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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8 | '사진에 대하여' 를 읽고
  2. 2020.08.18 | '개소리에 대하여' 를 읽고
  3. 2019.08.13 | hatao&nami
  4. 2018.04.30 | 인피니티 워 후기
  5. 2017.12.26 | 홍차 입문기.
  6. 2016.10.03 | 요즘 꽂힌 노래.
  7. 2016.08.07 | 수어사이드 스쿼드 후기
  8. 2015.09.22 | 세상물정의 물리학 1
  9. 2015.09.06 | Flipped 감상.
  10. 2015.07.20 | 나의 게임 라이프에 대하여 2

'사진에 대하여' 를 읽고

취미/책 | 2020. 8. 18. 18:14
Posted by 메가퍼세크

 

이것도 예전에 참여했던 독서모임에서 봤던 책이다. 사진 기법이나 기술적인 면을 다룰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사진을 찍는 행위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 다룬 책이다. 생소한 주제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골몰하다 보니 떠오르는 게 많아 보람찼던 기억이 난다. 이런 식으로 혼자서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주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는 게 독서모임의 가장 큰 순기능 중 하나가 아닐지.

 

이하 스포일러.

 

 

 

예전에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루이스 C.K 라는 코미디언의 스탠딩 코미디를 본 적이 있다. 딸의 학교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 행사를 보러 갔는데, 거기 있는 부모들이 모두 핸드폰으로 아이들의 춤을 찍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눈)을 놔두고 핸드폰 카메라로 눈을 가리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아이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공연을 했고, 정작 그렇게 찍어 올린 영상도 어차피 아무도 안 볼 SNS에 올라가 영혼 없는 칭찬이나 들을 게 뻔하다고 코미디언은 말했다. 웃기지만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영상을 끝까지 봤고, 한 며칠 동안 그 사람의 말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아마도 그게 무언가를 찍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의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사진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 대답하고자 하는 물음은 이렇게도 단순한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순하고 포괄적인 질문일수록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는 '사진' 이라는 단어를 영화나 동영상 등과 엮어 '촬영하는 것' 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회의록이나 금융 기록, 증거사진과 같은 '기록물'로 보고, 누군가는 회화와 같은 '예술'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렇듯 다양한 정의와 관점이 공존하는 '사진' 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저자는 어떤 구도에서 담아냈을까.


책의 첫머리는 '찍는다는 것' 의 의미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연속된 시간 속에서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 중의 하나를 담아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현실에서 매 순간의 이미지는 그 다음 순간에 지나가는 새로운 이미지에 의해 즉시 덮어씌워지지만, 카메라에 포착된 순간 그 이미지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별도의 프레임 속에 고정되어 남는다. 이렇게 고정된 이미지는 피사체의 다양한 양태 중 일부분만을 골라 강조할 수 있고, 증명하고 싶은 것의 원형을 남길 수 있고,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나중에 회상하는 매개체로 사용될 수도 있다. 사진은 실제 있었던 장면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는 사실성을 가지면서도 사진사의 마음에 드는 장면만을 남기는 해석적인 측면 또한 가지며, 그렇기에 사진을 찍는 행위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진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미지의 복제물을 쏟아냄으로써 사람들은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실감을 느끼고, 경험과 현실에 대한 고양감을 느낀다는 말도 덧붙인다.


책의 다음 부분은 사진이 가지는 도덕적 의미에 대해 다룬다. 처음에는 무언가 아름답고 세련된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던 사진은 이윽고 다양하고 동등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만인이 공유하는 인간의 조건이나 본성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고, 이윽고 고통스럽고 추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사람들의 정신적 경험을 넓히는 목적을 위해 쓰였다. 단지 무언가를 강조하는 힘을 가졌을 뿐인 사진이 세상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강조함으로써, 현실과 도덕의 경계를 드러내고 불편한 것을 꺼내놓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우리의 잡동사니가 예술이 되어버렸고, 우리의 부스러기가 역사가 되어버렸다" 라는 말이 이런 시각에 대한 불편함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다음 두 장에서는 사진의 예술적 측면에 대해 다룬다. 단지 현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추하거나 별볼일 없는 것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냈고, 어떤 식으로 기존에 없었던 것을 표현하고자 애썼고, 예술이라는 관념에 대해 어떤 식으로 집착하고 어떤 식으로 떨쳐내려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을 통해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표현할 가치가 있는 사물과 장면은 무엇인지, 표현상의 제약과 표준에 대한 집착을 통해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올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진작가들의 고민은 인상깊었지만, 회화나 기존 예술에 대한 비뚤어진 열등감의 발로로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사진을 통한 이미지의 범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장씩 찍을 수 있는 사진과 영상 매체의 발달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보다 현실에 대한 이미지로 세상을 접한다. SNS에 올려둔 어제의 음식 사진을 통해 어제의 이미지와 마주하고, 오늘 찍은 자기 사진을 통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다.끝없이 복잡해지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은 현실의 단면적인 이미지의 총합으로 현실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다시 이미지로 재생산하고 소비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하지만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얻은 이미지가 정말로 현실일까. 시간이 지나면 바래고 잊혀지는 기억 속의 이미지에 비해 사진 속의 과거는 언제나 생생하지만, 가끔은 그런 지나친 생생함이 물을 주지 않아도 항상 푸른 조화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과 동영상이 무엇보다 현실과 가깝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 현실이라는 건 대체 뭘까. 그 어떤 매체도 어떤 순간의 모든 느낌과 생각, 오감의 정보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이상, 사진을 통한 기록 또한 현실의 온전한 기록이 아니라 기억과 재생을 돕는 하나의 가공품일 뿐이다.

 

비록 사진을 통한 기억과 재생이 다른 매체에 비해 생생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런 부분적인 생생함이 현실이라는 복잡한 실체의 다른 측면들을 빛바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사진과 동영상에 담긴 생생한 기록보다는 자연스럽게 잊혀지고 가끔씩 떠오르는 경험과 기억들을 선호하는 편이라, '사진은 아름다움을 창조하지만 고갈시키기도 한다' 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지나치게 선명한 색들로만 칠해진 그림이 눈을 피로하게 하는 것처럼, 범람하는 이미지 속에 휩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일정 부분 희미하고 잊혀지는 자연스러운 기억의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사진 하나 없는 일기장에 짧은 글 몇 줄로 하루의 인상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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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를 읽고

취미/책 | 2020. 8. 18. 18:04
Posted by 메가퍼세크

 

평소 별 생각 없이 쓰는 개소리라는 단어에 대해, 철학적 차원에서 고찰한 특이한 책이다.

 

예전에 어떤 독서클럽에서 읽고 후기를 썼는데, 오랜만에 보니 괜찮아 보여서 여기에 보관해 둔다.

물론 평소처럼 스포일러 포함.

