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는 가사 한 소절

보관소 | 2016. 1. 29. 22:54
Posted by 메가퍼세크

'꽂히다' 라는 표현이 있다.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느 선을 넘어, 하루종일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 상태. 말 그대로 모든 생각과 감정이 그것에 '꽂혀' 벗어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음식의 맛에 꽂혔을 때는 돈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그 음식을 먹어대고, 책에 꽂히면 그 책의 모든 내용을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보고, 게임에 꽂히면 그 게임의 모든 것을 통달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어떻게 보면 모든 열정과 몰입의 상태를 포괄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는 특히 무언가에 꽂히기 쉬운 기질을 타고났는지 오렌지 주스에서부터 게임이나 영화, 그림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것에 꽂히고 빠져나오고를 끝도 없이 반복해 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별 것 아닌 가사 한 소절과 몇 초간의 멜로디에 꽂혀, 일 주일이 넘게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그 곡만 들었던 적이 몇 번이었는지. 이 포스팅에서는 그렇듯 강렬하게 꽂혔던 곡들의 기억을 모아 갈무리해 두려고 한다.


바드-아이시절

 

 내 아이시절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슬픔과 아픔들을

 사라지게 하고 세상의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라 믿었네



이적-고독의 의미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 온 것 같네요

 허나 아무것도 몰라요 난

 그대라는 사람에 관해

 어떡해야 그대에 다다를 수 있는지 



루시아-아플래


 오늘은 너를 사랑하고 아플래

그냥 이 노래를 다 부르고 슬플래

눈을 감아도 네 얼굴이 보이는 걸 어쩌겠니

그냥 오늘은, 오늘만은 사랑하고 아플래



루시아-강


내 평생 그토록 아름다운 환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조금은 체념하오


붙잡을 새 없이 떠나 보낸 사람을

아직 내게 이토록 강하게 묶어주는

단 하나의 끈이 오직 슬픔이라면

나는 차마 이조차 놓치지 못하겠소


그 어떤 시나 노래로 설명할 길 없고

찢겨져 나간 자리를 메꿀 수가 없소

어느새 그대는 나의 다른 이름이며

뒤집어 쓴 이 허울로 하루를 사오



루시아-오필리아


 내가 하는 말을 나조차 못 믿을 때도

 너는 나를 다 믿었죠


 나는 녹지 않는 얼음으로

 당신을 조각해서 두 팔로 끌어안고

 다신 놓지 않을 거에요 내 미련함을 욕해도 돼요

 가슴이 시려와도 나는 기쁠 거에요



루시아-그대가 웃는데


 그대가 웃는데 내가 행복하기에

 그제야 내 사람인 걸 알았소


 그대가 우는데 내가 무너지기에

 그제야 내 사람인 걸 알았소



루시아-외로워 본


 누가 말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바다 위의 섬처럼

 외로운 운명을 쥐고 태어난다고



루시아-표정


 나는 절대 너를 판단하지 않아

 세상의 잣대로 재지 않아

 내가 아는 너의 모습 그대로 믿어



루시아-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싫은 건 아닌 건지

 너의 곁에 어울리는 사람 정말 내가 맞는지



루시아-WHO


 항상 누군가가 되려 했던 나는

 이제 나 자신으로서 행복해지려고 해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 애썼던 나는

 이제 나 자신부터 날 사랑해 주려고 해


 너 자신에게 좋은 것을 줘

 독약과 칼날은 내밀지 말고

 남과 비교하고, 자신을 의심하지 말아 


 우리 모두의 인생은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어

 네 삶의 시계를 찾아

 그러면 돼, 거기 맡기면 돼



김준수-꼭 어제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은

 초라한 나의 진심은

 겨우 이런 것뿐이야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흰머리조차도 그댄 멋질 테니까


 나를 전부 다 줬지만 아깝지 않았다

 말하지 못한 게 난 가슴 아파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이 삶을 다 써도 우리에겐 짧을 테니



김동률-오래된 노래


 오래된 테잎 속에 그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돼 바보처럼


김동률-내 마음은


 혼자 있는 게 편하게 됐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피곤해졌어

 이러다 나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까

 걱정되다 체념하다 또 너를 생각해



김동률-동행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 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김동률-내 사람


 지친 하루에 숨이 턱 막혀올 때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어서

그냥 씩 웃고 말아도 되는 참 편안한 사람


가진 것이 없어도 날 가득 채워주는

이 사람으로 다 된 것 같은

날 쓸모있게 만들고 더욱 착해지게 만드는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 주고 싶은 내 사람



김동률-청춘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 때 그 시절 추억이 되었지


 뭐가 달라진 걸까

 우린 아직 뜨거운 가슴이 뛰고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이리 어려운 걸까



김동률-노래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보게 되었네



이소라-Track 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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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콘서트 'Light&Shade' 후기.

