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어려움

잡설 | 2015. 1. 27. 00:15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새 블로그를 들어와 이것저것을 확인하다 보면, 항상 신경쓰이는 숫자가 있다.


블로그 우측 상단쯤에 표시되는 총 글의 개수가, 로그인하기 전에는 20개였다가 어드민으로 로그인하는 순간  29개로 급격히 늘어나는 것.


늘어난 9개의 글은 모두 비공개로, 주로 한창 쓰던 중 더 이상 이어갈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다 썼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너무 개판이어서 블로그에 걸어놓기가 민망할 정도인 것들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공개로 놓은 글들에 문제가 없냐고 한다면 그건 또 전혀 아니지만, 29개나 되는 글 중에서 거진 3분의 1이나 비공개라는 건 뭔가 내 글쓰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이 블로그를 만들기 전, 페이스북이나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 가끔 글을 쓸 때부터 글쓰기라는 건 항상 오랜 시간과 생각과 고통, 그리고 노가다를 동반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글로 써보고 싶다' 고 생각하게 만드는 소재가 나타나야 하고, 그 소재로 인한 모티베이션이 키보드 앞에 앉는 시점까지 유지되어야 하며,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그 소재에 대한 생각과 재해석을 전개하고, 부족한 필력으로 그 상세한 내용을 남김없이 풀어내면서 제대로 된 글로서의 짜임새와 완결성, 결론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


매 과정 하나 하나가 성립되기 엄청나게 어려운 조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히 글의 표현과 짜임새에 있어서는 점점 높아져만 가는 스스로의 기준에 비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는 문장력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무더기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과 스펀지마냥 구멍이 숭숭 뚫린 논리 전개,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의 반의 반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미숙한 문장을 보면 그냥 컨트롤 A-딜리트를 눌러버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페이스북을 할 때는 아무래도 SNS라는 특성상 여러 사람들이 자유롭게 떠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상대적으로 쓰기 어려운 주제라도 상대적으로 덜 깊이 생각하고 부담없이 올릴 수 있었는데

(그 때도 4~5시간 잡아먹는 건 예사였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글들은 하루 안에 끝났다)


글이 너무 길어지고 SNS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티스토리로 이사한 이후에는 오히려 '글을 쓰기 위해 만든 공간' 이라는 터무니 없는 부담감 때문에 글을 쓰는 모든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준이 현저히 올라가 버렸다.


그 결과로 몇 시간씩 쓰다가도 스스로에게 절망감을 느끼고 팽개쳐 버리는 글들이 늘어났고, 그렇게 비공개로 돌려진 글들은 그 절망을 떨쳐낼 만큼의 새로운 모티베이션이 생길 때까지 그대로 수감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 좀 어렵다 싶은 주제로 시작한 글은 비공개 상태에서만 몇 달이 넘는 기간을 보내면서 대여섯 번이 넘는 갈아엎기와 가필을 거치고서도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의 글 수는 올라갈 기미가 없고, 일부러 열어놓은 블로그를 몇 달 동안 방치해두기도 뭐해서 차선책으로 한두 개씩 쓰기 시작한 과자나 음악 리뷰들은 어느새 블로그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 지 오래다.


정말 쓰고 싶었던 내용들은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비공개로 돌려지고, 취미 겸 가벼운 흥미로 시작했던 리뷰들은 별다른 제지 없이 블로그를 점령하는 이 상황.


대체 몇 년이나 글을 더 쓰면,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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