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후기

취미/영화 | 2016. 8. 7. 00:41
Posted by 메가퍼세크

최악을 예상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뇌를 비우고 액션만 보면 적당히 볼만하긴 한데, 부자연스러운 부분이나 바보같은 장면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한 번씩 헛웃음이 나오는 그런 정도?


신기한 건 예전에 명량을 봤을 때 느낀 실망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거다. 영화의 주제에 맞는 씬(명량:전쟁 자살특공대:전투, 광기)에 집중하기보다 감성팔이에만 치중했다고 할까? 아무 필요없이 나오는 눈물짜기 연출에 억지로 집어넣은 백병전 연출(이순신 무쌍, 최종부 인챈트리스 쌈질)까지. 전체적으로 흥행하고 싶어서 억지로 집어넣은 장면들이 개연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게 싫어서 한국 영화를 안 보는데 DC까지 이러고 자빠지다니.


게다가 이런 류의 영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캐릭터 디자인과 개성도 생각보다 개판이었다. 존재감도 없는 부메랑 던지는 놈이나 나올 때마다 오글거리고 어색하기만 한 일본 여자 칼잡이를 시작으로, 광기의 끝을 보여주기는커녕 그냥 총 좀 잘 쏘고 쌈 좀 잘하는 주연 캐릭터로 바뀐 할리퀸과 조커에, 하수구에 사는 괴물 주제에 너무 인간답고 마음에 그늘도 없고 심지어 어디가 나쁜지조차 잘 모르겠는 킬러 크록. 그나마 데드샷이나 엘 디아블로는 좀 멋졌지만 이 둘도 전혀 악당같지는 않다. 유일한 악역인 인챈트리스가 그 절정인데, 넝마 쪼가리 걸치고 순간이동으로 기밀문서 셔틀이나 하다가 빡치니까 오빠 불러서 징징거리기나 하고. 나중에는 세상을 멸망시킬 무기를 만든답시고 엉덩이나 흔들다가 뜬금없이 또 내려와서 쌈질 좀 하다가 갑자기 또 염력을 쓰는가 하면 마지막엔 폭탄 한 방에 가고.. 캐릭터의 강렬한 매력이라는 건 분장 좀 세게 하고 cg 떡칠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애초에 영화 내에서 애네가 나쁜 짓을 하는 장면이라는 거 자체가 번갯불에 콩 볶듯 몇 초로 끝나는데 나쁜 놈이라고 인식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그냥 인상 좀 더럽고 말 좀 미친놈처럼 하면 다 나쁜놈인가? 이건 '나쁜놈들' 을 모은 게 아니라, '쌈 좀 잘하는 놈들' 을 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쌈 잘하고 총 잘쏴서 대단하다는 평을 들었나? 


하긴 애초에 미친놈들을 모아서 부대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광기와 난폭함, 빌런의 미덕과 같은 여러 특성들은 결국 예측 불가능성과 자유로움에 기반을 두고 있을진대, 목에는 폭탄이 심어지고 자기 목숨을 내놓고 강한 적과 싸우는 판에 광기 표현한답시고 이상한 짓 하다간 죽기밖에 더 할까?(실제로 한 놈 죽었고) 개인 영화들이 한 개씩 있는 상황이었다면 몰라도, 다 처음 나오는 듣보잡들인데 개성을 보여줄 시간도 없이 쌈박질만 하니 이게 히어로 영환지 악당 영환지.


시작부터 캐릭터성을 존나 강하게 표현하겠다는 의도를 너무 대놓고 풍기는 감옥 씬들로 시작해서 뭔 카탈로그마냥 빌런들 하나씩 능력과 사연을 소개하고, 모아서 쌈박질 하러 가는 극도로 뻔하고 예측 가능하고 평면적인 전개나, 아주 개판은 아니지만 묘하게 조금씩 모자라고 공감 잘 안 가는 연출이나 모자란 개그 센스까지. 세세한 부분들까지 참 꼼꼼하게 개판인 영화다.


그래도 뭐, 데드샷이나 할리퀸의 액션은 나름 괜찮았으니 그냥 그거 본 걸로 만족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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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카페의 조건

자아성찰/취향 | 2016. 4. 7. 00:35
Posted by 메가퍼세크

나에게 있어, 카페라는 건 참 특별한 장소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카페는 단순히 만남과 이야기를 위한 장소일 뿐이지만, 혼자서 가는 카페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외부와는 전혀 다른 고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잠시 동안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하게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 몰두하는 대상은 지금과 같은 글쓰기나 독서, 공부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몰두하는 대상이 아니라 한 가지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매일의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쌓이는 스트레스나 피곤함이 극에 도달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좋은 카페에 찾아가 잠시 동안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나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좋은 카페는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 중의 하나이고, 다른 어떤 장소보다 심사숙고해 선택해야 할 대상에 속한다. 그런 심사의 과정에서 고려하게 되는 나만의 기준들을, 이 글을 통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1.채광과 조명


-카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과 음악이다. 바깥 세상과 카페 내부 사이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채광이 너무 잘 되거나 바깥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카페는 그다지 좋지 않다. 최소한 대낮이라도 불을 껐을 때 카페 안이 어두워질 정도는 되어야 한다. 외부의 자연광을 차단하고 조명의 불빛만으로 카페를 새로 칠했을 때, 카페 내부의 고유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조명의 선택도 중요하다. 햇빛의 백색광과는 다르고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약간의 어둑어둑함, 형광등보다는 전구의 은은함이 더 마음에 든다. 펜을 들고 무언가를 쓸 때 종이에 비치는 손의 그림자는, 카페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이자 좋은 조명을 판단하는 척도 중의 하나다.


