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콘서트 'Light&Shade' 후기.

경험 | 2016. 1. 19. 00:34
Posted by 메가퍼세크

올해도 루시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작년 3월의 콘서트 이후 약 10개월. 거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똑같은 장소에서 열린 콘서트. 겨우 두 번 가 보았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올해도' 라는 표현을 쓴 건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매년 초마다 '이맘때쯤이면...' 이라는 기대를 품고, 당연한 듯 티켓을 예매하고, 습관처럼 같은 곳에서 루시아의 콘서트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쩐지 낯익은 길을 지나 도착한 공연장에서 낯익은 의자에 앉아, 아직 걷히지 않은 무대 커튼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막이 올라가기 전, 무대에 자리한 것은 커다란 액자 하나와 그 안에 위치한 스크린 하나, 그리고 악기들. 언뜻 거울의 틀처럼도 생긴 액자가 참 특이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해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어두운 조명 탓인지 그다지 좋지 않은 핸드폰 카메라 때문인지 제대로 찍히지 않아 아쉬웠다.


콘서트의 첫 선곡은 '그대가 웃는데'. 피아노 전주와 함께 액자 속에서 루시아가 나타나고, 첫 소절이 시작하는 것과 함께 내 모든 감각들은 휩쓸려가듯 노래의 흐름에 고정되어 버렸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담겨있는 깊은 감정선과 선율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온 의식을 집중하기를 몇 분여. 언제나 그렇듯 순식간에 첫 곡이 끝나 버렸다.


 짤막한 멘트 이후로 이어지는 이번 앨범의 신곡들. 모든 곡들이 좋았지만, 특히 평소부터 좋아했던 '외로워 본' 과 '아플래' 에서는 한층 더 깊이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꼈고, '오필리아'의 가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루시아를 보면서는 어떤 종류의 '전율'을 경험했다. 평소 눈을 감고 청각에만 집중할 때 느끼던 루시아의 감정들이, 훨씬 큰 진폭과 풍성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시적인 가사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격하면서도 섬세하게 온몸으로 표현하는 루시아를 보면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2부에서는 그 표현이 더욱 확장되어, 마치 전위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격한 동작들을 하면서 맨발로 무대 위를 누비는 루시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깔끔하고 절제된 표현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야말로 온 몸을 던져 헌신하는 모습. 어찌 보면 낯간지럽다거나 오버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진실한 모습은 분명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게 밀도 있게 채워진 표현들에 빠져 나 자신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 또한 다른 콘서트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표현하면서도 정작 그 표현의 자세에서는 한없이 순수하고 진실된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아마 그런 점이 루시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런 매력을 알고 느낄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도 매년 당연한 듯이 루시아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어리스트 콘서트 '오늘은 맑음' 후기  (0) 2015.12.06
2015 김동률 'The concert'  (0) 2015.10.12
루시아 콘서트 '다시, 봄' 관람  (0) 2015.03.09
 

투어리스트 콘서트 '오늘은 맑음' 후기

경험 | 2015. 12. 6. 22:32
Posted by 메가퍼세크

지난 11월 28일, 투어리스트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첫 단독공연 이후로 벌써 1년 4개월. 그 사이 투어리스트가 참여했던 공연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았지만 단독 공연만 보고 싶은 마음에 모두 넘겨 버렸기에. 여름에 작게 열린 피크닉콘 정도를 제외하면 참 오랜만에 보는 투어리스트의 무대였다.


작년의 콘서트가 마카오와 협약을 맺어 이루어졌던 것처럼, 이번 콘서트는 일본의 작은 마을 '카라츠' 와 협약을 맺어 이루어졌다고. 두 장의 카라츠 여행 티켓과 푸짐한 기념품을 들고 카라츠 시 시장과 공무원들이 직접 공연장에 방문해, 뒷자리에서 같이 공연을 관람했다. 작년의 공연장보다는 훨씬 작고 사람들도 백 명이 안 되어 홍보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는 가수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더 편안한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전체적인 공연에서 받은 가장 강한 인상은 '아마추어리즘'. TV나 큰 무대에서 보는 유명한 가수들의 완벽하고 능숙한 공연과는 다르게, 조금 투박하고 어색하지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많은 노력이 엿보였다. 멘트 이어나가는 것도 어색하고, 진행도 그때 그때 마음가는 대로 하는 것 같고, 가사도 한두 번씩 틀리고. 콘서트 중의 추첨과 콘서트가 끝나고 이어진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같은 행사들도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야말로 '인디밴드' 라는 말에 걸맞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좋은 그룹이 크게 떠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하고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이 그룹의 좋은 음악을 소수의 사람들끼리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사람이란 역시 참 이기적인 동물인 것 같다.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시아 콘서트 'Light&Shade' 후기.  (0) 2016.01.19
2015 김동률 'The concert'  (0) 2015.10.12
루시아 콘서트 '다시, 봄' 관람  (0) 2015.03.09
 

2015 김동률 'The concert'

경험 | 2015. 10. 12. 11:31
Posted by 메가퍼세크

김동률 콘서트에 다녀왔다.


몇 년 전 김동률 음악에 걷잡을 수 없이 꽂힌 때부터 언젠가는 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 돈이라던가 시간이라던가 망설임 같은 자잘한 문제들로 몇 번 없던 기회들을 항상 놓쳐오다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갈 수 있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콘서트의 이름은 'The concert'. 콘서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그린 곡의 제목.