 

 

 

 

 

선동과 개소리의 위력

서점의 교양 코너에 있는 많은 책들의 도입부는 그 책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논의의 주제가 되는 단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탐구하는 것은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며, 동시에 다루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이끌어내는 좋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목차가 필요없을 정도로 짧은 이 책의 전개도 그런 전형적인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분석의 대상이 되는 단어는 조금 독특하다. 개소리라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단어는 얼핏 진지한 이야기의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의 다면적이고 섬세한 분석은 우리가 이 단어를 사용할 때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많은 개념들을 파헤쳐 드러낸다.

비슷한 단어와의 비교, bull과 shit이라는 두 단어의 역사적, 의미적 고찰과 실제적 사용례 분석 등을 통해 저자가 최종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개소리라는 단어가 '진리값을 신경쓰지 않는 주장'을 의미한다는 것. 자신이 아는 진실을 고의로 왜곡해서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주장을 꾸며내는 것은 개소리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소리는 진실에 연연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거짓말보다 큰 진실의 적이라고 말한다.

개소리에 대한 이 책의 정의에 따르면, 그 개념에 가장 잘 들어맞고 비슷한 단어는 아마 '선동'이 아닐까. 남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의 주장으로, 진실의 여부보다 설득력을 기준으로 구성된 선동의 개념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개소리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멀게는 나치 독일에서부터 가깝게는 일베와 워마드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배타적인 집단들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신경쓰지 않는 이런 '선동적인' 개소리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준다는 점일 것이다. 히틀러는 1차 대전의 패배에 좌절한 독일인들에게 '우리는 잘 싸웠지만,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들 때문에 졌다' 는 말을 들려주어 인기를 얻었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지지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말을 믿는 것이 자국과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다는 사실뿐이었고, 개소리에서 자존감을 공급받는 순간부터 그 말을 부정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진실에 신경써야 한다는 제약이 없으므로, 개소리로 묶인 집단의 사람들은 더 편하고 거리낌없이 자신이 믿는 것을 부르짖을 수도 있다.

반면 진실을 추구하는 길은 험난하다. 거의 모든 지식의 영역에서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한 분야에서 정립된 가장 정확한 진실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그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소수의 학자들뿐인 경우가 많다. 결국 일반인이 가급적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려면 그 분야의 믿을만한 책이나 논문, 기사 등을 찾아보며 끊임없는 비판적 수용을 거쳐야 하고, 그렇게 얻은 지식마저도 회의주의에 따라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과도하게 맹신하거나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개소리를 믿을 때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안식이나 자존감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이 둘의 싸움에서 승패는 명확하다. 소수의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철저하게 검증해 조금씩 내놓은 진실은 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들이 쉴새없이 늘어놓는 개소리에 파묻히기 마련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가짜 정보와 선동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어딘가에는 이 근본적인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도, 수많은 개소리들 사이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반드시 있다' 고 하면 개소리가 될 테니, '있었으면 한다' 정도로 끝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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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ao&nami

취미/음악 | 2019. 8. 13. 20:19
Posted by 메가퍼세크

나는 새로운 음악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한때는 내 취향을 찾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한번 좋다고 느낀 음악은 기본적으로 몇 주일씩 듣고 어느 정도 질리면 예전에 꽂혔던 곡을 듣는 성향 탓에 어느새 꽂힌 음악들의 레퍼토리만으로 이 사이클을 한 바퀴 돌릴 수 있게 되어버렸다. 이쯤 되니 슬슬 새로운 곡을 모으는 게 귀찮아지기도 했고, 취향도 꽤 확실해져서 듣던 곡만 돌려 들으며 매일을 보내고 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아직도 7080 음악을 찾는 것처럼, 어쩌면 나도 평생 동안 지금 좋아하는 음악들만을 반복해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나 매일 반복하면서 같은 노래들을 수십 번씩 듣다 보면 가끔은 각 곡들에 처음 빠졌던 순간부터 마음에 드는 소절, 가사와 곡에 얽힌 경험들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음악이 아니라 그런 기억들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도 그런 기억의 모음집들을 더듬다가, 문득 떠올랐던 특히 강렬했던 기억을 하나 풀어놓으려 한다.

 

 

 

hatao&nami는 일본의 2인조.. 밴드?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고, 합주단?이나 듀오라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nami는 아이리쉬 하프와 피아노를, hatao는 다양한 종류의 관악기를 연주하는 전문 연주자다. 장르는 기본적으로는 아일랜드 음악이지만 북유럽 계열의 민속 음악도 연주하며, 일본 내에서의 공연을 위주로 활동하는 것 같다. 공식 홈페이지도 일본어로만 되어 있고, 유튜브에서도 hatao의 개인 계정에서 가끔씩 공연 영상을 올리는 정도다. 

 

내가 이 밴드를 알게 된 건 평소 좋아하던 아일랜드 음악 밴드 '바드'와의 합동 공연 덕분이었는데, 예매할 때는 누군지도 몰랐지만 막상 찾아가 연주를 듣고서는 순식간에 빠져버렸던 기억이 난다. 경쾌함과 서정성을 모두 갖춘 아일랜드 음악의 매력을 잘 살려 주는 아이리쉬 하프와 피아노의 선율도 좋았고, 다양한 종류의 관악기들에서 나오는 독특한 톤과 음색들, 보컬은 없지만 마치 이야기하는 듯한 멜로디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말 예술적이었다. 

 

공연 중간중간 들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는데, 관악기를 맡고 있는 hatao 씨는 그야말로 일본의 장인 정신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사람이었다. 젊을 때부터 관악기와 포크 음악에 빠져 십수 년 이상의 세월 동안 다양한 관악기들을 섭렵하고, 아일랜드와 북유럽을 오가며 각지의 악기와 연주 기법에 대해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연 중에 사용했던 관악기만 대여섯 개가 넘었는데, 그중 하나는 북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구한 소나무 피리라면서 세계에 몇 없는 귀중한 악기라고 했다. 관악기에 대한 열정만큼 그의 연주는 시종일관 완벽하면서도 정열적이었고, 스피커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두터우면서도 섬세한 선율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진지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고, 멘트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숨길 수 없는 유쾌함과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진심으로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분의 멋진 실력이 잘 드러났던 곡은 수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Night flight라는 곡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야간비행이라는 제목의 분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조용함과 경쾌함이라는 상반된 분위기의 굴곡이 멋지게 표현된 느낌.

