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4.11.13 | 커피와 과자와 차
  2. 2014.07.19 | 어떤 노래 찾기 1
  3. 2014.06.26 | 제이레빗 3집, 투어리스트 2집 지름. 2
  4. 2014.04.26 | 블로그 시작.

커피와 과자와 차

잡설 | 2014. 11. 13. 15:32
Posted by 메가퍼세크

요즘, 갑자기 티타임 비슷한 걸 가지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일정 없이 그때 그때 생겨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며 살다 보니 완전한 개판이 되어버린 생활 패턴에 조금이라도 규칙성을 줘 보려고, 편의점에서 카누 한 상자를 사다 매일 오후에 한 잔씩 마시기 시작한 게 발단.


많고 많은 커피믹스 중에 카누를 선택한 건 그저 상자가 멋있고, 어차피 매일 한 잔씩만 마실 테니 이왕이면 좋은 걸로 사자는 마음이었을 뿐인데 막상 카페에서도 카페라떼만 줄창 마시던 몸에 진한 향과 쓴맛을 가진 아메리카노를 주입하니, 적응이 좀 힘든 감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앞 수입과자 전문점에서 여러 가지 과자들을 구입,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하나 먹어 보며 커피와 맞는 과자들을 찾아갔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재미있는 과정이어서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하고 처음 '제대로 된' 홍차 전문점을 가봤는데, 정말 장난이 아닌 향과  맛의 하모니를 느껴 여기에도 꽂혀버렸고, 찻잎을 사려고 근처 마트를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괜찮아 보이는 티백이라도 골라왔다.


커피에 맞춰 구입했던 과자들은 홍차와도 충분히 잘 맞아, 내키는 대로 아무 거나 조합해도 별 무리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간식 세트의 라인업이 완성되었으며, 원래의 의도대로 평소 일과에 괜찮은 휴식 시간 하나를 추가하는 데도 성공했다.


아무래도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자금사정 때문에 커피나 과자나 차나 꽤 소박한 것들뿐이지만, 점점 여러 가지를 먹어보고 마셔보며 가끔 사치도 부려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과정이 되지 않을까.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컨텐츠를 한 가지 더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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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래 찾기

잡설 | 2014. 7. 19. 19:52
Posted by 메가퍼세크

어렸을 때, RPG2000으로 만들어진 어떤 게임의 BGM이 너무 좋았다.

게임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주인공이 피리를 불어 주는 장면에서 그 BGM이 나왔는데, 그 BGM 하나를 들으려고 그 장면 바로 앞에서 세이브를 해 놓고 수십 번씩 로드해서 듣다가, 나중에는 검색을 통해 그 게임을 뜯어서 음악을 추출해낸 후 또 죽어라고 들었었다.(게임은 그냥 그럭저럭이었던 거 같다)


어제 저녁에 오랜만에 다시 듣고 싶어 그 음악을 검색해보려 했지만, 간단한 멜로디 라인과 RPG2000 게임이라는 힌트만 가지고 노래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대략 한 시간 정도 헛짓을 하다 직접 음을 찍어보기로 결심했다.


눈꼽만큼 다룰 줄 아는 기타프로를 잡고 한 시간 정도 끙끙대면서 기억에 있던 멜로디라인을 구현해냈고, 악기는 오카리나로 설정해 유튜브에 업로드.(그래봐야 조악한 미디음이긴 하지만)


자주 가던 게임 사이트 게시판에 동영상 링크를 걸어 질문글을 올리자, 답은 3분만에 나왔다.

영웅전설 5-바다의 함가 오프닝. 당시에도 매우 호평받던 노래라고 한다.

답변하신 분이 걸어 준 링크로 들어가니 확실히 맞는 멜로디였지만, 기억 속에 있던 것보다는 약간 다른 느낌.


그 미묘한 느낌을 설명하려고 댓글 몇 개를 할애하다가 그냥 포기했는데, 오늘 그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 보니 그 밑 댓글로 링크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3분 13초부터)


링크에 들어가 보니 정확히 내가 들었던 그 음악이었다. 답변해 주신 분은 그 게임의 팬으로, 내 글을 보고 답변해 주기 위해 가입했다면서 링크 아래에 곡과 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여 주셨다.


