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의 주된 기준은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 가사, 멜로디, 가수의 개인적 행보까지.
수많은 측면에서 내 취향에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따져, 정말 괜찮다 싶은 가수의 곡들만을 주로 듣는다.
물론 내 취향도 언제까지나 똑같은 것은 아니고, 가수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기에 선호하는 가수의 취향도 조금씩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내 취향 리스트의 탑클래스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수가 있다.
오늘은 그 가수, 김동률의 곡 중에서 내가 특히 좋다고 생각하는 몇 개의 곡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The Concert
-처음 콘서트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고 끝마치기까지의 과정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 곡이다.
콘서트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의 벅참.
캄캄한 무대에서 시작을 기다릴 때의 긴장.
화려한 조명 아래서 공연을 시작할 때의 희열.
성공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몰입감.
마지막 곡을 부를 때의 아쉬움.
곡의 구조는 상당히 단순해, 주제부를 반복하면서 점점 악기를 추가하고 키를 높일 뿐이지만
오히려 그런 구조가 가사의 흐름을 충실히 받쳐주고,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무대에 올라 노래부르는 사람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가사라, 한 번 무대에서 불러본 적이 있었지만 도저히 곡의 느낌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2.청춘
-젊었을 적 친구들과의 시간을 회상하며, 청춘을 회상하는 곡이다.
'내 오랜 친구들' 이라는 곡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아직 이 곡을 제대로 이해할 만한 나이는 안 된 것 같지만, 10년 후쯤 지금의 친구들을 만난다면 이런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다.
대학 입학했을 때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볼 줄 알았던 동기들도 벌써부터 이리저리 흩어지고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나중에는 정말 얼마나 변해 있을런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 때 만나도 지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맥주나 한 잔 할 수 있을런지.
3.감사
-축가로 자주 쓰이는 노래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같은 선생님께 교습받던 사람 중에 자기 결혼식 축가로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했던 사람이 있어서 그 때 알게 되었다.
전해 들은 말로는, 원래 다른 노래를 하려고 했는데 신부 되실 분이 이 노래가 더 좋다고 해서 바꿨다고... 노래를 듣고 보니 그 말이 납득이 갈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노래다.
축가라고 하면 가장 널리 불려지는 '사랑의 서약'은 서로가 같이 걸어가자는 느낌이라면
이 노래는 신랑이 신부에게 아름다운 고백을 하는 느낌이 든다.
낮은 음역에서 읊조리는 듯이 부르다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음정도 큰 특징인데, 전체적인 분위기 변화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반부에서는 신부를 만나게 된 것, 신부를 사랑하게 된 것을 조용히 '감사' 하고
중반부에서는 조금 고조된 분위기로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것을 '다짐' 하고
후반부에서는 크게 들뜬 분위기로 행복한 마음을 '고백' 한다.
결혼식이라는 자리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곡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바로 다음 곡을 제외하고는.
4.내 사람
-이 곡은 최근에 나왔지만, 축가로서는 위의 곡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축가로서의 느낌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고백하는 그런 것?
장난스럽게 놀던 시절에서 언젠가 설렘이 시작되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고백하는 서사적인 과정이 노래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곡의 흐름도 '감사'에 비해 매끄러운 선율이 강조되고, 크게 지르는 부분이 그다지 없어서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배우자라는 단어를 이렇게 잘 표현한 가사가 어디 있을까.
5.출발
-김동률 노래 중 가장 희망찬 곡 중 하나.
피리인지 뭔지 모를 가벼운 선율과 타악기들의 조화가, 들뜬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가사도 새로운 것을 찾는 여행의 즐거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엄청 유명한 곡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제목을 잘 모르더라.
그래도 선율은 유명해서 틀기만 하면 '아 이거'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기한 곡.
6.오래된 노래
-이별노래.
어찌보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지만, '노래' 라는 매개체가 들어가 더 아련한 느낌을 준다.
연인을 위해 만들었던 노래를, 이별한 후에 찾는 기분이란 과연 어떨까. 자신의 노래를 알아주던 한 사람을 잃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는 기분은 무엇일까. 게다가 옛 연인은 자신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노래에 담긴 스토리만으로도,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김동률 본인의 이야기일까.
7.동행
-가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시도가 인상적인 곡이다. 앞으로 일정하게 나아가는 발걸음을 연상시키기 위한 것인가 싶다.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사랑노래에서 자주 나오는 '뭐든 해줄게' 식의 허풍이 아니라, '돕고 싶다' 는 진솔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가사가 참 특이하고 멋지다. 이런 게 진정한 헌신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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