 

(공식 채널에 좋은 음질의 영상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CD에서 추출한 음원을 업로드했다. 영상 설명에 공식 채널과 홈페이지를 링크했으니 참조)

 

하프와 피아노를 맡은 nami 씨도 그 못지않게 해맑고 유쾌하면서도 차분한 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첫인사부터 시작해서 시종일관 쾌활한 분위기로 멘트를 진행하다가도, 연주에 몰입할 때면 표정이 확 바뀌면서 곡의 리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연주 레퍼토리 중간에 Time flow라는 곡이 있었는데, 시작하기 전에 이 곡을 작곡할 때의 심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나가고 나서 오랫동안 슬픔에 빠져 있다가, 문득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는 잊히겠지 하는 달관한 마음이 들어 작곡한 곡이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도 6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감정들이 흐르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는 흐느끼는 듯하다가 방황하고, 무언가를 읊조리고, 체념하는 듯한 선율들. 분명 가사가 없음에도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다 알 것 같은, 음악이 왜 만국 공통의 언어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곡이다.

 

 

 

그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곡은 수없이 많지만,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다 하나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까 싶어 일단 이쯤에서 접는다. 위의 두 곡이 마음에 드는 분들은 유튜브에 hatao nami를 검색해 보시기를. 이 글에서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멋진 듀오와,. 그들의 좋은 곡 두 개를 소개한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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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 후기

취미/영화 | 2018. 4. 30. 23:57
Posted by 메가퍼세크

최고였다.


여태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본 것도 아니고, 그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마블 스튜디오의 이번 작품은 충분히 오래도록 기억할 가치가 있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무게를 가진 영화도 아니고, 개봉 전부터 수많은 팬들의 관심과 주목을 한몸에 받아온 작품이 이 정도의 완성도와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유명 히어로들을 마구 내보내고도 낮은 기대치와 그보다 더한 실망을 안겨줬던 저스티스 리그를 생각해 보면, 날로 커져만 가는 기대와 어려운 조건들 속에서도 이름값에 맞는 수준의 영화를 계속 뽑아내는 마블의 능력이 신기하기만 하다.


영화의 기획을 본 순간, 누구나 생각했을 만한 이 영화의 난점은 대략 세 가지.



1.수많은 히어로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2.그들이 맞서 싸울 빌런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연출할 것인가?


3.영화 두 개에 걸친 장대한 스토리라인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첫 번째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축에 속한다. 10년의 세월 동안 쌓아온 20여 명의 다양한 히어로들을 배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두 번의 어벤저스와 시빌 워를 만들며 쌓인 노하우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어벤저스처럼 다양한 잡졸을 등장시켜 상대적으로 약한 영웅들이 활약할 기회를 주면서도, 충분히 강력한 빌런들과의 싸움을 통해 힘과 힘이 부딪히는 시빌 워의 쾌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더 발전한 것이 있다면 특히 강력한 히어로들인 헐크, 토르, 비전을 빠르게 무력화시켜 전체적인 파워 밸런스를 빠르게 맞춘 것과, 소수 빌런에 대한 다수 히어로들의 화려하고 개성적인 연계 공격 구도를 만들어낸 정도? 암살자들의 활약이 적은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인 분량 배분은 사실상 완벽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두 번째 문제는... 초기의 마블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였다. 멋진 영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밋밋하고, 억지로 넣은 것 같은 평면적인 빌런들. 처음부터 끝까지 찌질했던 울트론이나 킬리언은 그나마 양반이고, 그냥 능력이 없던 말레키스나 똥폼만 잡던 위플래시, 로난처럼 의미조차 알 수 없는 막장도 꽤 많았었다. 그러던 것이 윈터 솔저를 시작으로 제모 남작과 벌쳐를 거치며 점점 빌런의 매력이 살아나고, 이번 작품의 타노스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이게 바로 멋진 빌런이다' 라고 말할 만한 최고의 매력과 카리스마, 개성이 폭발했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영화의 시작과 함께 아스가르드의 피난선을 박살내고, 강력한 힘을 가진 토르와 로키 형제는 물론 여태껏 힘의 상징이었던 헐크를 정면으로 박살내버리는 압도적인 육체적 강함을 보여주고, 그러면서도 몇 번인가 가볍게라도 한방씩 먹는 모습을 통해 아주 손이 닿지 않는 존재는 아니라는 인상을 주며, 그러면서도 강인한 의지와 점점 늘어나는 스톤의 능력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묵묵히 관철해 나가는 카리스마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희생을 불사하지만 목표를 이룬 후에는 미련없이 사라지는 깔끔함까지. 이 정도면 여태 나왔던 매력적인 빌런들의 모든 매력을 합쳐 놓았다고 해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마도 마블 영화 빌런 중 최초로 표면적으로라도 '신념'과 '공익'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여태껏 자신의 이익이나 복수, 기껏해야 야망 정도였던 빌런들의 소박한 스케일을 넘어 '전 우주적 균형' 이라는 목표를 위해 한시도 멈추지 않는 모습이, 타노스에게 숭고함과 인간미라는 입체적인 매력을 부여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쇼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주가 인구과잉이라고 모든 행성의 인구를 반으로 줄인다는 발상 자체가 좀 단순무식하기는 한데.. 행성별로 적정인구에 맞춰 인구를 줄인다던가, 있는 사람은 냅두고 인구의 반을 불임으로 만든다던가 하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대안보다, 자기 행성에서 실현하지 못한 폭력적인 정책을 우주 전체에 적용하는 데 목을 매는 태도 자체가 타노스의 내적 동기를 부각시키는 데는 더 효과적이기는 하다.)


수양딸인 가모라를 대하는 태도 또한 주목할 만한데, 영화 초반부터 엄청난 수의 생명을 죽이면서 압도적인 포스를 내뿜던 최종보스가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초록색 딸의 땡깡을 받아주며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딸한테 꼼짝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고 할까? 어찌 보면 조금 작위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전까지 쉴틈 없이 몰아붙였던 타노스의 포스를 완화시켜 주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마지막 요소인 스토리라인의 배분은, 모든 난점 중 마블이 여태껏 직면해보지 못한 가장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여태까지의 마블 영화들이 세계관을 공유한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는 모든 영화가 기승전결의 완결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고, 이번처럼 반쪽짜리 스토리만을 담고 있는 작품을 개봉하는 모험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작된 이후 완전히 처음이다. 게다가 평범한 영화도 아닌,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준비해 온 복선의 결정판. 만약 첫 영화가 예상외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다면 일 년 후에나 나올 어벤저스 4의 운명이야 뻔할 뻔자고,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두 번이나 날려버릴 수도 있는 판이었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리스크에 대해 고민한 결과인지, 어벤저스3의 스토리 배분은 충분히 뛰어나고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영웅들이 서로 만나 싸운다는 원초적인 재미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면서도 모든 영웅을 만나게 하지는 않고, 캡틴과 아이언맨의 해묵은 갈등이나 아직 등장하지 않은 영웅들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다음 편을 위해 남겨둔다. 그에 더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려는 헐크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예언, 수많은 히어로들의 사망을 통해 다음 편의 스토리를 아주 대략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지만 자세히는 알 수 없도록 절묘하게 조절했다.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은 알려주지만 흥미를 잃을 만큼은 알려주지 않는, 그 미묘한 선을 확실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에서는 시빌 워에서 관객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루소 형제의 역량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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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입문기.