역시 명작에 대한 추억은 어디 가지 않는구나. 이런 멋진 멜로디를 만들어 낸 팔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참 신기하기도 하다. 댓글들을 보면 원래 BGM이 유명한 회사라 음반을 사면 게임이 덤으로 따라온다는 말까지 있었다고... 게다가 이 게임은 그 중에서도 레전드로, 제목부터가 '바다의 함가' 로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 그런지 한층 더 퀄리티가 미쳤다고 한다. 각 챕터의 이름도 전주곡, 광상곡, 행진곡 등 악곡의 형식을 따 붙였을 정도.


수십 번쯤 무한반복으로 곡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입문용 오카리나 가격을 검색하고 있었지만, 불 곳도 없고 불 시간도 없으며 가격도 비싸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순식간에 때려쳤다. 나중에 돈 왕창 벌면 방음 되는 방 하나 만들어서 악기 미친 듯이 다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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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레빗 3집, 투어리스트 2집 지름.

잡설 | 2014. 6. 26. 01:24
Posted by 메가퍼세크

오늘 종로 3가에서 일이 있어서, 끝나고 잠깐 짬을 내어 지하철 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반디 앤 루니스에 음반을 사러 갔다. 목표는 얼마 전 발매된 제이레빗 3집 앨범.


지금까지 음반이란 걸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어서, 그리 넓지도 않은 음반 매장을 돌며 이것저것 구경하며 제이레빗 앨범을 찾기를 몇 분. 어쩐지 상당히 이질적인 앨범을 하나 발견했다.



가로와 세로의 폭부터 보통의 앨범과는 궤를 달리하고, 커버 재질도 앨범이라기보단 하드커버 책에 가까웠으며, 앨범 위에 묶인 베이지색 고무끈이 인상적이었던.


다른 앨범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비주얼을 자랑했던 이 앨범은, 딱 하나 남아있었다.

평소 이런 물건의 비주얼에 그렇게 신경쓰는 편은 아닌데, 하필이면 컨셉이 '책'


그것도 '소책자'


그것도 '하드커버 소책자'


내 취향의 정중앙에 돌직구를 꽂아넣는 심각하게 멋진 컨셉. 게다가 그 컨셉과 무한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파란색과 갈색 투 톤의 예술적인 자켓. 이 반칙급의 디자인을 갖춘 앨범은 시야에 들어온 순간 자동적으로 내 눈을 임의 해제 불가능한 오토포커스 모드로 전환시켰다.


아니 대체 어떤 그룹이 이런 기특한 앨범을 냈단 말인가 하는 감개무량함과 지름신께서 내 통장을 거덜내기 위해 이번에는 이런 형태로 내려오신 것인가 하는 착잡함이 어우러지며 앨범을 집었고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그룹의 앨범을 사야 하는가 사지 말아야 하는 논제에 대해 무한한 내적 갈등을 일으키며 앨범의 뒷면을 보았다.




뒷면을 펼친 가장 주된 이유는 앨범의 트랙 제목들. "벚꽃 엔딩" 이라는 곡명을 보고 데스메탈을 떠올리지 않고, "착한 늑대와 나쁜 돼지새끼 3마리" 라는 곡명을 보고 잔잔한 발라드를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무릇 노래의 제목이라는 것은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가사를 함축하는 것. 전혀 모르는 그룹 앨범의 분위기를 짐작하는 데는, 트랙 제목들을 보고 유추하는 게 그나마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뭐 그런 관계로, 트랙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1번 곡의 제목은 Arrival. 아래로 쭉 훑어보면 14번 트랙의 Departure과 대칭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발과 도착. 왜 순서가 바뀌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떤 줄거리를 이루는 앨범인 걸까? 15번 트랙의 in-flight를 보면, 비행기를 타고 출발과 도착을 한 모양이다. 어쩌면 도착해서 뭔가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나머지 곡들을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주제는 장소. 6,7,12,13번 트랙의 "요코하마에서", "월화수목원", "겨울 산장", "바다" 를 보면 수목원을 빼고는 여행지라는 분위기가 짙게 풍긴다. 자켓에 쓰여 있던 그룹 이름인 "투어리스트" 와 연계해 생각하면, 역시 여행을 컨셉으로 한 앨범이겠지. 바다와 겨울 산장이라는 이름이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반 년 이상 장기간의 여행인 것 같다.


5번과 9번 트랙의 "설렘주의보", "나란한 걸음" 은 그냥 봐도 달달한 분위기의 연애이야기 곡.


