를 뺴고, 다시 2를 더하는 무의미한 반복이 아닌가.


물론 한 순간 달았던 순간과 썼던 순간, 즉 1과 -1이었던 순간의 경험은 내 기억에 남았고 그 증거로 배에 들어간 과자와 커피의 포만감도 남아 있다.


과자의 단맛과 커피의 쓴맛이 +와 -라면, 포만감은 둘 다 +로 작용한다.

결국 내가 한 일은 포만감이라는 길을 걷기 위해, 왼쪽 앞으로 진행하는 과자라는 방법과 오른쪽 앞으로 진행하는 커피라는 방법을 번갈아 사용하며 지그재그로 걸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은 무수히 많다.

점심에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면 저녁에는 따뜻한 밥을 먹고 싶고

매일 잔잔한 음악만 듣다 보면 가끔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이 듣고 싶고

따뜻한 방 안에서 쉬다 보면 밖에 나가 산책하면서 바람을 쐬고 싶은 법이다.


이런 일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실 배를 채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밋밋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 된다.

그럼에도 어떤 맛을 가진 음식을 먹는 것은 결국 맛이라는 '쾌감'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음악을 듣는 것, 휴식을 취하는 것도 결국 어떤 종류의 쾌감을 느끼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여러 종류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전에 선택했던 행동과 반대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쾌감이 '신선함' 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커피의 첫 모금을 마실 때, 커피의 쓴맛은 분명 신선한 맛이지만

연속으로 두 모금, 세 모금을 마시면 아무래도 질리기 마련이다.

그 때 과자의 단맛이라는, 쓴맛과 대비되는 '신선한' 맛이 등장하여 커피의 쓴맛을 덮어주고

단맛이 쓴맛을 모두 없애고 혀를 지배할 때, 다시 커피를 마시면 반대의 과정이 일어난다.

서로를 '신선하게' 만드는 선택지들의 진자 운동이, 지속적으로 쾌감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약해졌다 강해지는 맛의 스펙트럼도, 쾌감의 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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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마망 라즈베리 타르트

취미/음식 | 2014. 11. 14. 23:24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새 차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티푸드' 라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어서 평소 좋아하던 짜고 바삭한 과자를 샀다가 커피 맛을 소금에 빼앗기거나,

수입과자 특유의 코코넛맛, 바나나맛 등의 지뢰들을 멋모르고 샀다가 혀를 테러당하거나,

가성비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샀다가 피같은 돈을  과자 몇 쪼가리에 날려먹는다거나 하는 비극들을 참 많이도 겪었지만


그런 삽질들이 차차 경험치로 쌓여 조금씩이나마 티푸드에 대한 감을 잡아가고 있다.


그 첫 성과로서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 이번에 소개할 본 마망 라즈베리 타르트.

bonne maman 이라는 프랑스의 회사에서 만든 과자인데, 원래 잼과 프리저브(원재료 형체가 더 남아 있는 잼) 등을 생산하는 회사인 것 같다.


프랑스어 번역기로 이름을 돌려 보니, 회사 이름은 아마 '좋은 엄마' 라는 뜻인 듯.


내가 살 때의 가격은 4800원이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5~6천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


<상자 디자인>

겉 상자에 그려진 이미지부터가 벌써 범상치 않다.


천원짜리 편의점 마가렛트 상자에도 쓰이는 체크무늬는 그렇다고 쳐도, 상품 이미지와 고급스러워 보이는 꼬부랑 글씨만을 강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둔 디자인.


이전에 소개했던 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의 디자인과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쇼트브레드의 디자인이 진중하고 보수적인 느낌이었다면, 타르트 상자는 조금 더 화려하고 유혹적이라는 느낌?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영국과 프랑스라는 과자 회사의 국적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참고:로얄 브리티시 쇼트브레드의 상자 디자인>


미묘한 위치에 자리잡은 점선을 따라 겉 상자를 뜯어 보면, 이제 내용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참 쓸데없는 사진인데, 점선을 따라 뜯은 모습도 멋있어서 그냥 찍어봤다. 이런 디자인에 실용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나름 고급과자로서 차별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보면 되겠지.


상자 안에 있는 타르트는 총 9개로, 트레이나 내부 용기 없이 비닐 한 겹으로만 낱개 포장되어 있다.


파손이 약간 걱정되기는 했지만, 타르트가 생각보다 튼튼해서 그런지 상태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근접 컷>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모습.


잘 파손되지 않으면서도 입에 넣으면 충분히 씹힐 만큼 절묘한 강도를 가진 타르트 껍질 안에, 원재료의 형태와 씨까지 충분히 관찰되는 라즈베리 프리저브가 꽤 두껍게 들어있다.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타르트 껍질과의 접착력도 괜찮은지, 이탈하거나 포장에 묻은 프리저브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맛은... 그냥 완벽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라즈베리의 새콤한 맛이 상당히 강한데, 적절히 조합된 단맛이 새콤함과 어우러져서 최고의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타르트 껍질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딱 알맞게 씹히면서 내용물의 맛을 받쳐주어서 먹는 내내 불만이 생길 만한 부분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먹을 때 부스러기도 거의 안 떨어진다)


과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의 완성도가 최고 수준에다, 커피나 차와의 조화도 좋아서 손님 대접이나, 선물로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딱 하나 문제인 건 타르트 한 개당 최소한 500원이 넘는 가격인데... 매일 먹는 건 힘들더라도, 몇 개 사서 보관해 뒀다가 가끔씩 꺼내서 먹는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다. 


원체 고급 과자이기도 하고, 맛있다고 매일 먹다가 금방 질려버리는 것보다는 가끔씩 즐기는 작은 사치로 남겨놓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성분표>


성분 함량은 이렇다.

라즈베리 함량이 생각보다 낮아서 약간 아쉽지만, 첨가제가 거의 없고 영양성분도 준수하다.


유통 기한은 생각보다 긴 편으로, 제조일자부터 딱 1년. 여러 개 사서 보관해 놓기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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