취미/기타 | 2017. 12. 26. 22:03
Posted by 메가퍼세크

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도, 꽤 된 것 같다.


처음으로 티백을 샀던 시점으로부터 계산하면 3년 남짓, 처음으로 찻잎을 산 때부터는 2년 정도. 차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 입장에서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일 수 있겠지만, 정말로 문외한이었던 시절부터 생각하면 나름대로 제법 많은 단계들을 거쳐왔다고 생각한다. 그 소박한 과정과 행복들을 언젠가 잊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안타까움이 남아, 짧은 글로나마 기억을 정리해 보려 한다.


처음으로 홍차라는 음료의 매력을 알게 된 계기는, 친구를 통해 알게 된 홍대의 한 찻집. 커피를 주로 하는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라, 정말로 차만을 주 메뉴로 내놓는 '찻집' 이었다. 그동안 대충 우려낸 립톤 티백밖에 몰랐던 입장에서는 온갖 찻잎의 이름과 특징들이 적힌 메뉴판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사진에서나 볼 법한 하얀 찻주전자와 찻잔, 보온을 위한 천 덮개까지 딸려나오는 디테일함이 참 인상깊었다. 그 때 마셨던 차는 '웨딩 임페리얼' 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찻잔에 따르자마자 확 풍기는 진한 향기와 은은한 맛, 곁들여 먹었던 스콘의 맛까지 그야말로 모든 게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다. '몇 잔이라도 끝없이 마시고 싶다' 는 생각에서부터 '그동안 왜 이런 걸 몰랐을까' 라는 후회, '앞으로 살면서 이런 걸 계속 마실 수 있다면, 인생이란 건 꽤 살 만한 게 아닐까' 라는 감정까지도 이끌어낼 정도로, 살면서 느꼈던 가장 깊고 진실한 만족의 순간 중 하나였다.


그 짧은 만족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지만 본격적인 찻잎은 생각보다 너무 양이 많았고, 몇 번 마시고 내팽개치는 애물단지가 될까 싶어 근처 마트에서 산 얼그레이 티백 한 통이 내가 스스로 구입한 첫 홍차였다. 비록 크게 비싼 티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느꼈던 만족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은 상당히 뿌듯했고, 나름대로 우리는 시간도 바꿔보고 어울리는 과자도 찾아가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새로운 취미에 익숙해졌다. 마침 그 즈음에 사는 곳도 바뀌고 취업 비슷한 것도 해서, 기념삼아 처음으로 진짜 잎차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구입했던 브랜드, 트와이닝스.>


그저 처음에는 클래식한 게 좋겠지 싶어 트와이닝스라는 브랜드의 다즐링(왼쪽)을 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홍차의 강한 향에 매료된 초보자에게 다즐링의 향은 너무 은은했고, 언뜻 녹차와도 비슷한 그 느낌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산 지 한 달 남짓은 의욕적으로 마시다가 어느새 잊어버리고, 몇 달간 방치해두다가 밀크티 시도해본다고 좀 마시고, 홍차시럽 시도해본다고 또 손대고... 그러다 보니 결국 다 마시는 데 한 일 년은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찻잎 한 통을 비웠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하얀 본차이나 다구들과 함께 산 게 오른쪽의 레이디그레이. 트와이닝스의 대표적인 상품이고, 초심자에게 추천한다는 리뷰를 보고 덜컥 질렀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조금 연하고 녹차같은 느낌이 났던 다즐링에 비해, 레몬처럼 상큼한 향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섞여 묘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쉽게 지루해지는 생물인 탓인지,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매일같이 하나만 마시다 보면 물리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얼마 안 되는 인내심이 지름신의 유혹에 순식간에 패퇴하고 통장 잔고의 숫자 몇 개를 바꿔놓은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수순과 다름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자낫-노르망디 뽐므>(왼쪽)

<티센터 스톡홀름 블렌드>(오른쪽)

<꽁뜨와 프랑세 뒤 떼-떼 드 리베흐>(아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나가면 안 되겠지 싶어 세 통으로 제한을 걸고, 다양한 향을 맛보고 싶었으니 최대한 느낌이 다른 것으로, 그러면서도 하나하나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쇼핑몰을 뒤지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런 과정조차도 사실은 꽤 마음에 들었다고도 할까. 찻잎의 향과 느낌에 대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과 묘사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끝에 찾은 최적의 답이, 이 세 종류의 찻잎이었다.


먼저 사과를 뜻하는 '뽐므' 라는 이름이 붙은 첫번째 차는, 숯덩이같이 검은 색의 찻잎과 그에 걸맞은 강력한 떫은 맛, 뭔가 약재 냄새 같으면서도 곰곰히 짚어보면 사과의 느낌이 나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차들과 비슷한 시간을 우려도 월등히 떫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짧은 시간을 우리면 향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아, 초 단위의 정확한 시간 조절을 필요로 하는 상당히 고난이도의 잎이었다.


하지만 그런 높은 난이도와 성공했을 때의 중후하면서도 달작지근한 향은 열정에 불타는 초보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도전 과제가 되었고, 실수로 떫게 우려져도 커버할 수 있는 단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집어들게 되곤 하는 차였다.


두 번째, '티센터 스톡홀름 블렌드' 는 대중적으로 꽤 인기가 많은 것 같았는데, 올록볼록한 요철과 함께 세심하게 디자인된 차 용기도 그렇고, 홍차 특유의 따뜻한 느낌과 레이디그레이를 닮은 시트러스의 시원한 향,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이름 모를 보라색 느낌의 향으로 이루어진 완성도 높은 향의 스펙트럼, 그리고 다른 차보다 조금 더 우려도 그렇게 떫지 않은 부드러움을 가진 붙임성 있는 찻잎이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고 가벼운 느낌으로 차를 마시고 싶을 때, 너무 가라앉은 마음을 조금 편하게 놓아주고 싶을 때, 그리고 홍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처음 대접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보편적이고 편안한 느낌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다.


마지막 차 '떼 드 리베흐' 는 프랑스어로 '겨울의 차' 라는 뜻인데, 그 이름처럼 따뜻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조금 밝은 갈색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가지고 있었다. 스톡홀름 블렌드와 같은 상큼한 느낌은 없지만 완만하게 풍겨져 오는 따뜻함과 그 사이사이 풍겨오는 고풍스럽고 깊은 향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세 종류의 차를 차례로 즐기는 경험은 어느덧 하루에 한 번씩 맡는 향과 목을 넘어가는 따뜻한 액체의 느낌에 익숙해지게 만들었고, 그렇게 형성된 나의 작은 의식은 이윽고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일부가 되어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삶의 낙 중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 무슨 이유로든 이런 느낌과 감정을 잃어버리고 다른 취미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해도,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개척한 이 작은 즐거움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오래도록 곱씹을 수 있는 한 조각으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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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힌 노래.

