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히트 달성

잡설 | 2015. 2. 9. 23:58
Posted by 메가퍼세크



별 생각 없이 블로그 들어왔는데 딱 2500히트.


잠깐 기분이 좋았는데, 블로그 글들 보니 다시 쪽팔린다...


대체 언제쯤이면 내가 만족할 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슬픈 미이라의 저주' 에 대한 감상

취미/게임 | 2015. 1. 29. 16:37
Posted by 메가퍼세크



리그 오브 레전드의 새로운 시네마틱 컨텐츠가 발표되었다. 징크스 발매 때 발표되었던 'Get Jinxd!' 이후, 15개월만에 나온 개별 캐릭터의 뮤직 비디오다.


동화풍의 그래픽과 기승전결이 뚜렷한 장면 전개, 뮤지컬 느낌이 나는 곡 등 마음에 드는 부분은 수없이 많지만, 그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영상 컨텐츠들을 봐온 유저로서 느끼는 가장 큰 포인트는 역시 영상의 주제 선정. 라이엇의 영상물 제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외면되어 왔던 '캐릭터 스토리' 를 정면에 부각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울보 아무무와 잔혹한 광대 샤코, 시체를 짜맞추어 살아난 언데드 장군 사이온과 녹서스에서 쫓겨난 부모에 의해 키워진 천재 마법사 애니 등. 다양하고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갖춘 캐릭터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초창기부터 큰 인기를 얻도록 한 큰 요인 중 하나였고, 초기의 라이엇은 '리그의 심판' 이나 '정의의 저널 등을 통해 캐릭터 컨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턴가 저런 부가적인 컨텐츠들은 유저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나씩 사라져 갔지만, 라이엇은 그 대신 조금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개성과 매력을 겸비했던 초기 챔피언들>


최초로 곡 전체에 가사를 붙여 캐릭터의 컨셉을 설명한 다이애나의 로그인 음악부터 시작해, 렝가와 카직스의 라이벌 구도와 게임 내 특수 이벤트, 로그인 화면에서 독백이 나왔던 엘리스, 발매 전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떡밥을 뿌려대더니 아예 최초로 뮤직 비디오까지 들고 나와 대놓고 캐릭터성을 표현했던 징크스까지. 라이엇의 캐릭터 메이킹은 표현 방법을 발전시켜 가며 꾸준히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했던가. 과도한 창작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날이 갈수록 라이엇에서 내놓는 신규 챔피언들이나 스토리 관련 컨텐츠의 매력이 떨어져만 간다는 생각이 든다.


컨셉이 딱 '자기 힘에 취한 초딩' 수준이었던 신드라나 도저히 캐릭터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퀸은 그렇다고 쳐도, '분노조절장애' 라는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어이 털리는 설정을 가지고 나온 나르나, 스타 2 울트라리스크의 잠복 돌진 하나 보고 베껴만든 듯한 렉사이, 기존 스토리를 이상하게 뜯어고치면서 나온 아지르까지. 점점 나오는 챔프나 스토리들이 이상해지고, 사람들이 좋아했던 리그 오브 레전드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새대가리나 고양이는 대체 왜 출시한 건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출시된 것이 이 뮤직 비디오. 아무무라는 매력적인 챔프의 스토리의 뼈대와 캐릭터성을 완벽히 살리면서 영상과 음악 컨텐츠로 살을 입힌 이 작품은 라이엇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 '캐릭터 본연의 매력' 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지 헷갈려 할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가능한 쉬운 설명을 위해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옆 동네 HOS,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비교해 보기로 하자.(이하 히오스, 롤로 통칭한다)


히오스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이 롤과 비교해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점 중 하나는 캐릭터성이였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라는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자랑하는 블리자드가 만드는 AOS 게임이라면, 각 게임의 가장 인기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얼마든지 데려다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디아블로, 짐 레이너, 아서스, 티리엘과 같은 초인기 캐릭터들이 출연한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실제로 히오스가 테스트에 들어간 지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히오스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당황한 포인트 중 하나는 '생각보다 캐릭터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의 짐 레이너는 물론 멋있었지만 히페리온의 그림자라고 주장하는 장판을 깔고 무빙하면서 평타질하는 마린 한마리를 보며 스2의 폭풍간지를 떠올리기는 어려웠고, 위엄 넘치던 디아블로가 쏴대는 W 불똥의 초라한 이펙트와 데미지를 보며 느꼈던 어이없음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결국 게임의 스토리란 어디까지나 게임의 재미를 서포트하기 위한 컨텐츠이고, 게임과의 활발한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스토리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 설령 해리 포터를 RPG 게임으로 만든다고 쳐도, 이름만 해리 포터인 마법사가 마왕 때려잡는 내용이라면 그 게임을 누가 할 것인가. '본질에 충실하라' 는 격언은 게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슬픈 미이라의 저주' 를 보고 롤 플레이어들이 감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매일 플레이하던 게임 속에서 울고 짜증내면서 정글몹을 잡고, 붕대를 던지고 저주를 폭발시켜 상대팀을 묶어버리던 작은 아무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듯 게임 내적인 이미지와 플레이를 잘 설명하고 받쳐 주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굳이 아무무가 어째서 미이라가 되었는지, 어째서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저주를 받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고, 설정을 짤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캐릭터 본연의 매력' 이기 때문이다.



