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대한 생각

자아성찰/가치관 | 2015. 3. 5. 00:10
Posted by 메가퍼세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종교라는 것에 참 관심이 많았다.


관심이 많았다고 해서 열성적으로 종교를 믿었다는 뜻이 아니고, 오히려 그 정 반대 방향으로.

아무리 봐도 뻔히 구라처럼 보이는 것을, 사람들이 어째서 열렬히 믿고 따를 수 있는지 참 신기했다.


궁금증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커져 책도 읽어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친구의 권유로 교회 수련회를 갔을 때에는 3일 동안 새벽 2시까지 그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종교라는 게 이래서 저래서 말이 안 되지 않느냐. 라고 어릴 때부터 했던 생각과 지식들을 총동원해 물어보면 교회 쪽 사람들은 처음에는 논리로 맞대응하다가, 모든 논리가 논파되고 나면 믿음의 영역은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 결국 그들만의 쉘터에 틀어박히곤 했다.


그때 내가 주장했던 주된 논리가 아직도 생각난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거나, 음성을 들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고, 인간의 감각 또한 불완전한데 어떻게 당신이 깨달은 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해서 계시를 내리는 것과, 인간과 비슷하게 불완전하지만 인간에게 계시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외계인이 존재하는 것을 인간이 구분할 수 있는가?' 


이 간단한 논리로 수많은 종교인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도 생산적인 대답을 주지 못했고, 그렇게 비슷한 삽질을 하며 궁금증에 몸서리치고 있다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기적 유전자' 라는 책을 접했던 것이다.


그 책에서는 인간은 결국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운반 기계이고, 인간이 느끼는 여러 감정이나 무의식적인 행동들은 단지 자연 선택의 시뮬레이션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단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유전자가 더 잘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문단을 볼 때에는, 머릿속이 깨끗이 비워지고 새로운 것이 밀어넣어지는 기분이었다.


책을 다 읽자 내 머릿속에는 '세상에 아무것도 의미는 없고, 모든 것은 단지 자연이라는 정밀한 기계의 흐름일 뿐이다' 라는 문장이 박혀 지속적으로 엄청난 허무감을 발산했고, 한 일주일 정도 극도의 우울증에 빠졌다. 


세상의 현실이 이렇게 의미없고 허무한 눈 덮인 황무지 같은 곳이라면, 인간에게는 추위를 견뎌낼 옷이나 건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굳이 모든 사람이 이런 허무함과 우울증에 잠겨 있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고,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심정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 무언가 절대적인 존재를 상정하고 그 존재를 믿는 것만으로 자신의 심적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 때부터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질문을 그만두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종교를 통해 돈, 시간, 약간의 합리성과 같은 어느 정도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생 동안 얻게 되는 마음의 안식이라던가 잠재적 정신병원비라던가 우울증으로 허비할 시간들을 고려해 보면, 웬만한 경우 종교는 일생 동안 사람이 얻게 되는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내가 만난 교회 사람들은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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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는 음식, 초콜릿.


개인적으로 초콜릿은 고고하게 단품으로서 맛을 발휘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과자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쉽사리 무시할 수는 없다.


오늘은 그 시너지 효과를 준수하게 이용한 괜찮은 과자 두 개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최상과 최악의 맛을 모두 보여준 본 마망 상표의 마지막 작품, 초콜렛&캬라멜 타르트.




겉포장은 이번에도 다른 제품들과 비슷하다.

최초로 두 가지 맛을 컨셉으로 한 제품이라 그런지, 캬라멜과 초콜릿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강조했다는 정도?


그리고 근접 샷을 업로드하려고 했지만, 깜박하고 사진을 날려먹은데다 남겨둔 과자도 없는 관계로... 어차피 두 번이나 소개했던 상품이고, 실제 모양도 겉포장에 그려진 것과 똑같으니 일단은 대충 넘어가도록 하겠다.


맛의 평가는, 미묘하지만 준수한 편이다.

한 과자에 초콜릿&캬라멜&파이 껍질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집어넣고,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의 맛 밸런스는 꽤 잘 맞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끈적한 질감을 가진 캬라멜의 맛이 조금 더 강하고 오래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듯 하다.


