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매일 내가 가진 모든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걱정, 나와 전혀 관계없는 무언가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많은 스트레스 덩어리들을 안고 산다. 그런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중학교 즈음에는 매일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들지 못했고, 지금도 항상 일정 정도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사람의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때, 내 정신은 안정되고 잠시 동안의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잠시 후 그 상태가 끝나면 다시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몰려오고, 이하 반복.
가끔은 이런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켜도 그게 의미를 갖는 건 어디까지나 그 순간뿐이다. 멋진 영화를 보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나 무언가의 수단을 통해 얻은 즐거움이나 기쁨은 언제나 그 시간뿐, 그 감정이 식은 후면 내 정신은 언제나 똑같은 상태로 가라앉는다. 하루 종일 재미있는 일을 한 날과 끔찍한 경험을 한 날,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 상태는 기억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내 욕망과 욕구, 기쁨과 즐거움은 언제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마치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와 같다. 죽을 힘을 다해 기분의 바위를 꼭대기로 올려 놓으면 다시 굴러 내려오고, 올리면 다시 내려오고. 참 끝을 알 수 없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계속될 바보짓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