<아무무가 왜 미라가 되었는지 몰라도, 매력을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설정과 스토리가 아예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데마시아와 녹서스, 아이오니아, 그림자 군도, 프렐요드 등 다채로운 지역들로 이루어진 발로란의 세계관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스토리의 살을 붙이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고, 롤이라는 게임의 스토리에 통일성과 일관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조에 그쳐야 할 설정과 스토리의 일관성에 집착해,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에 마구잡이로 손을 대는 최근 라이엇의 행보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제라스의 과거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임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관계는 하나가 아니다. 거대한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완성시키는 게임(워크래프트 등)이 있는 반면,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초점이 맞추어진 짧은 스토리가 포도송이처럼 엮여 있는 게임(LOL)도 있는 것이다. 조금 과하게 흩어진 감이 있는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다듬으려고 하는 라이엇의 태도에도 일리는 있지만, 형식적인 작업에 치중하여 캐릭터 본연의 매력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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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어려움

잡설 | 2015. 1. 27. 00:15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새 블로그를 들어와 이것저것을 확인하다 보면, 항상 신경쓰이는 숫자가 있다.


블로그 우측 상단쯤에 표시되는 총 글의 개수가, 로그인하기 전에는 20개였다가 어드민으로 로그인하는 순간  29개로 급격히 늘어나는 것.


늘어난 9개의 글은 모두 비공개로, 주로 한창 쓰던 중 더 이상 이어갈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다 썼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너무 개판이어서 블로그에 걸어놓기가 민망할 정도인 것들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공개로 놓은 글들에 문제가 없냐고 한다면 그건 또 전혀 아니지만, 29개나 되는 글 중에서 거진 3분의 1이나 비공개라는 건 뭔가 내 글쓰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이 블로그를 만들기 전, 페이스북이나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 가끔 글을 쓸 때부터 글쓰기라는 건 항상 오랜 시간과 생각과 고통, 그리고 노가다를 동반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글로 써보고 싶다' 고 생각하게 만드는 소재가 나타나야 하고, 그 소재로 인한 모티베이션이 키보드 앞에 앉는 시점까지 유지되어야 하며,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그 소재에 대한 생각과 재해석을 전개하고, 부족한 필력으로 그 상세한 내용을 남김없이 풀어내면서 제대로 된 글로서의 짜임새와 완결성, 결론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


매 과정 하나 하나가 성립되기 엄청나게 어려운 조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히 글의 표현과 짜임새에 있어서는 점점 높아져만 가는 스스로의 기준에 비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는 문장력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무더기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과 스펀지마냥 구멍이 숭숭 뚫린 논리 전개,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의 반의 반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미숙한 문장을 보면 그냥 컨트롤 A-딜리트를 눌러버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페이스북을 할 때는 아무래도 SNS라는 특성상 여러 사람들이 자유롭게 떠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상대적으로 쓰기 어려운 주제라도 상대적으로 덜 깊이 생각하고 부담없이 올릴 수 있었는데

(그 때도 4~5시간 잡아먹는 건 예사였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글들은 하루 안에 끝났다)


글이 너무 길어지고 SNS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티스토리로 이사한 이후에는 오히려 '글을 쓰기 위해 만든 공간' 이라는 터무니 없는 부담감 때문에 글을 쓰는 모든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준이 현저히 올라가 버렸다.


그 결과로 몇 시간씩 쓰다가도 스스로에게 절망감을 느끼고 팽개쳐 버리는 글들이 늘어났고, 그렇게 비공개로 돌려진 글들은 그 절망을 떨쳐낼 만큼의 새로운 모티베이션이 생길 때까지 그대로 수감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 좀 어렵다 싶은 주제로 시작한 글은 비공개 상태에서만 몇 달이 넘는 기간을 보내면서 대여섯 번이 넘는 갈아엎기와 가필을 거치고서도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의 글 수는 올라갈 기미가 없고, 일부러 열어놓은 블로그를 몇 달 동안 방치해두기도 뭐해서 차선책으로 한두 개씩 쓰기 시작한 과자나 음악 리뷰들은 어느새 블로그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 지 오래다.


정말 쓰고 싶었던 내용들은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비공개로 돌려지고, 취미 겸 가벼운 흥미로 시작했던 리뷰들은 별다른 제지 없이 블로그를 점령하는 이 상황.


대체 몇 년이나 글을 더 쓰면,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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