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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카페의 조건

자아성찰/취향 | 2016. 4. 7. 00:35
Posted by 메가퍼세크

나에게 있어, 카페라는 건 참 특별한 장소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카페는 단순히 만남과 이야기를 위한 장소일 뿐이지만, 혼자서 가는 카페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외부와는 전혀 다른 고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잠시 동안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하게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 몰두하는 대상은 지금과 같은 글쓰기나 독서, 공부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몰두하는 대상이 아니라 한 가지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매일의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쌓이는 스트레스나 피곤함이 극에 도달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좋은 카페에 찾아가 잠시 동안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나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좋은 카페는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 중의 하나이고, 다른 어떤 장소보다 심사숙고해 선택해야 할 대상에 속한다. 그런 심사의 과정에서 고려하게 되는 나만의 기준들을, 이 글을 통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1.채광과 조명


-카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과 음악이다. 바깥 세상과 카페 내부 사이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채광이 너무 잘 되거나 바깥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카페는 그다지 좋지 않다. 최소한 대낮이라도 불을 껐을 때 카페 안이 어두워질 정도는 되어야 한다. 외부의 자연광을 차단하고 조명의 불빛만으로 카페를 새로 칠했을 때, 카페 내부의 고유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조명의 선택도 중요하다. 햇빛의 백색광과는 다르고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약간의 어둑어둑함, 형광등보다는 전구의 은은함이 더 마음에 든다. 펜을 들고 무언가를 쓸 때 종이에 비치는 손의 그림자는, 카페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이자 좋은 조명을 판단하는 척도 중의 하나다.


2.음악


-두 번째 요소는 조금 더 까다롭다. 카페의 원래 목적 때문에라도 카페 내에서 완전히 소음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카페 바깥의 소리를 막고 내부를 음악으로 칠하는 것은 카페의 분위기를 조성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작업이다. 각각 고유의 특색을 가진 음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이 부분에서는 특히 취향이 많이 갈리겠지만, 주로 내가 선호하는 것은 잔잔하면서 약간 활발한 분위기의 음악. 가사가 전혀 없는 현악 계열의 연주곡이 베스트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곡이라도 카페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면 상관은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카페의 인테리어, 조명과 음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하는 것. 정말로 잘 선곡된 음악은 신경쓰지 않으면 음악이 재생되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고, 귀를 기울이면 언제든지 선율에 빠져들 수 있다. 어쩌면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음료 다음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 아닌가 싶다.


같은 맥락에서, 사실 모든 경우에 방음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카페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카페 내부에서의 집중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가끔씩 그 법칙을 깨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예전에 방문했던 한 카페는, 기찻길 옆에 위치해 있어서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리가 들렸다. 얼핏 보면 상당히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다행히 기찻길에서의 거리는 꽤 멀었고, 오히려 가끔씩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기차소리는 그 카페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카페의 정면은 도로에 인접해 있었지만, 이중 문 구조로 도로의 소음은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도 거의 완벽히 차단되었다. 나쁜 소리는 막고 좋은 소리는 끌어들인,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3.실내 디자인


-조명과 음악이 카페를 바깥과 다른 공간으로 만드는 밑그림과 채색이라면, 실내 인테리어는 세부 묘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카페의 분위기와 컨셉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면서, 카페 내부를 감상의 대상으로까지 격상시킬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부분이기도 하기에 실내 인테리어의 수준은 카페 주인의 미적 감각과 센스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간단한 액자나 픽셀 아트, 방향제 같은 소품도 멋지지만 멋진 장식장이나 벽화, 쿠션감 좋은 클래식한 의자도 좋고. 실내 디자인의 컨셉은 워낙 극과 극이기에 좋아하는 스타일을 딱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음악의 경우처럼 크게 튀지 않고 카페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감이기에.


4.메뉴


-주로 '커피 맛' 으로 대표되는 메뉴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항목이 어째서 이렇게 아래에 위치해 있는지 의아해햘 수 있겠다. 물론 카페의 메뉴 구성과 맛은 상당히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카페를 판단하는 제 1기준으로 작용하곤 한다. 하지만 카페의 이용 목적은 사람마다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나처럼 분위기와 공간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에게 메뉴는 카페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한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카페의 음료 퀄리티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다면 그건 큰 문제겠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카페의 메뉴 구성과 맛은 카페 분위기의 형성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물론 조명과 음악,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카페 주인이 메뉴에 신경을 쓰지 않기도 어렵고.


그렇다면 좋은 메뉴란 무엇일까. 카페 메뉴에 오를 수 있는 음료와 음식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고, 하나 하나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주류가 되는 것은 보통 커피와 차의 양대산맥으로 나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카페 음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커피이고, 카페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어로 커피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온 만큼 커피 하나라고 하는 것이 맞겠으나, 역사적인 이유에서든 개인적인 선호에서든 카페를 말할 때 차를 떼놓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제대로 만든 커피나 차에서 느껴지는 깊은 향과 맛은 카페라는 공간이 왜 생겼는지, 어째서 필요한지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고, 그만큼 두 음료에 쏟는 조사와 공부, 노력이야말로 카페 주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컨대 커피를 메인으로 삼는다면 최소한 원두의 품질과 로스팅, 다양한 추출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차를 판매하고 싶다면 원산지와 브랜드별로 찻잎들을 구입해서 시음해 보는 정도? 굳이 최고의 바리스타가 된다거나 영혼을 울리는 차 맛을 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그 깊은 세계에 대한 나름의 감상과 노력하는 자세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과 노력이야말로, 좋은 카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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