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리뷰(스포)

취미/영화 | 2015. 3. 10. 12:58
Posted by 메가퍼세크


킹스맨은 최고였다.


정장간지와 액션, 정신나간 스토리 전개가 합쳐져 형용할 수 없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양복입고 총쏘는 액션과  B급스러운 절단 연출 등은 이퀄리브리엄이 생각나는데, 거기에서 정장간지와 약간의 첨단장비를 더한 느낌?


스토리 자체도 뻔하디 뻔한 액션물의 과대망상증 최종보스, 무력파 중간보스, 찐따였다가 어떤 계기로 강해져서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 강력하고 현명한 멘토라는 아주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프레임을 따왔다.


하지만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같은 요리도 다른 사람이 만들면 맛이 달라지듯이, 그 프레임에 씌워진 살들은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국식 정통 정장을 입고 첨단 장비를 곳곳에 숨긴 채 절제된 액션으로 적을 해치우는 등장인물들.

심지어 그들이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을 따온, 오래전부터 내려온 소수정예 첩보원이라니.


'신사', '기사', '스파이', '정장', '권총', '격투'


대부분의 사람들이 멋지다고 느끼는 '멋의 물감' 들을 잘 선별하고, 그들을 전형적인 스토리의 프레임 안에서 완벽하게 조화시켜 하나의 완성된 멋의 그림을 그렸다는 느낌이다.


물론 완성도나 영화의 전체적인 짜임새에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왜 의족을 달고 있는지, 어떻게 격투를 그리도 잘 하는지 끝까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중간보스라던가. 주인공과의 경합 끝에 랜슬롯 자리를 차지하고도 인공위성 격추하고 전화 한 통 거는 단조로운 역할만 맡은 안습한 여자 기사. 그 어떤 의심도 없이 공짜 유심을 받아 자기 스마트폰에 꽂는 전 세계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런 자잘한 단점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결국 이 영화가 뿜어낸 멋과 임팩트가 충분했기 때문에.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액션과 멋이었고, 스토리와 설정, 완성도와 같은 요소들은 모두 그것을 위한 부가적인 도구로만 작용했다.(그리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후반부에 나오는 폭죽 장면과 난데없는 스칸디나비아 공주의 섹드립. 액션과 멋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했던 약간의 시리어스함을 중화시키고, 아직도 이 영화의 성격에 대해 긴가민가했던 관객들에게 확실한 쐐기를 박는 좋은 도구였다. 맛을 살리려다 보니 너무 느끼해진 고기 요리에 뿌리는 몇 방울의 식초라고 할까?


이런 류의 영화를 원체 좋아하기도 했지만, 멋을 내는 데 쓴 재료들 자체도 개인적인 취향에 딱 들어맞아서 전체적인 감상은 퍼펙트.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면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물론 나만 느끼는 감상은 아니겠지만, 머릿속에 콜린 퍼스의 간지나는 정장 차림은 당분간 클래식 정장에 대한 지름신을 일으키게 될 것 같다.


 

루시아 콘서트 '다시, 봄' 관람

경험 | 2015. 3. 9. 01:03
Posted by 메가퍼세크


오늘,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루시아 콘서트에 다녀왔다.


표 예매가 열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공연날이라니. 지갑에 넣어둔 표를 볼 때마다 느꼈던 설렘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기대감으로 바뀌어 공연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커져만 갔다.


기대에 부푼 나머지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공연 장소 근처에서 레몬티 한 잔을 마시고, 공연 십몇 분 전쯤 입장해 자리에 앉아 마음의 준비를 시작. 핸드폰 전원을 꺼서 지갑과 함께 가방 속에 깊숙히 넣고, 관람하기 가장 편한 자세를 잡고 앉은 지 몇 분 후. 커튼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루시아의 인상은 예상과는 많이 다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예상 그대로였다고 할까. 감성적이고 표현력 있는 가사와 곡들 때문에 조용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밝고 활발하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


콘서트 처음에는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세 번째 곡이 끝나자 무대 뒤에 고이 벗어놓고, 무대 전체를 열심히 잰걸음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격정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곡 자체도 앨범에 수록된 것과는 많이 다르고, 라이브 버전으로 어레인지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던 기억이 난다.


조용히 서서 서정적인 무대를 펼칠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빗나갔다고 해야 하나. 관객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의지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콘서트 중간중간의 멘트에서도 관객에 대한 감사와 곡에 대한 설명, 자신이 곡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마지막 날 공연에 대한 보너스라며 미발표곡도 하나 공개했다.

