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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5 | toraysee 렌즈 클리너

toraysee 렌즈 클리너

취미/기타 | 2015. 2. 15. 13:51
Posted by 메가퍼세크

보통 '안경닦이' 라고 부르는, 안경을 닦는 데 쓰이는 극세사 천은, '계륵'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물건이다. 있으면 여러 모로 좋지만, 딱히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옷자락 같은 적당한 천으로 안경을 닦다가 생긴 자잘한 기스들을 보면서 안경닦이의 필요성을 느낄 때도 많지만, 안경을 쓰고 다니는 모든 곳에 손수건만한 천을 챙겨 가기도 귀찮고, 막상 들고 나가서 잃어버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딜레마 때문인지, (특히 남자들의 경우) 이 작은 천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은근히 찾아보기가 힘들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안경을 쓰기 시작한 어릴 적부터 잃어버린 안경닦이가 최소한 수십 장. 하도 잃어버리다 못해, "비싼 안경닦이를 사면 안 잃어버리겠지?" 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에 도달해 인터넷을 뒤졌던 적이 있었다.(아마 5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도레이시' 라는 일제 안경닦이가 좀 비싸지만 엄청 좋다는 말을 듣고 바로 주문, 만 원 근처라는 안경닦이로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놀랐지만, 생각보다 엄청 뛰어났던 성능에 만족하고 소중히 썼다. 하지만 사람의 습성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기에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그 비싼 물건조차 잃어버리게 되었고, 그 즈음에 바쁜 일들이 많았던지, 어쩌다 보니 다시 사는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안경점에서 공짜로 주는 안경닦이를 쓰게 되었다.


얼마 전에 다시 생각이 나서 해당 상표의 안경닦이를 찾아보았지만, 해당 상품은 이미 품절에 새로 들어올 기약도 없고, 국내에서 구할 방도가 없는 상황.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거진 한 시간여의 검색 끝에 이베이와 아마존닷컴에서 '도레이시' 라는 이름의 천조각을 찾았고, 배송비 포함 17유로(대략 2만원 이상)에 가까운 미친 가격에 잠깐 고민했지만 마침 한창 돈 쓸 데가 없던 상황이라 그냥 질러버렸고, 얼마 전 한국에 물건이 도착했다.


그렇게 5년여의 시간을 넘어 다시 재회한 그 물건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역시 비싼 몸이라 그런지, 흰색 바탕에 일부분만 물건이 보이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포장이 참 멋지다.

안경을 쓰는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색다른 선물로도 괜찮을 것 같다.


'Multi-purpose washable micro fibre lens cloth' 라는 긴 문장은 이 물건의 용도와 재질, 특성을 명확히 설명해 준다.


'다목적의, 세탁 가능한, 극세사 재질의 렌즈 클로스'


그런데, 잠깐의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이 문장의 진의는 놀라웠다.


'극세사' 라는 단어는 한 가지 섬유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는 실' 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이고, 극세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이, 'NP분할사' 라고 하는, 단순히 하나의 섬유를 잘게 쪼갠 종류의 극세사로, 직경은 대략 5마이크로미터 정도. 보통 안경점에서 나누어 주는 공짜 안경닦이는 보통 저급의 NP극세사를 일반적인 굵은 실과 혼방하여 직조하는 것으로, 원가는 겨우 100원 이하.


그에 비해 이 렌즈 클로스를 직조하는 데 쓰인 극세사는 '해도사' 라고 하는, 특수한 화학 공정을 통해 처음부터 엄청나게 얇게 제조한 고급 실로, 직경은 2마이크로미터 정도에 NP분할사와 달리 단면이 둥근 모양이라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제조 원가도 비싸고 제조에 드는 기술력이 상당해서, 이 상품의 제조사인 일본의 '도레이' 나, 한국의 '코오롱' 같은 몇몇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워낙 얇다 보니 렌즈에 닿는 표면적이 넓어 본연의 목적(렌즈 클리닝)에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보통 비누로 거품을 내도 극세사 때문인지 거품이 거의 쉐이빙 폼에 가까울 만큼 작고 균일하게 나서 미용 목적으로도 많이 팔린다는 믿기지 않는 말도 있었다.


말 그대로 '다목적' 의, '질 좋은 극세사를 사용한', '최고급'의 렌즈 클로스. 이런 놀라운 품질에 대한 광고문구나 설명서 하나도 없이, 그저 시크하게 한 문장으로 상품 설명을 끝냈다는 건 대체 어떤 자신감일까. 


아무튼, 설레발은 이쯤 하고 상품을 개봉해 보자.




일단 순수 극세사라 그런지, 두께가 정말 얇다. 양면에 손가락을 마주대고 비벼 보면, 천 특유의 부피감은 간데없고 거의 기름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둔 느낌? 약간 손수건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말도 안 되는 두께 때문에 확실히 구별된다. 그렇게 얇음에도, 말도 안 될 만큼 치밀해 직조물 특유의 체크무늬는 거의 보이지도 않으며, 엄청나게 가까이에서 쳐다보아야 거의 점에 가까운 조밀한 벌집 모양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시험삼아 렌즈를 닦아보니 그 두께 때문에 거의 손가락으로 직접 렌즈를 닦는 느낌이면서도, 렌즈에 묻은 모든 기름기나 이물질이 천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참 신기했다. 가장자리의 마감 처리도 상당히 꼼꼼하고 촘촘해서, 아무리 사용해도 실 한 오라기 하나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좋은 지갑을 사면 돈을 많이 쓰게 되고, 좋은 신발을 사면 많이 걸어다니고 싶게 된다고 했던가. 앞으로는 안경을 닦는다는 것의 느낌이 참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그 느낌에는, 무려 2만원이나 하는 렌즈 클로스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긴장도 (좀 많이)섞여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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