2.음악


-두 번째 요소는 조금 더 까다롭다. 카페의 원래 목적 때문에라도 카페 내에서 완전히 소음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카페 바깥의 소리를 막고 내부를 음악으로 칠하는 것은 카페의 분위기를 조성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작업이다. 각각 고유의 특색을 가진 음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이 부분에서는 특히 취향이 많이 갈리겠지만, 주로 내가 선호하는 것은 잔잔하면서 약간 활발한 분위기의 음악. 가사가 전혀 없는 현악 계열의 연주곡이 베스트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곡이라도 카페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면 상관은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카페의 인테리어, 조명과 음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하는 것. 정말로 잘 선곡된 음악은 신경쓰지 않으면 음악이 재생되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고, 귀를 기울이면 언제든지 선율에 빠져들 수 있다. 어쩌면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음료 다음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 아닌가 싶다.


같은 맥락에서, 사실 모든 경우에 방음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카페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카페 내부에서의 집중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가끔씩 그 법칙을 깨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예전에 방문했던 한 카페는, 기찻길 옆에 위치해 있어서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리가 들렸다. 얼핏 보면 상당히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다행히 기찻길에서의 거리는 꽤 멀었고, 오히려 가끔씩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기차소리는 그 카페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카페의 정면은 도로에 인접해 있었지만, 이중 문 구조로 도로의 소음은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도 거의 완벽히 차단되었다. 나쁜 소리는 막고 좋은 소리는 끌어들인,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3.실내 디자인


-조명과 음악이 카페를 바깥과 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밑그림과 채색이라면, 실내 인테리어는 세부 묘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카페의 분위기와 컨셉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면서, 카페 내부를 감상의 대상으로까지 격상시킬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부분이기도 하기에 실내 인테리어의 수준은 카페 주인의 미적 감각과 센스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간단한 액자나 픽셀 아트, 방향제 같은 소품도 멋지지만 멋진 장식장이나 벽화, 쿠션감 좋은 클래식한 의자도 좋고. 실내 디자인의 컨셉은 워낙 극과 극이기에 좋아하는 스타일을 딱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음악의 경우처럼 크게 튀지 않고 카페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감이기에.


4.메뉴


-주로 '커피 맛' 으로 대표되는 메뉴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항목이 어째서 이렇게 아래에 위치해 있는지 의아해햘 수 있겠다. 물론 카페의 메뉴 구성과 맛은 상당히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카페를 판단하는 제 1기준으로 작용하곤 한다. 하지만 카페의 이용 목적은 사람마다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나처럼 분위기와 공간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에게 메뉴는 카페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한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카페의 음료 퀄리티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다면 그건 큰 문제겠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카페의 메뉴 구성과 맛은 카페 분위기의 형성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물론 조명과 음악,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카페 주인이 메뉴에 신경을 쓰지 않기도 어렵고.


그렇다면 좋은 메뉴란 무엇일까. 카페 메뉴에 오를 수 있는 음료와 음식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고, 하나 하나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주류가 되는 것은 보통 커피와 차의 양대산맥으로 나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카페 음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커피이고, 카페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어로 커피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온 만큼 커피 하나라고 하는 것이 맞겠으나, 역사적인 이유에서든 개인적인 선호에서든 카페를 말할 때 차를 떼놓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제대로 만든 커피나 차에서 느껴지는 깊은 향과 맛은 카페라는 공간이 왜 생겼는지, 어째서 필요한지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고, 그만큼 두 음료에 쏟는 조사와 공부, 노력이야말로 카페 주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커피를 메인으로 삼는다면 최소한 원두의 품질과 로스팅, 다양한 추출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차를 판매하고 싶다면 원산지와 브랜드별로 찻잎들을 구입해서 시음해 보는 정도? 굳이 최고의 바리스타가 된다거나 영혼을 울리는 차 맛을 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그 깊은 세계에 대한 나름의 감상과 노력하는 자세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과 노력이야말로, 좋은 카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허세에 대하여

잡설 | 2016. 2. 14. 23:15
Posted by 메가퍼세크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남을 깔보기 위해 들이는 노력들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어찌 보면 그런 노력들이 사람을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너무나 애처롭게 보일 때가 있다.


어린아이 시절에는 누구나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던 관심이라는 자원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쉽게 얻기 힘든 희소한 자원이 되어 가고. 그럼에도 어릴 때처럼 무제한의 관심을 다시 한 번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기에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발버둥치는 것인지. 티 없이 웃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항상 보기 좋으면서도, 언젠가 그 아이들이 차가운 세상에 던져져 느낄 기분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가라앉곤 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연인이나 친구를 만들어 관심을 교환하거나, 지위나 명성이라는 매개체를 얻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심에 대한 욕구를 잠시 잊을 수 있는 행동에 전념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가는데, 그런 방법 중 가장 서투르면서도 직접적인 것은 '허세 부리기' 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 뛰어난 능력을 통해 많은 관심을 얻으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별다른 노력 없이 어릴 적부터 변함없는 관심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재능 있는 사람들, '천재' 들의 이미지를 선망하는 것.


그런 선망은 보통 특별한 재능이 없는 자신에 대한 좌절과 다른 형태의 행복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라고 끝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이, '허세' 를 부리는 사람들의 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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