(근데 다른 후기들 보니까 마지막 날에만 공개했다는 건 순 뻥이었음)


통기타 둘과 베이스, 드럼, 현악 4중주로 이루어진 밴드의 하모니도 좋았고, 특히 'I can't fly' 나 '데미안' 같은 노래를 할 때 바이올린이 부각되는 부분이 상당히 멋있었던 기억이 난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와 감성 가득찬 보컬, 시적인 가사는 곡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감상한다' 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고, 눈을 감고 음의 조화와 굴곡, 거기에 얹어지는 가사를 따라가다 보니 정말로 노래를 통해 가수가 표현하고 싶은 감성을 직접 전달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지, 슬픈 노래를 부를 때는 특히 감성적인 여자분들 몇몇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공연 전체적인 준비, 가수의 자세, 퍼포먼스와 사운드 등.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정성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었고, 공연장을 나올 때는 그 준비만큼 많은 것을 실제로 얻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도 루시아의 공연이 있다면,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관람하게 될 것 같다.


마무리는, 루시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발견한 공연 기념 케익 사진.

오늘 공연에서는 검은 드레스를 입었지만, 맨발도 그렇고 특유의 느낌이 참 잘 표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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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방학, 루시아 노래들.

취미/음악 | 2015. 3. 8. 03:27
Posted by 메가퍼세크

집에서 혼자 노래를 듣다 보면, '이건 나 혼자 듣기 아깝다' 싶은 곡들이 있다.


멜로디가 좋거나 가사가 좋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멜로디가 좋은 노래는 눈을 감고 머릿속을 비운 채 들을 때 진가를 발휘하고

가사가 좋은 노래는 가사창을 조금 더 키워놓고 멍하니 가사를 곱씹으며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친구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때도 멜로디가 좋은 노래는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이어폰을 꽂아 주면 그만인 반면, 가사가 좋으면 가사창까지 띄워서 건네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말 가사가 좋은 곡들은 아예 노래를 떼놓고 가사만 봐도 웬만한 문학 작품 못지 않아, 아예 가사 전체를 복사해다 폴더에 모아놓기도 한다.


그런 좋은 가사를 가진 곡들 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두 가수의 곡을 몇 개 추려 모아보았다.

초연하고 담담하지만 잔잔한 목소리로 생각과 철학을 흐르듯 풀어내는 가을방학,

감성과 운율이 살아 있는 가사를 마치 연극배우와 같이 극도로 감정이입하여 표현해내는 루시아.

서로 정 반대라고 할 수도 있는 두 종류의 표현법이지만, 듣다 보면 약간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소개하려고 보니 대부분의 곡들이 좋아, 고르는 데 애를 먹어서 각각 5개씩만 선정했으니 여기 소개된 곡들이 마음에 든다면 다른 곡들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1. 인기 있는 남자애



달달하고 스토리있는 곡.

직접적으로 결론을 내지 않고 짧고 간결한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게 좋다.


2.가을방학-가을방학



참 아련하면서 공감되는 곡이다.


'너' 의 넋두리를 화자가 대신 풀어주면서, 잠시 화자의 입장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구도가 노래에서는 처음 보는 것이라 신선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인데도 잠시 깊게 들어가는 척 하다가 두루뭉실하게 넘어가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완급 조절을 한 것도 마음에 든다.


3.가을겨울봄여름-가을방학



글로 치자면 '수필'이나 '설'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다.

일상의 사소한 깨달음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을방학의 스타일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


4.여배우-가을방학



'취미는 사랑' 으로 가을방학을 알게 되고 나서, 처음으로 접한 곡.

소재도 좋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설레임이라는 주제가 참 괜찮은 것 같다.

그리 길지도 않은 곡 내에서 서사적 구성을 물 흐르듯이 풀어내면서, 심리적 묘사까지 충실한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5.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가을방학의 감성이 묻어나는 곡.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분의 색깔에 대한 곡이다. 



6.루시아-선인장



이런 동식물을 소재로 한 노래도 좋다.

가시 돋힌 선인장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이런 가사를 생각해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7.필로소피-루시아



가사는 반복도 많고 단순한데, 참 무거운 단어가 많이 쓰인 노래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번뇌하는 연인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한 것 같은데... 곡이 좋아서 참 많이 듣긴 했지만 아직도 몇 부분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8.어떤 날도, 어떤 말도-루시아



소재는 참 단순한데, 문장과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이다.

사랑 노래를 이런 식으로 쓰는 가수는 처음 봐서, 루시아 노래에 처음 빠졌었던 기억이 난다.


9.어른이 되는 레시피-루시아



제목도 특이하고, 내용도 특이하다.

노래 자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가사의 상상력이 마음에 들어서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홍차에 계피와 레몬을 넣는 레시피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서 착안한 게 아닌가 싶다.

어른들이 마시는 홍차를 마시면,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아이의 심리? 를 표현한 게 아닐까.


10.I can'y fly-루시아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냥 문장이 좋다...

어딘가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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