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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6 | Flipped 감상.

Flipped 감상.

취미/영화 | 2015. 9. 6. 01:05
Posted by 메가퍼세크

사람들과 서로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내가 감상하지 않은 무언가를 추천받을 때가 있다.

물론 항상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추천이라는 행동에는 내가 추천의 대상을 좋아할 것이라는 누군가의 판단이 담겨 있기에 적중률은 꽤 높고, 가끔은 그런 추천을 통해 혼자서는 영원히 알지 못했을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다른 여행자를 만나, 아직 가보지 않은 어딘가에 대한 견문을 쌓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번에 추천받은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정말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사랑과 상황, 심리 묘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담백한 영화. 유명한 영화 중에서는, 건축학개론이나 once 정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담백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이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면서 쌓아온 인생의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라는 것.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런 본질적인 측면을 아주 효과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극중 나타나는 브라이스와 줄리의 생각은 단지 서로에게만 영향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며, 그런 인간적인 성장을 통해 둘은 서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먼저 성장하는 줄리와, 그녀에게 조금씩 공감하면서도 계속 엇갈리면서 다른 길로 나아가는 브라이스. 두 인물의 성장이 같이 이루어졌다면 너무 뻔했겠지만, 이런 엇갈림이 있었기에 영화가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는 독특하면서도 매끄러운 연출도 한 몫 했다. 일반적인 시점과 두 인물의 주관적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연출은 인물의 내면과 성격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간에서도 브라이스와 줄리는 항상 다른 사건을 보고, 같은 사건을 볼 때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리며, 다른 것을 기억한다는 것. 이것만큼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까?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배스킷 보이 선발 이후의 장면들이다. 브라이스와 줄리와 모두 자기 앞의 파트너에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를 보고 있었음에도, 브라이스는 줄리의 시선을 포착하지 못하고 단지 줄리의 웃음에만 집중하다가 결국 돌발적인 행동을 취한다. 계속 일치하고 있었던 둘의 마음과 어긋날 대로 어긋난 현실 사이의 간극은 그 순간 한 번에 폭발했고, 파국으로 끝났다. 그러나 결국 그 파국을 회복시킨 건 무화과 나무라는 공감의 증표. 결국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공감을 통해 극복된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에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았다는 사실이 보는 내내 놀라웠던 영화였다고 할까.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체 어째서인지 도저히 이해되지가 않는다. 앞으로는 누군가 내가 본 사랑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 영화의 이름을 말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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