경험 | 2016. 1. 19. 00:34
Posted by 메가퍼세크

올해도 루시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작년 3월의 콘서트 이후 약 10개월. 거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똑같은 장소에서 열린 콘서트. 겨우 두 번 가 보았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올해도' 라는 표현을 쓴 건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매년 초마다 '이맘때쯤이면...' 이라는 기대를 품고, 당연한 듯 티켓을 예매하고, 습관처럼 같은 곳에서 루시아의 콘서트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쩐지 낯익은 길을 지나 도착한 공연장에서 낯익은 의자에 앉아, 아직 걷히지 않은 무대 커튼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막이 올라가기 전, 무대에 자리한 것은 커다란 액자 하나와 그 안에 위치한 스크린 하나, 그리고 악기들. 언뜻 거울의 틀처럼도 생긴 액자가 참 특이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어두운 조명 탓인지 그다지 좋지 않은 핸드폰 카메라 때문인지 제대로 찍히지 않아 아쉬웠다.


콘서트의 첫 선곡은 '그대가 웃는데'. 피아노 전주와 함께 액자 속에서 루시아가 나타나고, 첫 소절이 시작하는 것과 함께 내 모든 감각들은 휩쓸려가듯 노래의 흐름에 고정되어 버렸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담겨있는 깊은 감정선과 선율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온 의식을 집중하기를 몇 분여. 언제나 그렇듯 순식간에 첫 곡이 끝나 버렸다.


 짤막한 멘트 이후로 이어지는 이번 앨범의 신곡들. 모든 곡들이 좋았지만, 특히 평소부터 좋아했던 '외로워 본' 과 '아플래' 에서는 한층 더 깊이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꼈고, '오필리아'의 가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루시아를 보면서는 어떤 종류의 '전율'을 경험했다. 평소 눈을 감고 청각에만 집중할 때 느끼던 루시아의 감정들이, 훨씬 큰 진폭과 풍성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시적인 가사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격하면서도 섬세하게 온몸으로 표현하는 루시아를 보면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2부에서는 그 표현이 더욱 확장되어, 마치 전위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격한 동작들을 하면서 맨발로 무대 위를 누비는 루시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깔끔하고 절제된 표현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야말로 온 몸을 던져 헌신하는 모습. 어찌 보면 낯간지럽다거나 오버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진실한 모습은 분명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밀도 있게 채워진 표현들에 빠져 나 자신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 또한 다른 콘서트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정작 그 표현의 자세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진실된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아마 그런 점이 루시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런 매력을 알고 느낄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도 매년 당연한 듯이 루시아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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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리스트 콘서트 '오늘은 맑음' 후기

경험 | 2015. 12. 6. 22:32
Posted by 메가퍼세크

지난 11월 28일, 투어리스트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첫 단독공연 이후로 벌써 1년 4개월. 그 사이 투어리스트가 참여했던 공연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았지만 단독 공연만 보고 싶은 마음에 모두 넘겨 버렸기에. 여름에 작게 열린 피크닉콘 정도를 제외하면 참 오랜만에 보는 투어리스트의 무대였다.


작년의 콘서트가 마카오와 협약을 맺어 이루어졌던 것처럼, 이번 콘서트는 일본의 작은 마을 '카라츠' 와 협약을 맺어 이루어졌다고. 두 장의 카라츠 여행 티켓과 푸짐한 기념품을 들고 카라츠 시 시장과 공무원들이 직접 공연장에 방문해, 뒷자리에서 같이 공연을 관람했다. 작년의 공연장보다는 훨씬 작고 사람들도 백 명이 안 되어 홍보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는 가수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더 편안한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전체적인 공연에서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아마추어리즘'. TV나 큰 무대에서 보는 유명한 가수들의 완벽하고 능숙한 공연과는 다르게, 조금 투박하고 어색하지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많은 노력이 엿보였다. 멘트 이어나가는 것도 어색하고, 진행도 그때 그때 마음가는 대로 하는 것 같고, 가사도 한두 번씩 틀리고. 콘서트 중의 추첨과 콘서트가 끝나고 이어진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같은 행사들도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야말로 '인디밴드' 라는 말에 걸맞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좋은 그룹이 크게 떠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하고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이 그룹의 좋은 음악을 소수의 사람들끼리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사람이란 역시 참 이기적인 동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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