여행이라는 컨셉과 다채로운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제목들은 곡의 다양성을, 제목부터 달달해 보이는 제목들은 그 다양함의 중심이 잔잔한 쪽으로 쏠려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기에, 대략 내 취향에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질렀다.


뭐, 사실은 앨범의 비주얼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에 곡이 완전히 똥만 들어있어도 사겠다는 생각이 잠시간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앨범에 신경을 쓰는 가수들이라면 그 섬세함으로 곡도 잘 만들었을 것이라는 믿음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지름을 마친 후 원래 사려고 했던 제이레빗 3집도 같이 사들고, 집으로 와서 개봉.




<커버>

<뒷면>

<앨범 내부>

제이레빗 앨범의 느낌은 미니멀리즘. 커버와 뒷면, 앨범 내부 모두 단순하고 깔끔했다. 저 조각보같은 무늬가 뭔진 모르겠는데, CD에 새겨져 있는 모습은 멋있는 것 같다. 종이 틈에 끼어있는 가사집도, 깔끔한 디자인과 그림들로 딱 가사와 에필로그만 써서 6장 정도의 얇은 두께였다.



<가사집의 한 페이지>


가사집 페이지마다 서로 다른, 하지만 분위기는 비슷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물론 굳이 이 사진을 올린 건 제일 맘에 들어서... 가사들의 분위기는 앨범의 제목과 같이, 인생에 지친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가 주가 되고 있었다. 확실히 제이레빗의 밝은 목소리에 참 잘 어울린다.




그리고 투어리스트 앨범 개봉.



<앨범의 내용물들>


예상대로, 애네 앨범은 음반보다 부록들의 두께가 더 두꺼웠다...


왼쪽의 책처럼 생긴 건 가사집. 여행 컨셉이 아니라 진짜로 여행을 다니면서 곡을 만들었는지 여러 장소들의 다채로운 사진과 매번 다른 포맷의 가사들, 여행에서의 팁 페이지까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저 거대한 책자에 에필로그가 한 페이지, 스폐셜 땡스가 두 페이지. 마지막 장에는 여행지들의 경로까지 적혀 있어 볼륨이 장난이 아니었다. 종이 재질도 튼튼한 걸 썼고.


위쪽에 보이는 건 미니 사이즈 세계지도;; 와 스티커(여행가방에 붙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분홍색 태그(화물에 부착하는 표지라고 한다. 처음 알았다)까지 여행이라는 테마에 걸맞는 물건들이 참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이 정도라면 확실히 고무 끈으로 마감해야 될 만 하지...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니 이 앨범은 제작비가 너무 들어서 많은 수량을 못 찍고 한정판매하기로 했다고... 한 개만 남아 있었던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앨범의 내용물, 곡들은 어떤가 하면, 앨범 이상으로 마음에 든다.


앨범에서 풍기는 세심한 정성들이 녹아 있는 부드러운 곡들이 주가 되고, 예상대로 조금 활발한 분위기의 곡들도 있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고 듣기 좋은 정도인 것 같다. 특이한 맛도 있고. 보컬도 남녀 보컬 두 명인데 둘 다 잔잔하고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 타입이다.


항상 내 음악 취향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들어 보지도 않고 (음악 외적 이유로) 홧김에 질러버린 음반이 이 정도로 마음에 들다니. 참 신기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뭔가를 지를 때마다 항상 이 정도 만족도라면 정말 좋을 텐데. 세상 일이 그렇게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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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시작.

잡설 | 2014. 4. 26. 00:39
Posted by 메가퍼세크

기억나지도 않는 오래 전 어느 날, 어딘가에서 줏어온 초대장으로 개설했던 블로그.


평소 글을 쓰는 건 좋아했지만, 막상 멋진 블로그까지 개설하고 첫 글을 쓰려니 너무 오글거려서 그냥 접어뒀었다.


몇 년이나 시간이 지난 지금, 심심풀이로 페북에 써재끼던 뻘글들이 너무 길어지고 SNS에 다 표현하기 힘든 관심사들이 많아져 편하게 풀어놓을 창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버려 뒀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다시 찾았다.


부족한 글 솜씨와 바보같은 생각으로 가득 찬 내 글들을 봐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만족으로 시작한 블로그인 만큼 사소한 부분들은 신경쓰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마음대로 풀어놓으려고 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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