원래부터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콘서트의 제목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으로 꺼내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콘서트보다는 음악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곡 하나하나마다 세심한 편곡으로 곡 자체의 분위기와 전체의 흐름을 살렸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소리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지가 많은 부분에서 느껴졌다. 전체적인 곡의 템포도 조금 느리게 잡았는데, 한 음 한 음을 놓치지 않으며 전력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김동률의 모습을 보며 가수도 성대라는 악기를 사용하는 연주자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곡 사이의 멘트 시간도 그랬다. 말주변도 별로 없고 말투도 조용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지함과 겸손함이 느껴졌고, 곡에 대한 설명이나 관객에 대한 감사를 말할 때는 활기가 느껴졌다. 이 사람은 정말로 교과서적인 '음악가' 구나.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치고 음악에서 모든 것을 얻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곡의 레퍼토리도 대부분 오래된 앨범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누구나 아는 곡도 있었지만 조금 생소하거나 새로 알게 된 곡들도 꽤 있었다. 거의 모든 곡이 최고였지만 가장 좋았던 곡은 '그게 나야', '그 노래', '동행' 의 세 곡.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감정의 흐름이 머리에서 머리로 직접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음에도 가볍거나 활발한 곡들의 선곡이 거의 없었다는 점. 개인적으로 '구애가' 나 '출발' 같은 곡들도 듣고 싶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이적이나 소속사 막내 같은 게스트를 활용해 분위기를 잠시 전환시키기는 했다. '거위의 꿈' 이나 'advice' 같은 듀엣 곡들도 좋았고, 이적이 '하늘을 달리다' 로 한바탕 뒤집어놓고 간 분위기를 질 수 없다며 '취중진담' 으로 수습하는 모습도 웃겼다. 아무래도 힘들었는지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몇 소절을 날로 먹는 부분도.


올림픽 체조경기장이라는 큰 무대는 그동안 경험했던 공연들과는 많이 달랐고, 사람들의 바다에 파묻혀가며 운동 경기 관람용의 딱딱하고 좁은 의자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만여 개에 달하는 좌석을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교감한다는 것은,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얻을 수 없는 희소한 행복이겠지. 언젠가 나도, 어느 분야에서든 저런 행복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콘서트의 마지막 곡을 들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루시아 콘서트 '다시, 봄' 관람

경험 | 2015. 3. 9. 01:03
Posted by 메가퍼세크


오늘,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루시아 콘서트에 다녀왔다.


표 예매가 열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공연날이라니. 지갑에 넣어둔 표를 볼 때마다 느꼈던 설렘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기대감으로 바뀌어 공연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커져만 갔다.


기대에 부푼 나머지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공연 장소 근처에서 레몬티 한 잔을 마시고, 공연 십몇 분 전쯤 입장해 자리에 앉아 마음의 준비를 시작. 핸드폰 전원을 꺼서 지갑과 함께 가방 속에 깊숙히 넣고, 관람하기 가장 편한 자세를 잡고 앉은 지 몇 분 후. 커튼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루시아의 인상은 예상과는 많이 다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예상 그대로였다고 할까. 감성적이고 표현력 있는 가사와 곡들 때문에 조용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밝고 활발하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


콘서트 처음에는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세 번째 곡이 끝나자 무대 뒤에 고이 벗어놓고, 무대 전체를 열심히 잰걸음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격정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곡 자체도 앨범에 수록된 것과는 많이 다르고, 라이브 버전으로 어레인지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던 기억이 난다.


조용히 서서 서정적인 무대를 펼칠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빗나갔다고 해야 하나. 관객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의지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콘서트 중간중간의 멘트에서도 관객에 대한 감사와 곡에 대한 설명, 자신이 곡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마지막 날 공연에 대한 보너스라며 미발표곡도 하나 공개했다.

(근데 다른 후기들 보니까 마지막 날에만 공개했다는 건 순 뻥이었음)


통기타 둘과 베이스, 드럼, 현악 4중주로 이루어진 밴드의 하모니도 좋았고, 특히 'I can't fly' 나 '데미안' 같은 노래를 할 때 바이올린이 부각되는 부분이 상당히 멋있었던 기억이 난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와 감성 가득찬 보컬, 시적인 가사는 곡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감상한다' 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고, 눈을 감고 음의 조화와 굴곡, 거기에 얹어지는 가사를 따라가다 보니 정말로 노래를 통해 가수가 표현하고 싶은 감성을 직접 전달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지, 슬픈 노래를 부를 때는 특히 감성적인 여자분들 몇몇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공연 전체적인 준비, 가수의 자세, 퍼포먼스와 사운드 등.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정성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었고, 공연장을 나올 때는 그 준비만큼 많은 것을 실제로 얻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도 루시아의 공연이 있다면,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관람하게 될 것 같다.


마무리는, 루시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발견한 공연 기념 케익 사진.

오늘 공연에서는 검은 드레스를 입었지만, 맨발도 그렇고 특유의 느낌이 참 잘 표현된 것 같다.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시아 콘서트 'Light&Shade' 후기.  (0) 2016.01.19
투어리스트 콘서트 '오늘은 맑음' 후기  (0) 2015.12.06
2015 김동률 'The concert'  (0) 2015.10.12
 

블로그 이미지

메가퍼세크

왠지 모르게 말하고 싶어진 것들을 쌓아두는 곳.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68)
자아성찰 (13)
취미 (31)
경험 (4)
잡설 (14)
보관소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