취미/음악 | 2016. 10. 3. 23:00
Posted by 메가퍼세크

무언가에 꽂힌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에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무언가가 오직 나에게만은 한없이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고, 몇 번이고 반복해 향유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것을 만든 누군가의 의도와 생각이, 내 마음의 벽을 뚫고 들어와 마음 속에서 끝없이 휘돌아 가는 그 감각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신기하면서도 전율 가득한 순간들 중 하나다.


이번에 꽂힌 대상은 노래, 하지만 노래 전체가 아닌, 아주 좁은 한 부분이다.


곡 이름은 준수의 '꼭, 어제'



유튜브에서 루시아의 곡들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곡인데, 루시아의 음악을 들은 준수 측에서 콜라보를 제안하여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생전 들어 본 적도 없던 준수의 목소리는 솔직히 내 취향에서 상당히 비껴나가 있었고, 뮤비도 전혀 스토리가 짐작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내 기준에서) 느낌에, 멜로디도 그다지 귀에 확 들어오지 않는, '꽂히기' 에는 한참 부족한 노래였다.


그나마 루시아가 부른 버전은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서 꽤 여러 번을 들었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곡들과 비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그저 며칠 듣다 보면 질릴 법한,평범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곡을 반복해 듣다가 갑자기 귀에 들어온 가사 한 줄이, 나를 돌이킬 수 없이 꽂히게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은
초라한 나의 진심은
겨우 이런 것뿐이야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흰머리조차도 그댄 멋질 테니까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 는 말. 소박하면서도 간절하고, 막연하면서도 구체적이고, 마음을 형태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짧고 간결한. 이 한 줄만큼 완벽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결혼식장에서 부르는 축가와 같은 고백의 노래에 마지막 가사로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이 짧은 가사 몇 줄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꽂힘은 며칠이면 끝날 것 같았던 이 곡의 감상 횟 수를 수십 배 이상으로 늘렸는데, 아무래도 꽂힘이라는 현상은 전염성이 있는 것인지. 마음에 들지 않던 멜로디나 곡의 진행, 심지어 내 취향의 반대에 가까웠던 준수의 목소리까지도 어느 정도 괜찮아 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 꽤나 좁고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내 취향의 폭이 확장된 것은 정말 오랜만인데, 꽂힌다는 것은 이 정도까지 위력적인 현상이었던 걸까.


부디,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 동안에도 지금과 같은 꽂힘과 그 열병 같은 감동의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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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후기

취미/영화 | 2016. 8. 7. 00:41
Posted by 메가퍼세크

최악을 예상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뇌를 비우고 액션만 보면 적당히 볼만하긴 한데, 부자연스러운 부분이나 바보같은 장면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한 번씩 헛웃음이 나오는 그런 정도?


신기한 건 예전에 명량을 봤을 때 느낀 실망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거다. 영화의 주제에 맞는 씬(명량:전쟁 자살특공대:전투, 광기)에 집중하기보다 감성팔이에만 치중했다고 할까? 아무 필요없이 나오는 눈물짜기 연출에 억지로 집어넣은 백병전 연출(이순신 무쌍, 최종부 인챈트리스 쌈질)까지. 전체적으로 흥행하고 싶어서 억지로 집어넣은 장면들이 개연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게 싫어서 한국 영화를 안 보는데 DC까지 이러고 자빠지다니.


게다가 이런 류의 영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캐릭터 디자인과 개성도 생각보다 개판이었다. 존재감도 없는 부메랑 던지는 놈이나 나올 때마다 오글거리고 어색하기만 한 일본 여자 칼잡이를 시작으로, 광기의 끝을 보여주기는커녕 그냥 총 좀 잘 쏘고 쌈 좀 잘하는 주연 캐릭터로 바뀐 할리퀸과 조커에, 하수구에 사는 괴물 주제에 너무 인간답고 마음에 그늘도 없고 심지어 어디가 나쁜지조차 잘 모르겠는 킬러 크록. 그나마 데드샷이나 엘 디아블로는 좀 멋졌지만 이 둘도 전혀 악당같지는 않다. 유일한 악역인 인챈트리스가 그 절정인데, 넝마 쪼가리 걸치고 순간이동으로 기밀문서 셔틀이나 하다가 빡치니까 오빠 불러서 징징거리기나 하고. 나중에는 세상을 멸망시킬 무기를 만든답시고 엉덩이나 흔들다가 뜬금없이 또 내려와서 쌈질 좀 하다가 갑자기 또 염력을 쓰는가 하면 마지막엔 폭탄 한 방에 가고.. 캐릭터의 강렬한 매력이라는 건 분장 좀 세게 하고 cg 떡칠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영화 내에서 애네가 나쁜 짓을 하는 장면이라는 거 자체가 번갯불에 콩 볶듯 몇 초로 끝나는데 나쁜 놈이라고 인식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그냥 인상 좀 더럽고 말 좀 미친놈처럼 하면 다 나쁜놈인가? 이건 '나쁜놈들' 을 모은 게 아니라, '쌈 좀 잘하는 놈들' 을 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쌈 잘하고 총 잘쏴서 대단하다는 평을 들었나? 


하긴 애초에 미친놈들을 모아서 부대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광기와 난폭함, 빌런의 미덕과 같은 여러 특성들은 결국 예측 불가능성과 자유로움에 기반을 두고 있을진대, 목에는 폭탄이 심어지고 자기 목숨을 내놓고 강한 적과 싸우는 판에 광기 표현한답시고 이상한 짓 하다간 죽기밖에 더 할까?(실제로 한 놈 죽었고) 개인 영화들이 한 개씩 있는 상황이었다면 몰라도, 다 처음 나오는 듣보잡들인데 개성을 보여줄 시간도 없이 쌈박질만 하니 이게 히어로 영환지 악당 영환지.


시작부터 캐릭터성을 존나 강하게 표현하겠다는 의도를 너무 대놓고 풍기는 감옥 씬들로 시작해서 뭔 카탈로그마냥 빌런들 하나씩 능력과 사연을 소개하고, 모아서 쌈박질 하러 가는 극도로 뻔하고 예측 가능하고 평면적인 전개나, 아주 개판은 아니지만 묘하게 조금씩 모자라고 공감 잘 안 가는 연출이나 모자란 개그 센스까지. 세세한 부분들까지 참 꼼꼼하게 개판인 영화다.