초콜릿 부분이 단단해 보이지만 보기보다 두께가 얇아 한입 베어물면 아래의 캬라멜 층으로 자연스럽게 부서지고, 캬라멜과 파이까지 깔끔하게 입 안에 들어온 후 서로 융화되는 식감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초콜릿이 쿠키에 밀착되어 서로 단단하게 융합된 보통의 초콜릿 쿠키와 달리, 초콜릿이 캬라멜 층 위에 약하게 붙어있는 구조적 특징과 타르트 껍질 특유의 질감, 그 둘의 질감과 맛을 모두 감싸는 캬라멜의 느낌은 확실히 특이하고 완성도 높은 일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소한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피카소 초콜릿 쿠키.



겉포장과 이름을 보면 유럽 과자인 줄로 착각하기 쉽지만, 뒷면의 설명을 보니 말레이시아산이다.

왜 저런 이름을 썼는지는 알 수 없고, 위에 써 있는 'CABELL DE BRUE' 라는 문구는 구글 번역기로 수없이 돌려봤지만 어떤 나라 언어인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일단 과자를 뜯었다.



속포장이 한 번 되어 있고,




그걸 뜯으면 과자가 들어 있는 트레이가 나온다.

이 사진에서는 보기가 좀 안 좋지만,




뒤집으면 이런 모양이 나온다. 아무래도 초콜릿 부분은 압력이 가해지면 녹을 수 있으니, 다른 과자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넣어둔 듯. 처음 트레이를 보고 이번에도 창렬인가 싶었지만, 이렇듯 실용적인 목적의 포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인 맛은 초콜릿과 쿠키의 두께를 두 배씩 뻥튀기한 초코틴틴에 약간 가깝다. 두 부분 다 두께가 상당한 편이고, 쿠키 부분은 평범하게 담백한 맛을 내지만 초콜릿 부분의 단맛이 상당히 강하다.


처음에는 거의 팀탐에 버금갈 정도의 단맛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먹다 보니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 서로 두껍고 자기주장 강한 맛을 내는 초콜릿과 쿠키의 맛이 번갈아 휘몰아치다가 결국 초콜릿이 근소하게 이기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집어먹을 때 손가락에 초콜릿이 묻기 쉬워서 접대용으로 쓰기는 좀 그렇고, 적당히 단 맛이 필요할 때 한번씩 먹으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또한 국내 과자에서는 찾기 힘든 맛이니까.

 

toraysee 렌즈 클리너

취미/기타 | 2015. 2. 15. 13:51
Posted by 메가퍼세크

보통 '안경닦이' 라고 부르는, 안경을 닦는 데 쓰이는 극세사 천은, '계륵'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물건이다. 있으면 여러 모로 좋지만, 딱히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옷자락 같은 적당한 천으로 안경을 닦다가 생긴 자잘한 기스들을 보면서 안경닦이의 필요성을 느낄 때도 많지만, 안경을 쓰고 다니는 모든 곳에 손수건만한 천을 챙겨 가기도 귀찮고, 막상 들고 나가서 잃어버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딜레마 때문인지, (특히 남자들의 경우) 이 작은 천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은근히 찾아보기가 힘들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경을 쓰기 시작한 어릴 적부터 잃어버린 안경닦이가 최소한 수십 장. 하도 잃어버리다 못해, "비싼 안경닦이를 사면 안 잃어버리겠지?" 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에 도달해 인터넷을 뒤졌던 적이 있었다.(아마 5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도레이시' 라는 일제 안경닦이가 좀 비싸지만 엄청 좋다는 말을 듣고 바로 주문, 만 원 근처라는 안경닦이로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놀랐지만, 생각보다 엄청 뛰어났던 성능에 만족하고 소중히 썼다. 하지만 사람의 습성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기에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그 비싼 물건조차 잃어버리게 되었고, 그 즈음에 바쁜 일들이 많았던지, 어쩌다 보니 다시 사는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안경점에서 공짜로 주는 안경닦이를 쓰게 되었다.