그래도 뭐, 데드샷이나 할리퀸의 액션은 나름 괜찮았으니 그냥 그거 본 걸로 만족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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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취미/책 | 2015. 9. 22. 18:59
Posted by 메가퍼세크



대형 서점의 하고많은 코너들 중에서도, '자연과학'은 가장 한산한 코너들 중 하나일 것이다. 출판된 지 수십 년이 넘은 외국 석학의 책이 맨 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그 아래에는 십수년 쯤 된 국산 대중과학서가 있고,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초중고 대상 과학상식집이 빈 자리를 채우는 광경은 퇴적암의 지층을 연상하게 한다. 그나마 개중 괜찮은 책들을 보고 입문하게 된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곧 턱없이 부족한 바리에이션과 도통 들려오지 않는 신작 발매 소식에 진저리를 치다가 이윽고 흥미를 끊어 버리기 일쑤고, 안 그래도 좁은 과학책 시장은 날이 갈수록 더 좁아지기만 할 뿐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간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신작 과학책의 소식은, 기다림에 지쳐버린 소수의 과학 책 독자들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고 할까. 응원하는 팀이 꼴찌를 전전하다가 큰맘먹고 영입한 특급 신인을 보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다.


책의 제목은 '세상 물정의 물리학'. 거시적 현상을 기술하는 통계물리학의 방법론을 이용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다. '세상물정' 이라는 오랜만에 듣는 단어에서 묻어져 나오는 느낌과 같이, 목차에서는 서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서른 개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 콘서트',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같은 오래된 대중 과학서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찌 보면 해묵은 구성이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세상물정' 이라는 주제에는 딱 어울린다고 할까. 게다가 각 단원의 내용이 아주 독립된 것도 아니어서, 각 챕터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과정들에서는 충분한 일관성과 통일성이 느껴진다. 마치 주인공이 통계물리학이라는 무공을 가지고 여러 문제들과 싸우러 돌아다니는 무협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었다. 과학이라는 하나의 렌즈로만 세상을 보는 많은 과학자들과 달리,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는 인문학적 감수성과 관점, 상상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진달래꽃' 을 통해 관계맺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사랑과 미움의 비대칭성을 통해 인간 관계의 특성을 분석하며, 교육과 기대 소득의 관계를 통해 사회 구조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다양한 분야들을 아우르는 저자의 통찰이 느껴졌다한 부분에만 열중하지 않고 자연의 거시적인 부분을 조망하는 통계물리학자로서의 능력일까


대중에게 외면받고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의 과학책 시장에서, 이 책의 성공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만이 느끼는 무언가를 대중의 언어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책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로 포스팅을 마치겠다.


"물론 이러한 '궁극의 이론'을 알게 된다고 해서 물리학자들의 할 일이 더 이상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알파벳들을 제대로 알게 되면 이제 '자연의 시'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시' 를 쓸 일이다. 아래로 내려가 드디어 우리가 단단한 땅 위에 섰다면, 이제는 눈을 들어 저 하늘로 오를 일이다. 통계물리학은 바로 그 사다리다. 물론 사다리의 길이가 무한대라 문제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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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pped 감상.

취미/영화 | 2015. 9. 6. 01:05
Posted by 메가퍼세크

사람들과 서로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내가 감상하지 않은 무언가를 추천받을 때가 있다.

물론 항상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추천이라는 행동에는 내가 추천의 대상을 좋아할 것이라는 누군가의 판단이 담겨 있기에 적중률은 꽤 높고, 가끔은 그런 추천을 통해 혼자서는 영원히 알지 못했을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다른 여행자를 만나, 아직 가보지 않은 어딘가에 대한 견문을 쌓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번에 추천받은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정말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사랑과 상황, 심리 묘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담백한 영화. 유명한 영화 중에서는, 건축학개론이나 once 정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담백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이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면서 쌓아온 인생의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라는 것.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런 본질적인 측면을 아주 효과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극중 나타나는 브라이스와 줄리의 생각은 단지 서로에게만 영향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며, 그런 인간적인 성장을 통해 둘은 서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먼저 성장하는 줄리와, 그녀에게 조금씩 공감하면서도 계속 엇갈리면서 다른 길로 나아가는 브라이스. 두 인물의 성장이 같이 이루어졌다면 너무 뻔했겠지만, 이런 엇갈림이 있었기에 영화가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는 독특하면서도 매끄러운 연출도 한 몫 했다. 일반적인 시점과 두 인물의 주관적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연출은 인물의 내면과 성격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에서도 브라이스와 줄리는 항상 다른 사건을 보고, 같은 사건을 볼 때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리며, 다른 것을 기억한다는 것. 이것만큼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까?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배스킷 보이 선발 이후의 장면들이다. 브라이스와 줄리와 모두 자기 앞의 파트너에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를 보고 있었음에도, 브라이스는 줄리의 시선을 포착하지 못하고 단지 줄리의 웃음에만 집중하다가 결국 돌발적인 행동을 취한다. 계속 일치하고 있었던 둘의 마음과 어긋날 대로 어긋난 현실 사이의 간극은 그 순간 한 번에 폭발했고, 파국으로 끝났다. 그러나 결국 그 파국을 회복시킨 건 무화과 나무라는 공감의 증표.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공감을 통해 극복된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에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았다는 사실이 보는 내내 놀라웠던 영화였다고 할까.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체 어째서인지 도저히 이해되지가 않는다. 앞으로는 누군가 내가 본 사랑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 영화의 이름을 말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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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임 라이프에 대하여

취미/게임 | 2015. 7. 20. 21:37
Posted by 메가퍼세크

살면서, 게임을 참 많이 한 것 같다.


어릴 적 처음 샀던 컴퓨터에 있던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장르와 주제의 게임들을 섭렵하며 고등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이 대략 수백 개쯤?


어찌 보면 게임 때문에 잃은 것도 참 많고 게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본 적도 많지만, 그만큼 게임을 통해 얻은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할까. 좋든 싫든 게임을 플레이했던 시간과 경험들은 지나온 내 인생 중에서도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뭐 그런 이유로, 이 포스팅에서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몇 가지 게임들에 대해 돌아보려고 한다.


1.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샀던 컴퓨터에 깔려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보병, 기병, 궁병, 포병 등 다양한 병과들이 등장했는데, 역사적 사실을 반영했는지 기병이 상당히 강했지만 카운터 유닛이나 자원 효율 같은 부분을 잘 짜놓아서 밸런스는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게임의 진행 양상이었는데, 마이크로 컨트롤과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일반적인 RTS들과는 다르게 거시적인 전략과 대규모 병력 운용이 주가 되는 게임이었다. 그 흔한 영웅이나 마법 시스템도 없고 방어 건물들은 매우 강력해 공성 무기가 없이는 깨기도 힘들며, 모든 유닛이 똑같이 1의 인구수를 차지해 전투가 일어났다 하면 수십 대 수십은 기본이었다.