얼마 전에 다시 생각이 나서 해당 상표의 안경닦이를 찾아보았지만, 해당 상품은 이미 품절에 새로 들어올 기약도 없고, 국내에서 구할 방도가 없는 상황.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거진 한 시간여의 검색 끝에 이베이와 아마존닷컴에서 '도레이시' 라는 이름의 천조각을 찾았고, 배송비 포함 17유로(대략 2만원 이상)에 가까운 미친 가격에 잠깐 고민했지만 마침 한창 돈 쓸 데가 없던 상황이라 그냥 질러버렸고, 얼마 전 한국에 물건이 도착했다.


그렇게 5년여의 시간을 넘어 다시 재회한 그 물건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역시 비싼 몸이라 그런지, 흰색 바탕에 일부분만 물건이 보이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포장이 참 멋지다.

안경을 쓰는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색다른 선물로도 괜찮을 것 같다.


'Multi-purpose washable micro fibre lens cloth' 라는 긴 문장은 이 물건의 용도와 재질, 특성을 명확히 설명해 준다.


'다목적의, 세탁 가능한, 극세사 재질의 렌즈 클로스'


그런데, 잠깐의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이 문장의 진의는 놀라웠다.


'극세사' 라는 단어는 한 가지 섬유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는 실' 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이고, 극세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이, 'NP분할사' 라고 하는, 단순히 하나의 섬유를 잘게 쪼갠 종류의 극세사로, 직경은 대략 5마이크로미터 정도. 보통 안경점에서 나누어 주는 공짜 안경닦이는 보통 저급의 NP극세사를 일반적인 굵은 실과 혼방하여 직조하는 것으로, 원가는 겨우 100원 이하.


그에 비해 이 렌즈 클로스를 직조하는 데 쓰인 극세사는 '해도사' 라고 하는, 특수한 화학 공정을 통해 처음부터 엄청나게 얇게 제조한 고급 실로, 직경은 2마이크로미터 정도에 NP분할사와 달리 단면이 둥근 모양이라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제조 원가도 비싸고 제조에 드는 기술력이 상당해서, 이 상품의 제조사인 일본의 '도레이' 나, 한국의 '코오롱' 같은 몇몇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워낙 얇다 보니 렌즈에 닿는 표면적이 넓어 본연의 목적(렌즈 클리닝)에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보통 비누로 거품을 내도 극세사 때문인지 거품이 거의 쉐이빙 폼에 가까울 만큼 작고 균일하게 나서 미용 목적으로도 많이 팔린다는 믿기지 않는 말도 있었다.


말 그대로 '다목적' 의, '질 좋은 극세사를 사용한', '최고급'의 렌즈 클로스. 이런 놀라운 품질에 대한 광고문구나 설명서 하나도 없이, 그저 시크하게 한 문장으로 상품 설명을 끝냈다는 건 대체 어떤 자신감일까. 


아무튼, 설레발은 이쯤 하고 상품을 개봉해 보자.




일단 순수 극세사라 그런지, 두께가 정말 얇다. 양면에 손가락을 마주대고 비벼 보면, 천 특유의 부피감은 간데없고 거의 기름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둔 느낌? 약간 손수건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말도 안 되는 두께 때문에 확실히 구별된다. 그렇게 얇음에도, 말도 안 될 만큼 치밀해 직조물 특유의 체크무늬는 거의 보이지도 않으며, 엄청나게 가까이에서 쳐다보아야 거의 점에 가까운 조밀한 벌집 모양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시험삼아 렌즈를 닦아보니 그 두께 때문에 거의 손가락으로 직접 렌즈를 닦는 느낌이면서도, 렌즈에 묻은 모든 기름기나 이물질이 천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참 신기했다. 가장자리의 마감 처리도 상당히 꼼꼼하고 촘촘해서, 아무리 사용해도 실 한 오라기 하나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좋은 지갑을 사면 돈을 많이 쓰게 되고, 좋은 신발을 사면 많이 걸어다니고 싶게 된다고 했던가. 앞으로는 안경을 닦는다는 것의 느낌이 참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그 느낌에는, 무려 2만원이나 하는 렌즈 클로스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긴장도 (좀 많이)섞여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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