그런 게임 양상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는 무려 네 가지로 이루어진 자원 체계로, 나무와 식량이라는 엄청나게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자원과 금과 돌이라는 매장량이 적은 자원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생산건물은 나무만으로, 일부 저렴한 유닛들은 나무와 식량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반면 고급 유닛이나 공성무기를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금을, 성과 같은 강력한 방어 건물을 짓거나 멀티를 하려면 돌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금과 돌을 언제 얼만큼 캐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게임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되었는데, 보통은 서로 다수의 생산건물과 방어 건물로 구성된 전초 기지를 만들고 값싼 병력을 쏟아부어 전선을 유지하면서, 값비싼 정예 병력과 공성무기를 활용해 전선을 밀고 당기거나 후방을 급습하거나 하는 게임 양상이 만들어졌다. 


진영에 해당하는 '국가' 들의 특징도 저마다 달랐는데, 대포에 버금가는 사정거리를 가진 궁병이 있었던 브리튼, 엄청나게 싸고 빨리 나오는 보병의 파도로 적을 밀어버리는 고트족, 강력한 기마 궁사와 경기병의 조합으로 실제 역사처럼 쾌속의 기동전을 보여줬던 몽골 등. 스타크래프트의 3종족처럼 기본유닛부터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특수 유닛이나 고유의 종족 특성 등으로 여러 국가의 이미지와 특성을 충분히 살렸고, 게임 내에서 나오는 유닛들의 음성이 그 나라의 언어로 되어 있다거나 각 국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들이 있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칭기즈 칸의 정복 시나리오와 스페인의 영웅 엘 시드의 시나리오가 인상깊었다)


나는 주로 '페르시아'를 플레이했는데, 경제력에 보너스가 있고 기병을 위시한 주요 병종이 특화된 국가였다. 끊임없는 확장과 기병을 위주로 한 몰아치기를 참 좋아했는데, 공격 중 상대의 진영 후방에 몰래 기병 양성소를 대량으로 지어 값싼 경기병을 마구 퍼부어 테러하는 전술을 많이 썼다. 팀전을 할 때면 아예 팀원에게 전선 유지를 맡겨버리고 상대 본진을 휘젓고 다녔는데, 짜증내는 상대도 가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버지께서도 이 게임을 즐겨 하셨다. 대인전은 하지 않고 항상 컴퓨터와의 대전을 하셨는데, 항상 적은 수의 유닛을 뽑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공성무기를 통해 하나하나 박살내는 걸 즐기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나와는 정 반대였지만, 알뜰하게 일꾼 하나하나를 관리하고 차근차근 게임을 풀어나가시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아버지가 게임하실 때면 옆에서 자주 구경하곤 했다.

(지금도 가끔 하신다)


2.킹 오브 파이터즈 2002




유명한 격투게임 KOF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때 KOF가 꽤나 유행했지만 그 때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인기가 한 풀 꺾이고 어느 정도 마이너로 접어든 중학교 때쯤 뒤늦게 접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쯤 알게 된 한 격투게임 커뮤니티의 채팅방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전을 했는데, KOF라는 게임이 워낙 어렵기도 하고 고수도 많아서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조금만 잘 하는 사람과 붙어도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읽히고, 쳐내지고, 농락당한다는 느낌? 진짜 고수들의 경우에는 몇 시간씩 덤벼도 한 판도 따 내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나마 나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도 있기는 해서 그 사람들과 할 때는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잘하는 사람들을 한번 이겨보고 싶어서 죽어라고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고집은 있었구나 싶은 게, 고수에게 아무리 져도 캐릭터 하나 안 바꾸고 항상 일관적인 공격 일변도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돌진해대기만 했던가. 단지 강한 캐릭터를 골라서 효율적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펼쳐서 이기고 싶어했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 때 내가 플레이했던 캐릭터 중,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이것.



나나카세 야시로라는 캐릭터인데, KOF를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붙여 준 내 별명이기도 했다. 그 때는 게임을 몰라서 뭔 소린가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큰 키와 짧은 머리 때문에 그랬던 듯. 사실 그렇게까지 닮지는 않았지만, 이런 근육 빵빵한 훈남과 비교되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뭐 그런 이유로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잡아 본 캐릭터 중 하나였는데, 결과는 퍼펙트. 딱 생긴 대로 박력이 넘치고 움직임도 빠르고, 호쾌한 공격력도 더해져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특화된 캐릭터였다. 대부분의 캐릭터처럼 상대의 가드를 흔들거나 교란시키고 생각지 못한 곳을 때리는 대신 상대의 가드 위를 끊임없이 두드려 힘으로 깨버리고 강력한 콤보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는 스타일이었는데, 물론 한계가 분명하고 효율도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에는 완벽히 부합했다.


그 때부터의 내 플레이는 거의 야시로 하나만의 원맨쇼. 물론 3개의 캐릭터를 골라 플레이하는 KOF 시리즈의 특성상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했지만, 야시로만큼 맞는 캐릭터가 없었다고 할까. 야시로 외에는 강력한 잡기가 있거나 상대를 눕히고 거는 심리전이 강력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야시로만큼 내 성향에 잘 맞는 캐릭터는 없었다. 실력이 나보다 위인 사람을 만나면 야시로 하나만 선전하다가 야시로가 쓰러지는 순간 줄줄히 패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반대로 야시로를 상대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조금이라도 실력이 낮은 사람을 상대로는 야시로 하나로 트라우마를 안길 만큼 때려잡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야시로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재미는 고스란히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환원되었는데, 매일 시간만 나면 하는 연습으로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어 못 이기던 사람을 이기게 되면 더 재미를 느껴 더 연습하게 되고. 한때는 콤보 한 번 써 보겠다고 하루에 몇 시간씩 꼬박 한달을 연습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KOF 2002는 내가 가장 깊게 빠졌던 게임으로 기억에 남아 있고, 그 이유는 전적으로 '야시로' 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3.대항해시대 온라인




지금까지 했던 온라인 RPG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지중해에서 시작해서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역, 모험, 전투 등을 벌이는 게임으로, 넓은 스케일과 풍부한 컨텐츠, 그리고 바다에 대한 로망을 잘 구현한 점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는 오픈베타였는데, 처음 캐릭터를 생성하고 도시를 돌아다닐 때는 그저 깔끔한 게임이구나 싶었지만 초보자용 배를 타고 항구를 통해 처음 바다에 나갔을 때 받은 인상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화면 아래에 위치한 약간의 인터페이스 외에는 오직 바다와 육지밖에 보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오직 돛과 키를 조정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밋밋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심플함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깔끔하고 미려한 그래픽에 순식간에 빠져 버렸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의 컨텐츠는 노가다성도 짙고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는데, 단지 바다에 나가 보이는 풍경만으로 모든 게 용서가 되었다고 할까. 딱히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좋은 배를 못 타도, 그저 넓은 바다에 나가 이리저리 떠다니는 게 좋아 매일 몇 시간이고 의미없는 항해를 계속했고, 같이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접속 시간에 비해 현저히 늦게 오르는 내 레벨을 보며 어이없어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게임 컨텐츠에 아주 관심을 끊은 건 아니었는데, 게임 초반에는 배타고 대포 쏘는 게 좋아 군인 직업을 택했었다. 전투 시스템이 참 독특했는데, 다른 배와 싸움이 붙으면 둘만이 볼 수 있는 전투 필드 안으로 이동하고, 그 안에서 서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대포를 쏘거나 붙어서 백병전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대포를 배 정면이나 후면에 맞추면 데미지가 더 들어간다던가, '충각' 을 배에 달고 상대 배에 충돌하면 데미지를 입히는 등 재미있는 요소들도 많았고 '해적' 계열의 NPC들은 기동성이 빠른 갤리선 종류를 타고 노를 저어 백병전을 걸어오는 반면 '군인' 계열은 배에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사정거리가 긴 포로 멀리서 쏴대는 등 전투 성향에 따른 차별화도 명확했다.


한창 대포를 쏘며 NPC를 때려잡던 차에, 어느 날 문득 상인이 더 활동 반경이 넓다는 말을 듣고 냉큼 상인으로 전향하기도 했다. 이 게임의 교역은 단지 큰 배에 교역품을 가득 싣고 왔다갔다하는 것뿐이었지만, 항해 자체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다. 한창 교역하며 돈을 벌 때쯤 주점에서 즐길 수 있는 포커에도 빠졌는데, 하루종일 번 돈을 포커 한 판에 모두 꼴아박거나 오히려 한 방에 장사 밑천을 벌어서 나가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윽고 교역하는 시간보다 포커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렇게 좋아하던 항해를 한 번도 안 하는 날이 반절이 넘어갈 무렵, 오픈베타 기간이 끝나고 게임이 유료료 전환되어 (본의 아니게) 게임을 접게 되었다.


용돈도 별로 없는 고등학생 입장에서 돈 내고 게임을 할 수도 없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엔 씨도 안 먹힐 게 뻔했기에 그저 가끔 올라오는 스크린샷들이나 보며 추억에만 잠겨 있던 게 몇 년이었는지. 몇 년 전 대항해시대 무료화 소식을 접하고 잠시 복귀했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포커도 없어지고, 항해도 그냥 밋밋해 보이고 그저 평범한 양산형 노가다 RPG로 보이더라. 역시 재미라는 게 영원할 수는 없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너무 메말라졌나 싶어 잠시 우울해졌던 기억이 난다.


4.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살펴보겠다. 아마 이 포스팅에 있는 모든 게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일 것이다.


AOS라는 장르는 전혀 모르고 접해본 적도 없었지만, 우연히 한 (나쁜)친구놈의 꼬임에 넘어가 처음 즐기게 된 LOL은 초보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로 순식간에 나를 소환사의 협곡에 빠지게 만들었다.


특히 나에게 어필했던 것은 특유의 캐릭터성. LOL만의 독특하고 컨셉이 분명한 챔피언들을 하나하나 플레이하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렇게 발견한 챔피언들을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숙련도를 쌓는 것도 재미있었다. 위키를 통해 모든 캐릭터의 설정과 기술을 줄줄 꿰고, 로테이션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혼자 방을 파서 아이템을 이리저리 맞추고 콤보를 써보는 등. 돌이켜보면 나에게 LOL은 반 이상 '캐릭터 게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주로 사용했던 건 가렌과 요릭, 모데카이저였는데, 공통적으로 기동성이 상당히 빈약하고 단순한 패턴을 가진 대신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 또는 견제 능력을 손에 넣어 상대를 찍어누르는 데 특화되어 있는 챔피언이었다. 가렌으로 부쉬에서 튀어나와 상대의 머리를 박살내고, 요릭으로 숨쉴 틈 없이 구울을 뽑아 상대를 압박하고, 모데카이저로 패기있게 라인을 밀어대는 것은 KOF에서 야시로를 플레이할 때의 느낌과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고 할까. 자잘한 수는 쓰지 않고, 최대한 뻔하면서도 빈틈없고 압도적인 방식으로 이기고 싶었던 내 스타일에 그런 캐릭터들은 딱 맞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챔피언은 모데카이저. 두꺼운 갑옷을 입고 철퇴를 들쳐맨 외견도 그렇과 상대를 때릴 때마다 차오르는 실드를 통해 할 수 있는 패기있는 플레이, 이동기는 물론이고 그 흔한 슬로우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 오직 맞붙어 싸우는 것밖에 답이 없는 캐릭터 컨셉. 마지막으로 궁극기를 걸고 죽인 상대 챔피언을 노예로 삼는 것까지 모든 부분이 취향에 딱 맞았고, 초보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보잘것없는 LOL 실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워낙 오랫동안 하다 보니 챔피언을 플레이하는 방식도 많이 변했는데, 처음에는 죽음불꽃 손아귀라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상대 챔피언을 순식간에 죽이고 노예로 삼는 플레이를 주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날 패치로 그 아이템이 약해지자 정반대로 처음부터 포션을 엄청나게 사가서 버티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도 해 보고, 패치로 그 플레이도 막히자 상대와 비슷하게 크자는 마음가짐으로 후반까지 가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플레이로 바꾸는 등. 돌이켜 보면 모데카이저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스타일이나 아이템 트리는 거의 다 시도해본 것 같다. 그야말로 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통해 게임 전체를 배운다는 느낌일까.


그리고 또 하나, LOL이라는 게임을 이야기할 때 E스포츠를 빼놓을 수는 없다. LOL 플레이에 조금씩 질려갈 즈음에 우연히 알게 된 한국 LOL 프로리그, 롤챔스는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며 수없이 감탄하고 가끔은 혼자 소리도 질러대면서 참 많은 밤을 지새웠다.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는 단순히 '게임을 잘한다' 라는 수준을 넘어 '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어떻게 저런 용기와 결단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적도 많았고, 가끔은 단순히 게임을 본다고 하기보다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의 창조성을 감상한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 전에는 프로스포츠라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도 흥미도 없었는데, 롤챔스를 통해 어째서 프로의 경기에 열광하는지, 팬심이라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체험하게 되었다고 할까. 좋아하는 팀이 경기하는 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롤챔스 경기를 틀어놓으면 그 순간만은 세상에 아무 것도 부러운 게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LOL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를 즐긴 기간은 그렇게까지 길지 않았지만, 그 대신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방식으로 즐기게 된 시간이 더 길었던가. 그 절정은 작년이었는데, LOL 세계대회, 일명 '롤드컵' 이 한국에서 개최되어서 친구와 함께 결승전을 직접 관람하러 가기도 했다.


비록 요새는 바쁜 일상과 여러 사정 때문에 롤챔스도 못 보고, 이제는 현재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 이름도 잘 모를 정도지만, 롤챔스를 안주삼아 먹던 맥주의 맛만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언젠가는 다른 게임에서도 그런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런지. 한편으로는 바라마지 않는 일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때의 즐거웠던 경험이 퇴색될까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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